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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의미 없는 삽질은 없다

삽질 찬양론

의미 없는 인생을 살았다는 자책

2010년도쯤 저는 스팸 마케팅에 푹 빠져 살았습니다.  최면, 무의식의 세계에 깊이 발을 들여놓던 저는 이 공부를 어떻게 활용할까 고민하던 차에 마케팅, 특히 스팸 마케팅에 손을 댑니다. 공부를 제대로 했다면, 스팸 마케팅에 눈 돌리지 않았을 텐데, 당시엔 배움이 부족한지 모르고, 스팸 마케팅이 마지막 대안이라 생각했습니다. 


스팸은 보통 음지를 지향하지요?;;  알음알음으로 그쪽으로 유명한 사람도 만나고, 이상한 프로그램도 사용하고, 밤늦게까지 관련된 글을 찾아보며 눈을 혹사시켰습니다. 어렵게 접근해서 정보를 알아낼수록 뿌듯함은 컸습니다. 새로 나온 프로그램을 구매하면 세상을 다 뒤집을 수 있을 것 같은 생각도 들었습니다.


한동안 스팸에 푹 빠져있다가 주변을 둘러봤습니다. 같이 공부하던 사람들이 하나둘씩 이 바닥을 떴습니다.  뭔가 의미 없는 반복을 하고 있다는 걸 알아챈 겁니다. 시도하는 스팸 전략이 막히면, 돈을 들여서 뚫고, 아이디가 정지되면 또 구매하고,  시간과 돈을 들여서 트래픽은 계속 생기는데, 전진하는 느낌은 없었습니다.


쳇바퀴에서 열심히 달리는 다람쥐 같았습니다. 그리고 쳇바퀴에 발전기를 연결해서 전기를 얻는 사람은 따로 있었습니다. 나는 앞으로 전혀 나가지 못하고 있는데 말이죠. 


‘아, 내가 쓸데없는 일에 시간을 낭비했구나.’ 처음엔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가만 보니, 비슷한 생각을 예전에도 했었습니다. 대학교 다니면서 고시에 2년 넘게 투자하고 포기했을 때였습니다. ‘아 내가 젊은 날을 이렇게 날려 보냈구나.’ 공부가 끝나고 머리에 남은 것도 없었습니다. 바닥까지 떨어진 자존감만 남았을 뿐이었습니다.

후유증이 오래갔습니다. 내가 헛 돈을 쓰고, 헛 강의를 듣는데  2년 넘게 소비했다는 마음이 저를 괴롭혔습니다. 기회비용만 떠올랐습니다. 고시를 그만두고 폐인 비슷하게 돼버리는 사람들이 이해됐습니다. 이대로 가다가는 저도 폐인이 될 것이 분명했습니다.


그래서 정신과 상담도 받고, 심리치료도 받고, 심리 공부, 내면에 대한 공부를 파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면서 저를 괴롭히는 것은 무의미한 시간을 보냈다는 후회였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실패의 낙인을 스스로 찍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것을 극복하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했습니다. 



무의미에서 의미를 찾아내기

‘다 의미가 있는 일이었어.’라고 생각하는 겁니다.  ‘아무 결과도 못 내고, 돈, 시간, 체력을 날렸는데 의미가 있다니 정신 나간 소리 하는구먼.’ 네, 저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저도 처음부터 이유가 있어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 건 아니었습니다.


“일단 의미가 무조건 있다!” 그렇게 믿고 그 이유를 나중에 어떻게든 찾아내는 훈련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제 삽 집들에 의미 부여가 시작되었습니다. 저는 아마 고시에 도전 안 하고 바로 취업했으면, 회사를 다니는 동안 시험에 대한 미련이 계속 남았을 것입니다. 평생을 그런 미련을 갖고 살 뻔했는데, 2년 경험으로 후련하게 떨쳤으니, 다행이었습니다. 이렇게 의미를 굳이 찾아보기 시작한 거죠.


‘좋은 대학 갔는데, 고시 정도는 패스해야지.’ 이런 강박이 대학 생활 내내 존재했습니다. 그런데 고시를 준비하면서 폐인이 되는 사람,  인간성을 잃어가는 사람, 건강을 잃어가는 사람, 합격하고도 행복하지 않은 사람들을 보면서 뭔가가 잘 못 되었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내가 알고 있던 세상이 사실은 정상이 아닐 수도 있겠다. 세상이 정답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이 정답이 아닐 수도 있겠다.’ 고시에 도전하지 않았으면, 저는 이런 깨달음을 훨씬 더 늦게 알았을 것입니다.


초중고등학교의 공부 스트레스를 참아온 것은 딱 하나였습니다. “좋은 대학 가고, 대학 가면 지금 고민 다 해결된다.” 이런 말에 속았다는 생각을 한 번쯤 한 분이 계실 것입니다. 저도 그랬고요. ‘아 대학이 끝이 아니었고, 이제 시작이네..’ 그렇게 한 번 뒤통수를 맞았지만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습니다.


캠퍼스의 낭만이 금방 눈 앞을 가렸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술.. 술.. 술..;; (저만 쓰레기인가요?) 그렇게 세상에 뒤통수를 훤히 내놓은 채 대학생활은 또 쏜살같이 지나갔습니다. 그리고 다시 세상의 목소리에 또 한 번 귀를 기울입니다. ‘취업만 잘하면,, 끝이지.’ ‘시험 합격만 하면,. 이제 걱정이 없을 거야.’


