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둠 속에서 만난 따뜻한 마음
— 어둠 속에서 만난 따뜻한 마음
첫날의 숙소는 성심원 게스트하우스로 정해두었다.
가톨릭 재단이 운영하는 사회복지시설이라,
조용하고 깨끗할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도착해 보니,
코로나로 외부인 출입이 금지되어 있었다.
매점에서 생수라도 살 수 있을까 물었지만
“죄송합니다, 외부인 출입은 안 됩니다.”
단호한 말에 발걸음이 멈췄다.
날은 점점 어두워지고,
허기와 갈증이 동시에 밀려왔다.
휴대폰 배터리마저 꺼져가고 있었다.
길 위에서 서성이던 내 모습을 본 택시 기사님이 다가와 말했다.
“아가씨, 어디 가요? 얼굴이 벌게졌네.”
나는 상황을 설명했고,
그는 휴대폰을 잠시 충전하라며 차 문을 열어주었다.
“숙소가 정 안 되면 아침재 쪽으로 가봐요.
거기 민박집 있을 거야.”
그의 말 한마디가 그날의 희미한 등불이 되었다.
가르쳐준 방향으로 걷기 시작했다.
길은 생각보다 가팔랐고,
사람 그림자 하나 없었다.
가로등도 없는 시골길
오직 내 숨소리와 바람 소리만이 동행이었다.
휴대폰 배터리는 거의 다 닳아가고
발걸음은 점점 무거워졌다.
그때 멀리서 차 한 대가 올라왔다.
본능적으로 손을 들었다.
“혹시 아침재 가세요?”
“예, 마침 그쪽 가요. 타요.”
차 안의 중년 남성은 경북 말투로 말했다.
“친구가 언제부터 민박을 했지?”
나는 그저 웃었다.
그 말 한마디가 괜히 따뜻했다.
드디어 도착한 집
그러나 안주인은 말했다.
“여긴 공사 중이라 손님 못 받아요. 찾는 집은 아랫마을에 있어요.”
남자는 나를 다시 태워주겠다며 말했다.
“이 밤에 걸어가면 위험해요. 마을까지 데려다 줄게요.”
그 따뜻한 마음에 눈물이 핑 돌았다.
마을에 도착했지만, 그곳의 민박집도 이미 방이 없었다.
“연휴라 방이 다 찼어요. 미안하지만 오늘은 어렵겠어요.”
그때 마침 지나가던 트럭 기사님이 내 사정을 듣고
이곳저곳 전화를 걸어주셨다.
“아이고, 오늘은 방이 없네. 누추하지만 우리 집으로 갈래요?”
순간 머뭇거렸지만, 곧 대답했다.
“네, 정말 괜찮을까요?”
그의 집에 도착하니 놀랍게도
그곳은 조금 전 지나쳤던 ‘길 끝 집’이었다.
낯선 밤, 낯선 사람의 집 문 앞에서
나는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환대를 받았다.
안주인은 나를 위해 방을 내주고 친구가 가지고 왔다며 싱싱한 회와 집 밥을 내주었다.
“여행하다 이런 인연도 있네.”
그 말에 나도 모르게 눈물이 맺혔다.
다음 날 아침,
안주인은 나를 배웅하며 쑥떡을 싸주셨다.
“길에 식당 없을 거야. 허기질 때 이거 먹어요.”
나는 그 쑥떡을 두 손으로 꼭 쥐었다.
그 따뜻한 마음이 하루 종일 나를 밀어주었다.
그날 밤, 나는 깨달았다.
길은 늘 낯설지만 그 길 위에는 언제나 ‘사람’이 있다.
그 따뜻함 덕분에
나는 끝내 길을 포기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