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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동 Jan 14. 2022

하트 커피 로스터스 Heartroasters

포틀랜드 속 스칸디나비아

커피 이야기가 나오면 종종 농담 삼아 이런 말을 합니다. ‘내 마음의 고향 에티오피아’ ‘제2의 고향 포틀랜드’ 저는 에티오피아 커피를 좋아하고, 포틀랜드의 커피 문화를 사랑하기 때문이죠. 홍대나 성수가 카페로 유명한 것처럼 미국도 커피로 유명한 지역이 몇 있습니다. 브루클린, 시애틀, 포틀랜드도 그렇죠. 한국에서도 이미 유명한 Stumptown, 스타벅스의 롤 모델 Peet’s Coffee, 도안에서 수입하는 Heart Coffee Roasters(이하 하트)도 포틀랜드에 있어요. 오늘은 하트에 관해 간략히 다뤄볼 겁니다.

심장을 모신다


2009년 문을 연 하트는 현재 포틀랜드에서만 3개의 매장을 운영 중입니다. 앞서 열거한 두 로스터리와의 차이점은 역시 커피 스타일이에요. 스텀프타운이나 피츠나 어느 정도 배전도가 있는 로스터리들입니다. 비단 그 두 곳만 그러하진 않고요, 미국 내 로스터리 대부분은 라이트 로스팅과는 거리가 먼 커피를 선보입니다. 하트는 좀 달라요. 생두 본연의 맛과 클린 컵을 살려서 커피를 볶아요. 이런 커피 스타일을 보고 노르딕 로스팅이라고 통칭하는데요, 미국에서 노르딕을 논하자니 웃기죠? 아니나 다를까 하트의 대표 Wille의 2012년 인터뷰를 보면 커피 콜렉티브와 팀 윈들보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비록 스칸디나비아반도는 아니지만 커피는 한마음 지구촌이네요.

하트의 지향점은 생두 선택에서도 여실히 드러납니다. 워시드 커피를 골라 로스팅해요. 내추럴은 말도 못 꺼내고요, 애초에 Wille는 내추럴 프로세스를 싫어합니다. 클린하지 못하다는 이유로요. 그래서인지 원두 이름에 프로세스를 써두지도 않습니다. 워시드 프로세스가 디폴트라 그렇겠죠? 하트가 내추럴 커피를 출시한다면 그건 그것대로 뉴스일 것 같습니다.

최근 온두라스 Benjamin Paz 게샤나 멕시코 José Arguello 게샤처럼 품종 빨(?) 세우는 특이점이 생겼습니다. 심지어 멕시코 게샤는 허니 프로세스입니다. 호랑이해를 맞아 안 하던 걸 하는 거 보니 Wille는 호랑이띠가 아닐까 잠시 생각해 봅니다. 아무튼, 원래는 품종보단 가성비 좋은 생두를 주로 취급했습니다. 그중에서도 저는 케냐가 제일 좋았어요. 일단 하트의 케냐는 흔하지 않습니다. Nyawira, Ichuga, Gachuiro, Spikes. 전부 하트를 통해 알게 된 프로세스 스테이션입니다. 커피 맛은 더해요. 망고, 화이트 커런트, 재스민. 셋 중 하나만이라도 케냐 커피의 테이스팅 노트에 적혀있으면 ‘뻥을 쳐도 적당히 쳐야지’라고 할 수준인데요. 하트에서 매년 볶는 Kenya Nyawira AA는 셋 다 가졌습니다. 저도 처음엔 믿지 않았습니다. 마셔보니 웃깁니다. 왜 이런 맛이 케냐에서 나는 걸까요? 그만큼 하트에겐 케냐가 각별합니다. 하트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면 ‘VIDEOS’ 카테고리에 Kenya를 따로 두었을 정도니 말 다했죠. 케냐 뜨면 사먹으시란 이야기입니다.

형형색색의 원두 정보


하트의 국내 공식 디스트리뷰터, 카페 도안의 이건민 대표는 2018년에 하트를 처음 접했습니다. “지금은 퇴사한 전 직원의 강력 추천으로 처음 주문했어요. 그때는 해외 커피가 한국 스페셜티 커피 신을 강타하기 전이었습니다. 충격 그 자체였죠. 그러다 2019년에 메일을 보내 계약을 맺고 직접 수입하게 되었어요.” 이후 3년이 흘렀고, 여전히 좋은 관계를 유지 중입니다. 지난 12년간 케냐, 에티오피아, 콜롬비아, 온두라스, 멕시코, 브라질 그리고 과테말라의 프로듀서들과 끈끈한 인연을 이어오고 있는 Wille 대표. 제조사와 수입사 사이로 만난 하트와 도안의 넥스트 레벨도 그러하리라 기대해 봅니다.


� 처음 보는 커피 노트들이 있어 무슨 맛일지 상상하기 힘들 때가 있죠. 그럴 때는 원두 정보가 적힌 칸이 무슨 색인지 확인해 보세요. 커피 노트에서 연상되는 색을 이용해 디자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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