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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별로, 저 별과 이별하기

창업과 어울리지 않는 남자의 창업 5년 차 소회

버터플라이인베스트먼트는 11월 말에 법인 등기가 나오고, 사업자등록증 발급 준비를 해서 세무서에 갔습니다. 사업종목에 창업투자가 있는데, 자본금 100만 원인데 그게 가능하냐고 물어보셨습니다.


무자본창업으로 하기 때문에 가능하다며 어설픈 설명을 했고, 따가운 눈초리를 한참 느꼈습니다. 따가운 눈초리 이후에 차가운 거절이 있겠다 싶었습니다. 


담당자님은 더 이상 할 말이 없는 저를 한참 보다가, 

"특이한 사업이네요." 

툭 한마디 던지시고, 사업자등록증을 발급해주셨습니다. 그게 2013년 12.2일 딱 5년 전이네요. 


같이 사업을 출발시킨 최 대표님은 제가 스타가 될 것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보험영업할 때, 지점에서도 그런 소리를 들었습니다. 맨날 분위기 띄운다고 수 십 명, 수 백 명 앞에서 춤추고, 앞에 나가서 발표하고, 주목받았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주목받으면, 그 이후에 저는 매번 그런 모습을 보여야만 했고 그것은 일종의 연기였기 때문에 감정 소모가 심했습니다. 




전국에 협회를 계속 만들고, 언론사를 만들어가던 이재로 씨도 저에게 스타가 될 것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리고 자신에게 돈을 주면 강의 기회를 더 많이 만들어 준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요구할 때마다 50만 원, 100만 원씩 돈을 줬습니다. 


그런데 강의장에 가면, 항상 정보 전달에 오류가 있었습니다.  예를 들면, 유치원 선생님 대상 강의라고 해서 갔는데, 유치원생 강의였거나 했던 것이죠. (당황한 표정 짓지 않기 연습은 이때 다 한 듯..)


혹은 이미 관계가 다 틀어진 업체에 나머지 교육 가서 욕을 제가 대신 다 얻어먹고, 강의하는 식의 반복이었습니다. 


그래도 그 기회 살려보겠다고 강의를 열심히 했더니 관계가 틀어진 업체가 제 강의는 계속 요청한다고 공문을 보냈고, 이재로 씨는 이때다 싶었는지 전국에 있는 강의에 저를 보냈습니다. 


그리고 본인 이름으로 강의하면 돈을 더 받을 수 있다고 유혹했습니다. 저는 그 사람 이름으로 강의를 했고, 계좌도 그 사람 이름으로 보냈습니다. 


물론, 수익 정산해준다는 말은 매월 했지만 하지 않았고, 1년 반 그렇게 열심히 강의로 돈을 벌어다 주고, 대신에 실력을 인정받아서 종편과 라디오 방송에 정기적으로 출연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습니다. 


이렇게 스타가 될 것이라는 그의 말은 실현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저는 사람에 대한 믿음을 많이 접기도 했고, 감정적 소모가 극심해서 정신과 치료와 심리치료를 받으러 다니기도 했습니다. 그 덕분에 또 좋은 스승을 만나 감정 치유와 무의식에 깊이 접근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지요.



다시 버터플라이 사업 출발 이야기로 돌아갈게요. 20대 후반 이런저런 일을 겪으며, 더 자유롭게 살고 싶어서 사업을 시작했는데, 또 스타가 될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으니 덜컥 겁이 났습니다. 설령 그런 자질이 있더라도 좀 더 중심을 탄탄하게 잡을 줄 알 때, 그렇게 되면 좋겠다고 그때는 생각했습니다. 


버터플라이 사업 출발은 즐거웠습니다. 뭐든 잘 안되었거든요. 이걸로는 스타가 될 일이 없겠다 싶었습니다. 그런데 쌓이는 게 생기니까 조금씩 반응이 생기고, 처음 책을 낸 게 반응이 좋아서 갑작스럽게 매출이 더 커지게 되었습니다. 


책을 쓰지 말라고 했던 최규철 대표님은 갑자기 계속 책을 내라고 독려하셨습니다. 사업 문서를 매주 쓰는 가운데서 시간을 쪼개서 다시 책을 냈습니다. 책이 또 잘 팔렸습니다. (이전 책에서 카톡을 공개했다가 카톡 확인을 못할 만큼 와서 메일만 공개했습니다.)


사업을 함께하는 사람들도 늘어갔습니다. 그리고 감정적 교류를 해야 하는 일도 늘어났지만, 이전처럼 지치기 싫었기에 최소한의 감정 교류하는데 총력을 다했습니다. 나머지는 최규철 대표님께 맡겼습니다.


