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어둠 속의 불빛처럼

— 지리산에서 만난 사람들

by 그라미의 행복일기

— 지리산에서 만난 사람들


웅석봉 헬기장.
그날은 햇살이 뜨겁게 내리쬐는 오후였다.


잠시 쉬려다 발아래에서 무언가 움직이는 기척이 들렸다.
시선을 내리니, 뱀이었다.

순간 온몸이 굳었다.
산을 그렇게 다녔어도, 실제로 뱀을 본 건 처음이었다.
다행히 녀석은 천천히 몸을 틀어 숲 속으로 사라졌다.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며 나는 생각했다.

‘그래, 길 위에서는 언제나 예측할 수 없는 일이 생기지.’


마을로 내려가는 임도에 이르자
등산복 차림의 중년 남성 네 분이 과일과 간식을 나누며 쉬고 있었다.
그들은 내게 물었다.
“혼자 오셨어요?”
“네, 혼자 걸어요.”
그들은 놀라며 말했다.
“대단하시네요. 혼자라니! 이 길이 쉽지 않은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그중 한 분이 내 동생과 같은 지역 분이었다.

세상은 참 좁았다.
그는 내게 말했다. “숙소 구하기 힘들 거예요.
내려오면 꼭 연락해요. 근처에 친구 별장이 있거든요.”
그 한마디가 이상하게 든든하게 들렸다.


그날
나는 운리에서 덕산으로 향하는 길을 걸었다.
사람은 보이지 않고, 숲은 점점 짙어졌다.
지리산 둘레길은 정말 ‘혼자의 길’이었다.

하지만 그 고요함 속에서
나는 처음으로 마음의 두려움이 옅어지는 걸 느꼈다.


바람 소리, 물소리, 나뭇잎이 스치는 소리.
모든 소리가 마치 내게 말을 거는 듯했다.
“괜찮아, 잘하고 있어.”

그렇게 하루의 마지막 구간을 걸어가는데
낮에 만났던 그분들에게 전화가 왔다.
“지금 어디쯤이에요? 무사히 내려왔어요?”
그들은 이미 하산을 마쳤지만 내 소식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제 거의 다 왔어요.”
“그럼 우리가 데리러 갈게요. 어두우니까 위험해요.”

그 말에 괜스레 눈물이 고였다.
낯선 산길에서, 이름도 모르는 사람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이 고마웠다.


숙소에 도착하니 그들은 이미 도착해 있었다.
“고생했어요. 배고프죠?”
숯불 위에는 고기가 익어가고 있었다.
그날의 저녁은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만찬이었다.


그들은 내게 방을 양보하고
자신들은 거실에서 잠을 청했다.
“혼자 걷는 게 쉽지 않았을 텐데, 이젠 친구가 생겼으니 괜찮죠?”
그 말이 마음 깊숙이 새겨졌다.


다음 날 새벽, 그들이 떠나기 전
주인장이 따뜻한 라면을 끓여주었다.
“오늘은 비가 많이 온다니까, 조심하세요.”
그 걱정스러운 눈빛이 오래 남았다.


그날의 나는 깨달았다.
길이란 결국 사람의 마음으로 이어지는 것이라는 걸.
그들이 건넨 따뜻한 말 한마디가,
그날의 어둠 속 불빛이 되어 나를 이끌었다.

일요일 연재
이전 04화3화|어둠 속의 불빛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