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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trakan Café

상실의 시대

by 나의기쁨 Jan 10.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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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은 이국적인 풍경으로 가득했다.


자신을 찾는다는 핑계로 정처 없이 떠돌던 마티아스는 이국적이고 이름을 알 수 없는 이 곳으로 흘러들어왔다.


"이 곳은 어디입니까?"


지나가는 사람한테 물어보지만 묘한 시선으로 그를 응시하더니 휙하니 자신의 갈길을 간다.

문득 그는 굳이 물어볼 필요가 있나 싶었다. 지금까지 그는 흘러가는 데로 길을 걸어왔기 때문이다.

확실한 것은 그가 지금까지 걸어보지 못했던 '그 어디'일 테니까.


이방인이여!


어디선가 자신을 부르는 듯한 목소리가 저 넘어에서 들려온다.

주위를 둘러보다 마티아스는 어느 한 곳으로 시점을 집중한다.


이방인이여. 이곳으로 들어오게나.
어느 누구도 이방인의 질문에 답을 해줄 수 없다네.
그 이유를 내가 설명해 주고자 하네.


무언가에 홀린 듯 그는 목소리가 들려온 한 카페 안으로 들어갔다.

희뿌연 연기가 가득한 그곳.

물담배를 피우고 있는 한 노인을 만난 마티아스는 그에게 물어봤다.


"선생님이시여. 저를 부르신 분이 선생님이십니까?"

"그렇다네. 이리 앉게"


머리가 하얀고 주름이 깊게 파인 그 노인은 신기하게도 투명하고 잔잔한 깊은 호수와 같은 눈을 가지고 있었다.


"자네는 여기가 어디라고 생각하나?"

"글쎄요. 정처 없이 길을 따라오다 보니 이곳으로 흘러 들어왔습니다. 이곳은 어디입니까?

그리고 왜 사람들이 저의 질문에 대해 답을 줄 수 없다고 말씀하셨습니까?"


한참의 정적이 흘렀다.

이윽고 그 노인은 대답하길,


"왜 사람들이 이방인의 질문에 답을 해줄 수 없는지는 생각해 봤나?"

"아니오. 생각해 본 적이 없습니다."


"마치 무언가를 찾아 헤매는 듯하네. 하지만 이방인은 '그' 무언가를 찾긴 했는가?"

"그렇지 않습니다. 그래서 계속 찾아 헤매는 중입니다."

"그렇다면 이방인은 영원이 '그 무엇'을 찾을 수 없다네."


마치 말장난을 하듯 주고받는 이 대화가 마티아스는 너무나 불편했다. 하지만 그는 대답을 얻고 싶었다.


"그 이유가 무엇입니까? 왜 찾을 수 없다고 장담하시는지 궁금합니다."


그 노인이 깊게 물담배를 들이마시고 내뱉으면 풍기는 그 독특한 향취가 한동안 그를 자극하더니 그 노인이 대답을 했다.


"그 이유는 하나일세.

이방인이 찾고자 하는 자아는 지금까지 걸어온 그 길 위에서 항상 함께 하고 있었다네.

자네는 애써 외면하고 있는 게 아닌가?

어느 누구도 이 곳이 어디인지 답을 줄 수 없는 이유는 이방인이 더 잘 알고 있기 때문일세.

그렇게 찾고자 하는 '그 무엇'이 어디 먼 곳에 있는 게 아니라네.

바로 자네 옆에 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네."



마티아스는 마치 무언가에 크게 부딪친 듯한 느낌을 받았다.



"손님이 주문하신 홍차가 나왔습니다."

정신을 차린 마티아스는 홍차를 기다리는 그 짧은 순간 자신이 꿈을 꾼 것이라는 것을 알아차린다.


홍차를 넌지시 쳐다본 마티아스는 황급히 가방을 메고 밖으로 나왔다.

그는 문득 잠시 머물던 카페가 궁금해졌다.

그곳은 'Astrakan Café'.


훗. 다시 집으로 가야겠어. 그러고 보니 참 멀리도 돌아왔네.

Anouar Brahem Trio - Astrakan Café (1) (2000년 음반 Astrakan Café)
Christoph Stiefel & Lisette Spinnler - Astrakan Café (2012년 음반 Bima Sakti)


Anouar Brahem을 알게 된 건 ECM에서 발매되었던 <Astrakan Café>때문이었다.

독특하고 이국적인 음악, 재즈와 월드 뮤직의 그 중간 어디에 있는 듯한 그 향취는 확실히 매력적이었다.

Enja에서 발매된 <Dream Of The Camel>를 통해서 팬이 된 스위스 출신의 피아니스트 Christoph Stiefel의 음반 중 여성 보컬리스트 Lisette Spinnler와 듀오로 발표한 음반에 수록된 'Astrakan Café' 역시 너무나 매력적이어서 한동안 무언가에 홀린 듯 들었던 기억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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