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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요청

하지만 얼마든지 들어줄 수 있는 요청  

by 나의기쁨 Feb 27.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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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아마도 정말 친한 친구의 요청일 것이다.


그중에 가장 난감한 것은 돈 빌려다는 요청.

만일 정말 내 생애 끝까지 가고 싶은 친구가 돈을 빌려달라는 요청이 온다면 선택을 해야 한다.


단호하게 돈을 빌려주지 않거나 '없는 돈이다'하고 빌려주거나


액수가 적다면 그냥 진짜 그 녀석이랑 비싼 양주 사 먹었다고 생각하고 끝내면 되지만 큰 액수일 경우에는 정말 난감하다. 


나에게도 그런 경우가 있었는데 나는 단호하게 거절하는 선택을 했다.

물론 빌려주고 싶어도 돈이 정말 없었다는 것이 함정이긴 하지만 암튼 그 이후에  친구가 그렇게 고심했던 일이 잘 풀려버린 케이스라 돈이 필요 없어지게 된 경우였지만 내 친구였던 k의 경우에는 정반대였다.


내 기억에는 2000년 중반으로 기억한다.

대기업에 취업했던 k는 항상 나에게 자랑을 했던 친구가 있었다.


"그 녀석은 말이야. 내 인생을 함께 할 수 있는 멋진 친구야!"


가끔은 궁금하기도 했던 그 친구를 술자리에서 만났는데 딱 꼬집어 말하긴 힘들지만 인간적이고 매력적인 친구로 기억한다.


그리고 자세한 내막은 모르지만 그렇게 함께 술도 마시고 했던 k와 그 친구는 연을 끊었다. 그리고는 언제부턴가 k는 술자리에서 그 녀석을 욕하기 시작했다.


"아니. 돈 빌려준 넘이 죄인이더라고. 돈 빌려간 넘은 아주 그냥 당당하고 떳떳한데 내가 그 돈 받으려고 빌빌대면서 부탁까지 해야 하냐 말이지"


1천5백만 원은 결코 작은 돈이 아니다. 2년 안에 갚겠다던 그 친구의 약속과는 다르게 k가 그 돈을 받기까지 무려 9년이 걸렸다. 당시 k는 결혼 자금이 필요했고 2년이 지나 4년이 넘어가도 갚으라고 하지 않았다가 급전으로 아마 그 친구에게 요청을 했던 모양이지만 그 친구는 생각이 좀 달랐던 모양이다. 암튼 자세한 이해관계는 그 둘만이 알겠지.


하지만 친구의 우정을 어디 돈과 비교할 수 있을까...


가끔 k는 이런 말을 한다.

그냥 2년이 걸리든 6년이 걸리든 10년이 걸리든 그 녀석은 왠지 다 갚았을 거 같았는데 그냥 가만히 있을걸 그랬나?


거기다 대고 '이미 엎질러진 물'이라고 말하기도 뭐하고 거참!


Michael Adkins Quartet - Hard Request (2018년 음반 Flaneur)


글고 보니 k가 결혼할 때 나는 5백만 원을 빌려줬다. 결혼하자마자 축의금에서 바로 떼어서 갚더라.




Michael Adkins는 캐나다 출신의 테너 색서폰 주자이다. 2008년에 그는 Hat Hut을 통해서 Hat Hut 레이블의 데뷔작이자 자신의 정규 두 번째 작품인 <Rotator>를 발표하면서 평단과 재즈 팬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은 뮤지션이다. 그 해에 그는 그 음반에 참여한 베이시스트 John Hebert 대신 Larry Grenadier와 함께 Russ Lossing-Paul Motian으로 이어지는 리듬 섹션과 함께 뉴욕의 Avatar Studio - 음반 뒷면에는 Avetar Studio라고 적혀 있다. 오타인가? - 에서 녹음을 했다. 그리고 10년이 지나 올해 2018년에 그 음반이 발표되었다. 


10년이 지난 지금에서 이 음반이 발표된 이유가 무엇일까?


뭐 어쨌든 지금은 고인이 되신 Paul Motian의 숨겨진 연주를 들을 수 있어서 좋기도 했고 같은 시간대에 녹음했던 <Rotator>를 상당히 멋지게 들었던 터라 비교 대상이 되는 음반이라 여러모로 듣는 재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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