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동의 노부부가 가르쳐준 마음의 온도
“혼자 왔어요?”
“예, 둘레길을 걷고 있어요.”
그 말에 할아버지는 반가운 듯 웃었지만, 뒤이어 나온 할머니의 얼굴엔 미묘한 불편함이 묻어 있었다.
도시에서 온 낯선 여인, 그것도 혼자라니 낯설고 경계심이 드는 건 당연했을 것이다.
할머니는 고사리만 뒤적였다.
할아버지는 할머니가 만든 동동주 라며 한잔 해보라고 했다.
할머니는 밥상을 차려 주셨다. 밥상에 같이 앉았지만 왠지 긴장감이 흘렀다.
할아버지가 한마디 하시면, 할머니는 나참.. 그냥 드쇼. 한다.
나는 괜히 안절부절못하며 식사 후 그릇을 치우고 설거지를 했다.
민박집에서 내가 설거지와 뒤 정리를 해야 했다.
시간이 조금 흐르자 할머니의 표정이 조금씩 풀어졌다.
서툰 대화 속에서도 따뜻함이 스며들었다.
그날의 밥상은 단순한 한 끼가 아니라 마음의 온기를 담은 ‘위로의 자리’였다.
식사 후 마당에 나와 하늘을 올려다보니, 도시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별들이 쏟아질 듯 반짝였다.
“별이 참 반짝이네요.” 내가 말하자 할머니가 대답했다.
“별이 반짝이지~ 별스럽게.”
그러더니 허리를 잠시 펴며 하늘을 바라보시며 덧붙이셨다.
“그 별 참, 밝네.”
그 순간, 나는 느꼈다.
삶이란 결국 이런 게 아닐까.
툭툭 던지는 말속에서도, 오랜 세월을 함께 살아온 사람들의 정과 온기가 배어 있었다.
다음 날 새벽, 할머니는 내게 따뜻한 아침과 간식으로 먹으라며 쑥떡을 챙겨주셨다.
“이 길은 길어요. 허기질 때 먹어요.”
그 말이 어쩐지 마음을 울렸다.
길 위에서 사람을 만난다는 건, 단순히 인연이 아니라 ‘삶의 선물’을 받는 일이다.
나는 다시 배낭을 메고 길을 나섰다.
멀어지는 민박집 처마 끝에 할머니가 손을 흔들고 계셨다.
그 모습이 오래도록 가슴에 남았다.
지리산 둘레길에서 배운 건 단순히 걷기의 기술이 아니라,
‘사람을 품는 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