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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Foolish Heart

어쩌면 나는 바보였는지도 모른다. 

by 나의기쁨 Mar 05.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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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른한 일요일에는 꼭 떠오르는 노래가 하나 있었다.

아주 오래전부터 좋아했던 '어떤 날'의 '오후만 있던 일요일'이라는 곡이었다.


이상하리만치 일요일 오전은 기억이 나지 않을 때가 많다. 

분명 교회를 갔다 온 것은 사실이지만 마치 그 시간은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영롱한 기타와 우울한 듯한 분위기에 흐르는 목소리가 나른한 오후와 마주하며 묘한 느낌을 줬기 때문이다.



전화가 왔다.

그날은 친구의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며칠간 친구를 도우고 아침에 있을 운구 때문에 새벽 늦게 쉬고 있었다.


"왜 전화를 이렇게 안 받아?"

그녀의 전화였다. 무언가가 화가 나있는 듯했다.


"미안해. 정신이 좀 없어서.."

"무슨 일 있는 거야?"


나는 이제야 정신이 좀 들었는지 자초지종을 얘기하기 시작했다.

한심하다는 듯한 그녀의 한숨 소리가 저 멀리서 들려왔다.


"에휴.. 그런 일이 있으면 오빠가 먼저 전화를 해줘야지. 그래야 내가 걱정 안 하고 그런 일에 대해서 이해를 해주고 방해되지 않게 전화도 안 하고 할거 아냐? 오빠는 그게 문제야. 어떤 일이 있으면 먼저 양해를 구하면 되는데 그게 그렇게 힘들어? 전화 한 통이면 될 텐데.."


그러고 보니 나는 며칠 동안 전화기를 신경 쓰지 않았다.

나의 단점 중 하나는 1분만 투자하면 되는 일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냥 뭐 이해하겠지 이런 식으로 넘어간다.


한통의 전화로 이러이러한 일이 있으니 내가 전화를 못 받을 수 있을 거 같다는 이야기만 했어도 그녀가 화내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며칠 동안 연락이 두절돼서 너무 걱정되었다는 그녀.

그녀는 나의 밀어붙이는 추진력에 좋아했다고 하지만 이런 사소한 건 정말 이해할 수 없다고 한다.

상황이 이러하면 고칠 만도 한데 이런 나의 성향은 꽤 오래전부터 그래 왔다.


아마도 고치지 못할 것이다. 왜냐하면 나는 바보이기 때문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수많은 많은 남자들이 이렇지 않을까????????

(아니라는 거 잘 안다...)


Ralph Towner - My Foolish Heart (2017년 음반 My Foolish Heart)


Ralph Towner의 음악은 뭐랄까? 나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화려하거나 기교가 넘쳐서 그런 것이 아니다.


심플하면서도 간결한 연주. 그 속에서 사람의 마음을 건드리는 그 깊이가 느껴지기 때문이다.


오늘 일요일 오후는 정말 이런 느낌이었다.

그중에 'My Foolish Heart'는 일요일 오후 내내 듣고 있었다.

하루를 마무리하고 새로 시작되는 한주를 맞이하기 위해 늦은 저녁 잠깐의 쉼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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