또 더 많이 알려야 하지만, 교류는 더 적어지고 싶은 아이러니한 상황에서 저는 유튜브를 대안으로 선택했습니다. 유튜브로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다하고,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사람들은 스스로 해결할 수 있게 하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저를 보는 분들의 마음에 제가 왕이나 스타로 남길 원치 않았는데, 상황은 정반대로 흘러갔습니다. 더 의존하는 분들이 생기고, 제 말 하나로 큰 결정을 하는 분들이 있다는 것을 우연히 알게 되었습니다. 


전혀 그런 상황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가, 제 말 하나에 천국과 지옥을 경험하는 분들이 있다는 것을 알고 두려웠고, 사람들과 교류를 더 피하기 시작했습니다.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고, 아이와 시간을 보내는 것에 충실한 것이 내 역할임을 다시 한번 확신하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가족과의 시간에서 충분히 행복감을 맛보았습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제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일부 사람들에 의해서 왜곡돼서 전파되고, 오해가 생기고, 다시 저에 대한 원망으로 돌아오는 경험을 합니다. 


교류를 해도 문제, 교류를 하지 않아도 더 큰 문제가 생기는 것을 경험합니다. 수년간 전파했던 메시지들이 존재했고, 그 메시지를 재전파하는 사람들이 계속 있었는데, 그 관리가 제대로 안되었던 것이지요.  



본연의 역할에 충실했던 최규철 대표님 덕분에 버터플라이 지분이 있는 회사들이 빠르게 늘어났고, 저에겐 그 회사들을 돌봐야 하는 책임이 있었습니다. 


일을 안 벌리면 상관없는데 벌렸으면 커버해야지요. 감정 소모는 늘었지만, 제가 경험하지 못했던 과정에 있을 때는 굳이 피하지 않고, 수행의 관점에서 감당해보면서 성장의 계기로 삼으려고 했습니다. 


특히 특유의 독특한 카리스마를 가진 최 대표님과 다른 분들 사이에서 생기는 오해를 조정하는데 거의 모든 에너지를 쏟고, 그 가운데 함께하는 창업자분들 콘텐츠를 만드는 것을 돕고, 마지막으로 버터플라이 사업 유지에 신경을 썼습니다. 


일이 늘어나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는 성향 때문에 이런 가운데서, 자동화 세일즈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었습니다.  다행히 만들었던 콘텐츠가 차고 넘쳤기 때문입니다. 이 덕분에 과거랑 또 다르게 시간적 자유를 확보하게 되었습니다. 


그 시스템을 구축하는 동안, 버터플라이 매출은 떨어지기도 했지만, 다른 사업자분들은 성장하는 것을 보면서 나름 만족했습니다. 


그리고 매출이 떨어지니 세 번째 책을 쓰라는 독려를 받았습니다. 이때는 사실 마음의 여유가 없었는데 일단 길게 시간을 가지고 책을 썼습니다. (메일도 확인 못할 만큼 많이 와서 이 책부터는 메일 주소도 뺐습니다.) 최대한 함께하는 사업가분들 도움 주시는 분들에게 보답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책을 썼고, 감사한 분들의 이야기를 최대한 담았습니다. 


정말 잘 쓴 책입니다..(깨알홍보)


제 역량이 바다와 같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던 시간이었습니다. 영향을 미쳐야 할 곳에는 못 미치고, 제자리 수영을 하는 느낌이 들 때도 많았습니다. 


그러다 돌아보니 일 못하는 경영자가 하는 방식을 제가 다하고 있었습니다. 혼자 일을 끌어안고, 제대로 분담하지 못하고 있었고, 주변에 부탁도 잘 못하고, 조언도 잘 구하지 못하는 상태였습니다. 


주변이 저보다 다 힘들어 보여 부탁하기 힘들었습니다. 그리고 제 역할을 역시 제대로 처리 못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또 여러 명을 실망시켰습니다. 어떤 분은 제가 최선을 다해서 도왔다고 생각했는데, 전혀 반대로 생각하고 있던 분도 계셨습니다. 


상대적으로 생각해야 한다는 말은 사업하면서 큰 도움이 됩니다. 같은 이슈를 가지고 진보와 보수는 놀랍게도 정반대로 모든 걸 해석하는 것을 보고 계실 겁니다. 상대적인 생각들에 감정적 이입을 덜한 방식으로 감정 소모를 최소화시키는 훈련을 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빛의 속도만큼 멀어지는 생각의 상대성 안에서, 더 이상 사람에 대한 예측과 기대는 무의미하게 느껴졌습니다. 



