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muSicEssay

Lush Life

목적 없던 삶의 흔적들...

by 나의기쁨

"자네 나이가 몇인가?"

"23살입니다."

홍대에 있던 어느 재즈 클럽에서 혼자서 맥주 한잔 하면서 음악을 듣던 내가 어떤 나이 지긋하신 분이 대뜸 물어봐서 반사적으로 내 나이를 말했다.


당시에 막 군대를 제대한 때라 머리도 짧았고 상당히 어색하게 맥주를 한잔 하던 내가 신기해 보였는지 아니면 이상해 보였는지 궁금하신 게 아닌가 싶었다.


"오! 그래? 근데 이런데서 혼자 재즈를 들으면서 있기엔 나이가 너무 어린데?"

"...."


그렇다. 97년도에 치열했던 (?) 한창 시절을 지나 첫 대학생이라는 자유의 신분을 획득했던 그때까지도 사실 내 주위에 재즈를 듣는 사람은 없었다. 언제나 그랬듯이 90년대 너바나의 등장과 펄 잼 같은 그런지/얼터너티브 락 음악이 주류를 이루던 시대에 난 헤비메탈과 익스트림한 데스메탈에 이르기까지 나름 음악을 듣던 넘이라는 소리를 듣긴 했지만 그 당시에도 락은 많이 들었어도 재즈를 듣던 친구는 못 봤다. 클래식을 듣는 묘한 친구 몇몇을 제외하곤 말이다.


"하긴 그렇지. 재즈를 듣는데 나이가 무슨 상관인가? 그래 재즈는 어떻게 듣게 된 건가?"

"글쎄요....."


마침 재즈 클럽을 울려 퍼진 음악소리가 꺼지고 색소폰 콰르텟이 라이브를 하기 위해 올라오면서 우리의 대화는 그렇게 끝이 났다.


참 잘 생겼다!!!
sticker sticker


대학교 올라오면서 베이스 들고 밴드도 들락날락 거리기도 했지만 고등학교 때 접했던 Jaco Pastorius는 분명 음악을 듣는데 큰 영향을 끼쳤다. 16비트의 근음 셔틀로만 인식했던 베이스 연주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안겨줬지만 어쨌든 재즈라는 음악은 마치 와인을 마시는 거 같았다. 남들이 소주 할 때 나는 와인 한잔? 남들과는 다른 음악을 듣는다는 그 묘한 쾌감 같은 거...


그때만 해도 분명 난 Charlie Parker 추종자였다. 딸랑 'Donna Lee' 한 곡으로? 사실 Miles Davis의 곡인데도.


앞에서는 라이브 연주가 한창 뜨거울 때 나는 문득 대학교 1학년 시절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매일 매일 술로 이어가던 대학시절, 목표라고는 그저 지금의 자유를 만끽하는 것 정도로 여기며 그날도 술 약속이 있었다. 비 오는 날 친구 몇몇이랑 먼저 대학로로 향해 멋을 부린다고 들어간 어느 커피숍에서 들려오던 그 곡을 듣던 그 순간은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색소폰 - 트럼펫 - 피아노 - 베이스 - 드럼 Quintet 구성으로 담백하면서도 자조적인 연주가 너무나 인상적이어서 숙기 없던 내가 어느 예쁜 여직원한테 용기를 내서 물어본다.


"지금 흘러나오는 곡이 뭐예요?"


아마도 그녀는 내가 작업을 건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잠시만요. 저도 몰라요. 카페 주인아저씨가 틀어놓는 거라..."


1분도 채 안 되는 시간임에도 마치 오랜 시간을 기다린 듯한 시간이 흐르며 알게 된 건 John Coltrane의 'Lush Life'


순간 정적을 깨며 내 머릿속으로 박수 소리가 들려왔다.


스테이지에서 예정된 라이브가 끝나고 밴드가 내려오면서 청중들은 박수를 보낸다.


늦은 시간, 군대 제대 이후 나에게 주어진 자유를 누리며 막차를 타고 가던 그 순간 난 마치 'Lush Life'같은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무거움에 전철을 타고 집으로 향하고 있었다.


cover.jpg


John Coltrane

<Lush Life>

Prestige/1958


John Coltrane - Saxophones

Earl May - Bass on #1-3

Arthur Taylor - Drums

Donald Byrd - Trumpet on #4

Red Garland - Piano

Paul Chambers - Bass

Louis Hayes - Drums on #4

Albert "Tootie" Heath - Drums on #5


1. Like Someone In Love

2. I Love You

3. Trane's Slo Blues

4. Lush Life

5. I Heare A Rhapsody


이 작품은 두 번의 세션을 통해 녹음된 작품이다.

첫 번째 1번에서 3번 트랙까지는 트리오로 진행되면 4번째 트랙은 Quintet 그리고 마지막 곡은 Quartet으로 진행된다.


Rudy Van Gelder의 스튜디오에서 세션이 있던 당일 피아니스트가 없어 그가 존경하던 Sonny Rollins에 대한 오마주로 피아노가 없는 트리오 진행으로 연주되고 그 이후의 곡들은 예정되로 진행되었다고 한다.


초기 John Coltrane은 이 작품에서 이미 완성형의 연주자로서의 면모를 맛볼 수 있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