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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ith

그 단어의 무게...

by 나의기쁨

누군가를 믿는다는 것이 요즘에는 쉬운 일은 아닌 거 같다.

최근에 가족끼리도 그 믿음을 배신하는 경우를 나는 보았다. 특히 우리 아버지의 경우를 보면서 가족끼리도 못 믿는 세상이 온건가라는 생각을 최근에 하고 있다.


믿음이라는 말.

그 단어에는 상당한 무게가 있다. 특히 친구 사이에서 이 믿음은 그 무게가 더해진다.


문득 예전에 그 믿음을 저버린 친구 한 명이 떠오른다.

군대 제대한 2000년도 중후반 '아이러브스쿨'의 인기는 대단했다. 그렇게 잊고 지냈던 초등학교 동창들을 만나면서 자연스럽게 가까워진 친구들.


그중에 붙임성이 참 좋았던 R은 언제나처럼 술자리를 마주하면 친구들과 싸우기 일쑤였다. 이유는 모른다. 뭐가 그리 불만이 많았는지 술만 마시면 항상 말싸움을 하곤 한다.


그리고 언제나처럼 MSN 메신저를 통해서 중립적인 입장을 고수하는 나에게 한마디 툭 던진다.


어제 일 말야? 너는 이해하지? 쪼잔한 J 녀석! 친구끼리 그럴 수 있지 않냐?


항상 똑같은 레퍼토리이다. 솔직히 나는 그의 그런 행동을 이해하진 못했다.

그래도 그 녀석 말대로 친구니까 이해하고 넘어갔다.


하지만 사건은 엄한대서 일어났다.

친구 R과 T는 작은 의류 사업을 하기 시작했는데 당시 일이 잘못돼서 돈 문제가 발생했다. T는 R로부터 적잖은 돈을 빌렸다. 일들이 어느 정도 수습되고 돈이 들어오길 기다리는 시간에 R은 이 사업이 초반부터 이렇게 된 것에 대해 T를 책망하고 빌려준 돈을 빨리 갚으라고 재촉을 하기 시작했다. T는 그런 R의 행동에 굉장히 힘들어했다.


그리고 갖게 된 술자리는 주먹다짐이 오가면서 서로 크게 다치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며칠 후 돈이 수급되면서 R에게 돈을 갚았고 그 의류 사업은 어느 정도 진척이 생기기 시작했다.

이미 R과 T는 동업자 관계도 깨졌다. 하지만 R은 항상 같은 레퍼토리다.


그렇다고 동업을 깨는 게 말이 되냐? 너는 나 이해하지? T가 잘못한 거지? 친구인데 그럴 수도 있지!


믿음이 깨져버린 이 둘의 관계는 이 둘에서 끝나지 않았다. 이 상황을 지켜본 많은 친구들은 결국 R을 멀리하게 돼버렸다.



가끔은 그 녀석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하다.

그래도 이제 나이가 40인데 변했겠지 하는 믿음을 가지고 한번 보고는 싶어 진다.


Andy LaVerne - Faith (2017년 음반 Faith)


근데 개버릇 남 못준다는 속담은 그냥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을 잘 안다.

그럼에도 사람 마음이 한 번은 믿어보고 싶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고...



피아니스트 Andy LaVerne의 작품은 전통적인 재즈 스타일을 아주 정갈하게 보여준다. 특히 그는 교육자로서도 명성이 뛰어난 뮤지션이다.


오랜 기간 그의 작품을 접해오면서 느낀 점은 한결같다는 것이다.

그의 연주는 딱히 혁신적이거나 창의적인 스타일은 아니다. 뭐 SteepleChase 레이블이 가지고 있는 성향을 생각하면 그렇긴 하지만 어쨌든 그의 연주는 정통적인 재즈 어프로치를 선보인다.


새로울 게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나는 그의 작품을 꾸준히 구입하는데 일단은 SteepleChase 레이블을 좋아하는 것도 있고 거기에다가 이번 신보 타이틀처럼 '믿음'이 가는 뮤지션이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자신만의 올곧은 스타일을 꾸밈없이 들려주는 그의 연주는 언제나 믿음이 간다.

오늘은 Alex Sipiagin의 트럼펫 연주가 묘한 기분으로 다가오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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