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muSicEssay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의기쁨 Jun 16. 2016

Satin Doll

어제 했던 이야기들

2001년 봄에서 여름으로 걷고 있는 그 시간에 나의 기억으로는 비가 왔던 거 같다.

제대 후 한동안 아르바이트하면서 같이 일하던 친구가 새벽에 전화를 했다.

그냥 술 한잔 하자는 거였다. 물론 친구들은 다 제대했는데 이 친구는 이제야 군대를 가니까 심정이 찹찹했나 보다.


"친구들끼리 바다로 놀러 가자고 했던 거 말이야."

"왜? 못가?"

"아니 그게 아니고 내가 어제 소개팅을 했는데 이틀 후에 우리 동네로 온다고 하더라고. 그래서 동네 친구들이랑 같이 술 한잔 하고 싶다고 하네?"

"오~~ 군대 갈 넘이 능력 좋다. 여자 친구를 사귀고 말이야?"

"근데 문제는 내가 군대를 가야 한다는 걸 얘가 모른다는 거야. 그래서 말인데 친구들 만날 때 니가 Q랑 K에게 군대 얘기는 하지 말라고 좀 해주라. K가 가장 걱정된다."


술집 창 밖으로는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다. 내 앞에 친구 녀석은 친구들이랑 바다로 놀러 갈 때 소개팅에서 만난 여자가 맘에 들었는지 같이 데려가고 싶은 모양이다. 이런저런 이야기들 하고 새벽 늦게 집에 들어와서 잠을 청했다.


역시나 점심 즈음에 일어났다. 나는 Q와 K에게 어제 했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입단속을 했다. 그리고 그다음 날 그녀와 함께 나의 친구가 등장을 했다. 4명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니 어느덧 술잔이 꽤 돌았다. 운전병 출신이었던 K가 자동차 얘기를 하다가 갑자기 군대에서 자동차와 관련된 에피소드를 들려주기 시작했다. 내가 중간에서 끊고 이 친구를 데리고 나갔어야 했는데 사단이 벌어진 것이다.


K왈,

"야! 너 이제 군대 가면 힘들겠네~~~"


그리고는 그녀가 내 친구에게 군대 안 갔냐고 말을 했는데 한동안 침묵의 시간이 흘렀다. K는 자신이 한 말이 걸렸는지 고개를 숙이고만 있었다.


그렇게 술자리는 끝나버린 것이다.


Jimmy Smith - Satin Doll (1965년 음반 Organ Grinder Swing)


입담이 좋았던 내 친구는 그녀를 잘 달래서 결국에는 친구들과 함께 여름 바다를 갔다.

그 해 여름 바다에 대한 나의 추억은 아주 'Swing'했다.


<Organ Grinder Swing>은 Jimmy Smith의 음반 중 내가 손에 꼽는 음반이다. 진득하면서도 경쾌한 그의 연주와 Kenny Burrell의 따뜻한 기타 연주가 감성을 묘하게 건드린다.


뭐 항상 하는 말이지만 오늘 같은 날씨에 딱 듣기 좋다.

매거진의 이전글 Forest Rai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