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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muSicEssay

반딧불...

마치 도시 속의 네온사인 같은 순간들

by 나의기쁨

아주 어릴 적 우리 아버지는 가족을 데리고 여행을 자주 다녔다.

바다로 산으로 계곡으로 강으로 자주 다니며 이곳저곳 우리를 데리고 설명도 해주시고 하셨다.


호기심이 많았던 우리들은 계곡의 어느 곳의 밤에 하늘을 날아다니는 불빛을 보며 소리를 질렀다. 사실은 그냥 공중이었지만 어두웠고 작았던 우리에게는 하늘처럼 느껴졌다.


"우왕! 형광 스티커가 하늘을 막 날아다닌다"


당시 형광 스티커를 별 모양으로 잘라 방에 붙여두었는데 마치 그 형광 스티커가 하늘을 날아다니는 모습이었다. 아버지는 우리에게 저것은 반딧불이라고 설명해 주셨다.

그것을 신기하게 바라보는 우리 삼 남매를 아버지는 따뜻한 눈빛으로 보고 계셨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본 반딧불은 내 생의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본 반딧불이다.

시간이 흘러 중고등생이 되고 대학생이 되고 어른이 되어갈수록 반딧불을 굳이 찾으러 다닐 생각은 해 본 적이 없다. 어쩌면 어른이 되면서 사라진 그 순수함과 함께 내 주위에 있던 반딧불도 사라져 간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있다. 그 반딧불은 어느덧 도시의 네온사인으로 변한 게 아닐까 하고 말이다.


Eri Yamamoto Trio - Firefly (2013년 음반 Firefly)

Eri Yamamoto의 연주는 전통적인 스윙과 비밥, 그리고 현대적인 감각을 잘 어우르는 일본 여성 피아니스트이다. 뿐만 아니라 William Parker 같은 뮤지션들과 협업과 끊임없는 음악적 교류를 통해 자신의 음악적 영역을 넓힌 뮤지션이다.


David Ambrosio와 Ikuo Taekuchi는 오랜 기간 그녀와 함께 호흡을 맞추고 있는 베테랑 뮤지션들이다. 음악적인 믿음과 탄탄한 호흡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그녀의 트리오 연주 중 'Firefly'는 이상하게 오늘 밤이 내게 주는 분위기와 너무나 잘 어울린다.


그나저나 예전에 봤던 그 수많은 반딧불은 도대체 어디로 간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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