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화. 아무도 없는 길

by 그라미의 행복일기

아무도 없는 숲길을 걸을 때면, 가끔은 무서웠다.
뒤에서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릴 때마다 심장이 쿵쾅거렸다.
하지만 뒤돌아볼 용기는 없었다.
그 소리가 무엇인지 모를 때의 두려움은 생각보다 컸다.


나중에서야 알았다.
그 소리는 대나무가 바람에 흔들리며 내는 소리였다.
이제는 그 소리조차 낯설지 않다.
두려움이 익숙함으로 바뀌는 데에는,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가끔은 사람보다 자연이 더 크게 말을 걸었다.
스치는 바람, 흔들리는 나뭇잎, 빗방울이 흙길 위에 떨어지는 소리.
그 모든 것이 “괜찮다, 계속 걸어라”라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


어르신들이 ‘재’라고 부르는 고갯길을 오를 때면
숨이 턱까지 차오르고 다리가 후들거렸다.
“왜 이 길을 걷고 있지?” 하는 생각이 들다가도,
문득 나뭇잎 사이로 쏟아지는 햇살을 보면
그 모든 의문이 사라졌다.


햇살이 참 좋았다.
풀잎 끝에 맺힌 이슬이 반짝이고,
새소리가 들릴 때면
나는 벤치에 누워 하늘을 바라보았다.
바람이 얼굴을 스칠 때,
“그래, 이래서 길을 걷는 거야.”
그 한마디가 마음속에서 흘러나왔다.


혼자 걷는 길이었지만

그 길 위에서 나는
수없이 많은 ‘나’를 만났다.


겁 많던 나
주저하던 나
그리고 조금씩 단단해지는 나

길은 언제나 그 자리에 있었다.


내가 멈춰 서도, 길은 묵묵히 나를 기다려 주었다.
그래서 두렵지 않았다.


이제는 알 것 같다.
아무도 없는 길이라도,
그 속에는 언제나 나를 지켜보는 ‘세상의 온기’가 있었다는 걸.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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