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길 위에서, 마음으로 건네는 편지

by 그라미의 행복일기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먼저 마음을 가볍게 하세요.


무엇을 얻겠다는 욕심도,
무엇을 이뤄야 한다는 부담도 내려놓고 오세요.


그저 걸으며,
산이 들려주는 소리를 들어보세요.


비가 오면 비를 맞고,
안개가 끼면 그 안에 머무세요.
그게 지리산이 가르쳐준 길입니다.


이 산은
누구에게나 공평합니다.


천천히 오르든, 잠시 쉬었다 가든,
결국 길은 당신을 기다립니다.


힘들다고 느껴질 때면,
한 발 멈추어 숨을 고르세요.
그 순간에도 길은 여전히 당신 곁에 있습니다.

지리산은 그런 산이니까요.


나는 이 길을 걸으며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비를 맞으며 나눔의 따뜻함을,
새벽의 어둠 속에서 용기를,
그리고 장터목의 아침에서 쉼의 가치를.

그 모든 시간이 모여
지금의 나를 만들었습니다.


산이 내게 남긴 건
끝내 정답이 아니라,
“괜찮아, 네 길을 가면 돼.”
그 한마디였습니다.


이제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지만,
내 안의 지리산은 여전히 살아 있습니다.


길은 끝났지만,
나는 여전히 그 길 위에 있습니다.


언젠가 또,
다른 계절의 지리산을 만나러 갈 겁니다.
이번엔 조금 더 천천히,
조금 더 나답게.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두려워 말고 오세요.
산은 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곳에서,
당신의 숨결이 바람이 되고,
당신의 걸음이 하나의 노래가 되길 바랍니다.


지리산은 산이 아니라,

마음이 머무는 자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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