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에필로그. 길은 계속된다

by 그라미의 행복일기

여정을 마치고 돌아온 지 며칠이 지났다.
하지만 몸은 집에 있어도,
마음은 아직 설악의 능선 어딘가를 걷고 있는 듯하다.


그곳의 바람,
봉정암의 종소리,
오세암의 차분한 미소,
낙산사에 내리던 잔잔한 빗소리까지—
모든 장면이 여전히 마음 안에서 살아 움직인다.


길 위에서는 늘 배운다.
내가 얼마나 약한 사람인지,
그럼에도 얼마나 단단해질 수 있는 사람인지.


산은 묵묵히 나를 비추는 거울이었다.
그 안에서 나는 두려움도, 사랑도, 인내도,
그리고 ‘함께 걷는 것의 의미’도 배웠다.


남편과 함께한 이 길은
그저 산행이 아니었다.
서로의 삶을 한 번 더 확인하는 여정이었다.
가파른 구간에서는 내가 먼저 손을 내밀었고,
내려오는 길에서는 남편이 뒤에서 조용히 받쳐주었다.
그렇게 우리는 서로의 빛이 되어 걸었다.


길은 늘 나를 다시 시작하게 한다.
하루를, 한 달을, 그리고 인생의 다음 장을.
그래서 나는 또 걷고 싶다.
바람이 부는 방향으로,
내 안의 목소리가 이끄는 길로.


언젠가 이 설악의 길을 다시 걸을 때,
오늘의 나보다 더 단단한 내가
그 길 위에 서 있기를 바라본다.




감사의 글

이 길을 함께 걸어준 남편에게 고맙다.
힘들다고 투덜대던 순간에도
결국 끝까지 나와 같은 하늘 아래 있었다는 것,
그 사실 하나로 충분히 감사하다.


그리고 마음으로 함께 걸어준 모든 이들에게—
걷는다는 건 결국 ‘삶을 사랑하는 일’이라는 걸
다시 배우게 해 주셔서 고맙다.


마지막으로,
이 글을 끝까지 읽어준 당신에게
조용히 인사를 전하고 싶다.


당신의 삶에도
지금 이 순간,
따뜻한 바람 한 줄기가 불어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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