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은 잠시 멈춘 그 자리에 있었다 – 금정산에서
오랜만에 산을 찾았다.
집 근처에는 백양산과 금정산 등 부산의 이름난 산들이 있다.
그중 금정산은 부산에서 가장 높은 산으로, 최고봉인 고당봉(801m)을 품고 있다.
고당봉은 내가 처음으로 ‘100대 명산에 도전하겠다’고 다짐했던 곳이다.
그래서일까.
무언가 새로 시작하려 하거나 마음이 복잡할 때면 자연스레 이곳을 찾게 된다.
오늘도 그랬다.
9월의 햇살은 뜨겁게 내리쬐었고, 오르는 길은 쉽지 않았다.
몇 번이나 “그만 돌아갈까?” 하는 마음이 들었지만
오늘만큼은 산에 나를 온전히 맡기기로 했다.
제4망루대에서 주먹밥을 꺼내 먹으며 잠시 숨을 고르고,
다시 힘을 내어 걸음을 옮겼다.
산은 늘 그렇다.
힘들다 하면서도 결국 또 발걸음을 내딛게 만든다.
고당봉으로 이어지는 오르막길은 땀을 쏟게 했지만,
정상에 닿자 시원한 바람이 옷과 마음을 한꺼번에 식혀 주었다.
눈앞에는 끝없이 펼쳐진 하늘과 도시의 풍경이 시원하게 펼쳐졌다.
평소 같으면 인증 사진만 찍고 서둘러 내려갔겠지만
오늘은 달랐다. 정상에서 한참을 머물렀다.
외국인 여행객들이 웃으며 기념사진을 찍었고,
중국인 커플은 내게 사진을 부탁했다.
나는 손짓, 발짓으로 포즈를 알려주며 웃었다.
그 순간, 낯선 이들의 고맙다는 인사 속에서
내 마음도 따뜻해졌다.
정상 아래 바위틈에 앉아 등산화를 벗었다.
빨갛게 달아오른 발을 바라보며,
며칠 동안 고생한 나에게 미안함과 고마움을 전했다.
문득 생각이 스쳤다.
“사는 게, 행복이라는 게 별거 있겠어?
이렇게 정상에 올라 바람을 느끼고, 하늘을 바라보고
내가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며 잠시 쉴 수 있는 것, 그게 행복이지.”
그동안 나는 늘 해야 할 일
이루어야 할 것, 놓치지 말아야 할 것들로 마음을 채우며
멀리서만 행복을 찾으려 했던 것 같다.
오늘 금정산 정상에서 깨달았다.
행복은 이미 내 안에 있었다.
잠시 멈추어 서고, 바람을 맞으며,
고요히 풍경을 바라보는 그 순간에.
오늘 내가 찾은 나만의 금맥은 그것이었다.
산 정상의 고요함, 잠시 쉬어가는 그 시간이
곧 내 삶의 행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