결론은 다들 아실 겁니다. 저는 고시 준비하면서 세상에게 뒤통수를 맞는 선후배를 많이 목격했습니다. 그리고 덜컥 겁이 났습니다. 뒤통수 맞을걸 알고 또 세상의 목소리를 믿어야 하는가? 고민됐습니다. 평생 뒤통수를 맞았다는 걸, 회사를 잘 다니다가 퇴직할 때 아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죽기 전에 아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저는 다행히 고시 준비 동안 이런 고민을 하고, 사건 사고를 목격하고, 다양한 책을 읽으며 간접경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돌아보니 고시 공부를 열심히 안 했네요..) 그래서 저는 시간을 날린 것이 아니라, 오히려 번 것이었습니다. 와우~! 내 인생의 최대 실패, 최대 치욕이라고 생각했던 시간들이 사실은 최고 의미 있는 순간이었다는 것을 발견한 겁니다.



벌어질 일은 벌어진다.

스팸 이야기로 시작했는데요. 마케팅에 관심 있는 아끼는 후배가 있었습니다. 이 후배도 시간이 좀 지나자 자연스럽게 스팸에 눈 뜨기 시작하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일단 말렸습니다. 대신에 이렇게 이야기했습니다. “일주일 고민해보고, 꼭 그쪽을 손을 대야겠다는 생각이 들면, 해라.”


벌어질 일은 벌어집니다. 역시나 해보겠다고 말을 하더라고요. 당연한 일입니다. “그래, 다 의미가 있는 거니까.. 스팸을 해봐야 더 세련된(?) 마케팅의 중요성을 알게 될 거야. 지금은 내가 말려도 계속 그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을 거야.”


그 친구는 꽤 오래 스팸으로 승부를 걸어보다가, 결국에는 저와 비슷하게 스스로 한계를 깨닫고 스팸을 버리고 다시 공부를 했습니다. 시간을 쏟아봤고, 경험해봤고, 그래서 버리고 집중할 수 있게 됩니다. 스팸으로 성과를 내지는 못했지만, 의미가 있는 시간이 된 것입니다.


삽질 경험을 통해 조언을 할 때, 주의할 게 있습니다. “내가 해봤는데 말이야~” 이 말입니다. 내가 해본 것과 그가 해본 것은 다릅니다. 나는 결과를 못 냈지만, 그는 낼 수도 있습니다. 내가 얻은 깨달음이 있고 그가 얻는 깨달음이 다를 수 있습니다. 그래서 말리고 싶은 길이라도, 계속 그가 마음이 끌린다면 해보라고 말합니다. 분명 그 이유가 있기 때문입니다. 직접 경험해봐야지만, 마음에서 내려놓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과거 주역과 관련된 강의를 들으며, '무의미한 시간'들의 진짜'의미'에 대해서 더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주역에서 아무 이유 없이 벌어지는 일은 없다고 했기 때문입니다. 아무 의미 없는 시간이라고 해석하는 사람만 있을 뿐이죠. 자신이 보내온 시간에 의미 없다는 해석만 해온 사람이, 미래를 과연 의미 있게 살 수 있을까요?


대한민국에서 자라면서 느낀 게 있습니다. 결과를 내지 못하면, 수치를 만들지 못하면, 실패라고 쉽게 단정 지어버리는 것입니다. 내가 가본 길이 이랬기 때문에 너는 가지 마. 내가 성공한 길이 이 쪽이니 , 너도 이 길로 가야 해. 이렇게 길을 정해주는 경향도 심해 보입니다. 앞서간 사람들의 발자취를 연구하는 것은 의미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 길이 내 길을 대체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그런 일이 있어서도 안됩니다. 

 


시행착오에서 의미를 발견하자.

저는 10개 정도를 시도하면,  1~2개 정도가 마음에 드는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저도 제가 답답합니다.ㅠ) 그런데 그러다 보니, 지금 시행착오를 겪고 있는 분들에게 해줄 수 있는 이야기가 많아졌습니다. 저보다 훨씬 능력도 있고, 센스 있는 분들이 실패자로 낙인찍혀서 성과를 발휘 못하는 경우를 많이 봅니다. 그분들에게 필요한 것은 시행착오를 겪는 가운데 용기를 불어넣어줄 목소리입니다.


제가 제일 잘할 수 있는 게 딱 이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지금 그들이 하고 있는 시행착오가 얼마나 의미 있는 일인지 설명해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저는 책을 출간한 이후로 거의 매주 그런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의 시행착오가 그들에게 최적화된 성공의 길을 안내할 것이라는 확신을 가질 수 있도록 이야기할 자신이 있습니다. 그들이 지금 겪고 있는 일은 분명 이유가 있고, 의미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믿고 기꺼이 의미를 찾아내는 연습도 꼭 해보시라고 당부드립니다. 그 연습으로 가장 쉬운 게 계속 자신의 기록을 남기는 것입니다. 무자본 창업에 도전하는 분들께 매일 자신을 주제로 모닝 노트를 써보라고 하는 이유, 감사 일기를 써보라는 이유도 거기에 있습니다.  스스로 인생의 의미를 찾아내는 신호를 보낼 때, 인생도 당신에게 화답할 것입니다.


글을 마무리하면서, 질문을 던져봅니다.  당신이 이 글을 읽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분명히 그 이유가 있습니다. 또 의미가 있습니다. 꼭 그 의미를 찾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Ps. 의미 없는 일을 했다는 생각이 들면 자책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의미를 찾아내서 자신이 성장하는 도구로 활용하자는 의미로 글을 적었습니다. 자기변명을 위한 근거로 사용되지 않았으면 합니다. 



PS. 구독해서 자주 제 글을 봐주시길 부탁드려도 될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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