멘토와 고수분들을 만나면서 하나씩 하나씩 현재 상황을 이해하고, 문제점을 파악하니 또 감정적 소모가 줄어드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시티큐브의 이승환 대표님을 통해서 제가 얼마나 경영에 무지했는지, 업무관리를 못했는지 깨달았습니다. 이성율 사장님 통해 바나나 프로젝트하면서 한번 더 가벼워지는 경험을 했구요. (아직 덜 가벼워졌겠지만..) 저도 모르고 있던 슬픈 감정들에 위로를 많이 받았습니다.. 


모든 상황을 곁에서 지켜보던 친동생에게 푸념을 털고, 제가 아는 것들을 최대한 전수하면서 우리끼리 자동화 수익 만들면서 재밌게 살까라는 이야기도 많이 했습니다. 동네친구 민호를 만나 사업의 어려움을 토로해볼 수도 있었습니다. 


이밖에도 주변에 도움을 많이 요청하려고 외쳐봤습니다. 


"도와주세요. 키워주세요."


일단 외쳤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대표님은 다 초월하셨잖아요." , " 대표님은 더 잘하시잖아요.", "대표님은 인맥 더 많잖아요."


제가 쌓은 업보가 이렇게 돌아오는 것을 확인하는 중입니다. 사업 과정 중에 외로움을 겪어 보셨던 여러 사장님들이 공감해주시고 위로해주는 시간이 없었으면 견디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누군가의 마음에 왕이나 스타로 자리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 스스로를 얼마나 외롭게 만드는지 깨닫고 있습니다. 사랑스러운 가족과의 행복한 시간이 없었다면 아마 견디지 못했을 것입니다. 


최근 2년간은 버터플라이에서 10일 동안 가는 메시지, 무료 뉴스레터, 매주 보내는 동기부여 메일에서 저는 제가 왕이 아니라는 이야기를 끊임없이 반복했습니다. 


당신들의 마음속에 신태순이 아닌 자기 자신이 왕으로 들어서야 한다는 메시지를 계속 적었습니다. 하지만, 그 이야기가 전달되기 전에 여러 가지 이유로 차단되는 환경이 버터플라이에는 조성되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부분을 벗겨내는데 최근 몇 달 최 대표님과 설전을 벌이면서 조정해보고 있습니다. 조정되는 부분도 있지만 여전히 한계가 있습니다. 



제가 회원분들에게 보냈던 메일에는 제 진심과 제 생명을 다 녹여냈습니다. 그 부분이 다 전달되었다고 생각하고, 착각하고, 그것으로 제가 돌봐야 하는 사람들에 대한 부담을 덜어내려고 했던 것을 최근에 또 몇 분을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신기하게도 그런 상황이 되니, 또 이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는 도움의 손길이 왔습니다. 순간랩에서 제가 커버하지 못하는 부분들을 회원분들 대상으로 커버해주신 겁니다. 


그리고 저 역시 좀 더 직접적으로 순간랩과 연계되어서 프로젝트를 만들고, 회원분들과 효율적인 소통에 나설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제가 스타가 되려는 마음은 없습니다. 저는 우리 가족에게 스타로 남으면 그걸로 족합니다. 저에게 영감 받는 분들에게 제가 줄 수 있는 최고의 목표는 각자의 마음속에 왕이 살고 있다는 것을 인식시켜주는 것입니다. 


제가 어떤 글을 쓰거나, 영상을 찍거나, 책을 써도 제 목표는 거기에 맞춰져 있습니다. 저의 영상, 글 그 어떤 것을 보더라도 이에 맞춰져 있음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혹여나 마음속에 저를 스타로 삼고 있는 분들이 계신다면, 그 자리를 본인에게 양보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저 역시 제 마음속에 빛을 밝히려고 수행하는 한 사람으로 봐주시고, 그 영감을 부족하게나마 나누는 똑같은 인간으로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듣보잡>이 뭐 이런 오만한 글을 쓰고 있어라고 생각 들게 한 분들에게는 죄송하다는 말씀 올립니다. 


제가 공부했던 내용들 순간랩과 잘 전파하면서, 좋아하는 소수의 분들이 진정 자유로운 사업 구축할 수 있게 돕고, 가족 사업 도우면서 수행하는 삶 이어가겠습니다. 


어쨌든~ 5년 차 돌아보며 글 쓰니, 후련합니다. 사랑합니다.


⬇ 구독하시면 신기하게 사는 사람 이야기 편하게 보실 수 있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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