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퍼니제주 김철휘 Nov 04. 2022

심지가 불타오를 때 나의 가슴도 뛴다

쇼핑몰 운영자라면 꼭 알아야 할 20가지 심리법칙 17. 점화효과

기억은 연상에 의해 촉발된다. 우리가 어떤 것을 인식할 때 그 인식으로 인해 잊혔던 기억이 떠오를 수 있다.

- 플라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


도화선에 불이 붙고 귀에 익은 오프닝 음악이 흐르면 제목을 보지 않고도 이제 곧 영화 '미션 임파서블'이 시작하겠구나 한다. 격렬한 차량 추격신, 나이를 잊은 듯 내달리는 탐 크루즈와 그를 파멸시키려 달려드는 매혹적인 팜므파탈이 바로 연상되면서 영화에 대한 기대감이 증폭된다.


점화 효과 (출처 : 정관장 홍삼 CF)

드라마가 뜨면 드라마의 주인공도 뜨고 주인공이 뜨면 주인공을 모델로 하는 광고 상품도 뜬다. 드라마가 끝난 후 여배우가 사용하는 화장품, 여배우가 마시는 맥주 또는 남자 배우가 타는 자동차 광고가 연이어 송출된다. 배우들의 긍정적인 이미지가 덧입혀져 상품에 대한 호감도 또한 상승한다.


코카콜라는 8시 또는 9시 뉴스, 그리고 시사프로그램 후에는 광고 영상을 내보내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부정적인 내용의 뉴스와 프로그램이 방영될 경우, 이는 코카콜라의 밝고 즐겁고 행복한 이미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거라는 예상 때문이다.  


점화 효과 - 올챙이(출처:픽사 베이)


우리가 잘 아는 넌센스 퀴즈 중에 올챙이 관련 퀴즈가 있다. 질문자는 "올챙이"를 열 번 외치게 한다. 그리고 묻는다.  "다 큰 올챙이는 무엇일까요?” 그러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개구리"라고 답한다. 커봐야 올챙이기 때문에 답은 "큰 올챙이" 다. 허탈한 기분이 들지만 올챙이는 올챙이. 개구리는 개구리다.


이렇듯 우리는 머릿속에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나 가장 쉽게 얻을 수 있는 정보에 기초하여 아무 생각 없이 대답을 하는 경향이 있다. 이것을 프라이밍 효과(Priming Effect) 혹은 점화 효과라 부른다.


점화 효과와 관련해서는 예일대 존 바그 교수가 진행한 '커피 실험'이 유명하다. 실험은 간단하다. 사람들에게 차가운 커피와 따뜻한 커피를 나누어 준다. 실험 참가자들이 커피를 만지작거리는 동안 한 장의 인물 사진을 보여준다. 그리곤 인물에 대한 느낌이 어떤지 평가하도록 했다. 결과는 차가운 커피를 받은 사람보다 따뜻한 커피를 받은 사람이 해당 인물에 대해 대략 11% 정도 관대하게 평가했다. 모든 조건이 동일한 상태에서 손의 온도가 사람에 대한 첫인상을 결정하는 데 영향을 미친 것이다.


점화효과와 관련된 또 다른 연구 사례가 있다. 시큐러스 대 사회심리학과 브라이언 얼른 교수 연구팀의 '뉴스 앵커가 시청자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다. 연구팀은 1984년 미국 대통령 선거 직전 8일 동안 미국의 주요 방송사 인 'ABC', 'CBS', 'NBC' 뉴스 앵커의 보도를 심층 분석했다. 그 결과 ABC 앵커, '피터 제닝스(Peter Jennings)'만 '로널드 레이건' 후보의 소식을 전할 때 미소를 띠며 뉴스를 전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반면 CBS, NBC의 앵커들은 전혀 감정을 드러내지 않았다.


연구팀은 선거가 끝난 후, "선거 기간 중 어느 방송사의 뉴스를 가장 자주 보았는지?" 또 "누구를 투표했는지?"에 대해 여러 지역 주인에게 물었다. 결과는 흥미로웠다. ABC 방송을 시청한 사람들의 75%가 레이건에게 투표했다. 반면 타 방송사를 자주 본다고 답한 사람들은 61.9%가 레이건을 선택했다. 연구진들은 더욱 놀라운 결과를 '미주리주 롤라 (Missouri Rolla)' 주민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ABC를 가장 자주 시청한다'는 사람들의 100%가 레이건을 찍은 것이다. 반면 CBS, NBC를 주로 시청하는 사람들은 이에 못 미치는 85%의 사람들이 레이건을 선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누가 봐도 유권자의 상당수가 앵커 피터 제닝스의 영향을 받았다고 볼 수밖에 없는 결과였다.



생존의 필수조건, 프라이밍(Priming)!


기억은 지속시간에 따라 단기 기억과 장기기억으로 구분할 수 있다. 하루 동안 입력되는 정보의 대부분은 사라지지만 몇몇 기억은 우리 머릿속에 오래 남는다. 이런 기억들을 장기기억이라고 한다. 뇌과학자들은 기억의 단위(스키마라고도 함)가 단기 기억을 거쳐 최종적으로는 장기기억에 저장된다는 것을 발견했다. 장기기억에 잠겨 있던 '기억의 단위(스키마)'들은 외부로부터 추가되는 '연관 기억'들에 의해 빠르게 수면 위로 떠오를 수 있다. 예를 들어, '폭풍우'에 대한 스키마는 '미끄러운 도로'라는 또 다른 기억(연관)과 연결될 수 있다. 그 결과 폭풍우가 치는 날 운전할 때, 우리는 자연스럽게 미끄러운 길을 떠올리며 속도를 줄이게 된다. 말하자면 폭풍우라는 초기 정보가 프라이밍을 일으켜 '감속'이라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이다.


점화 효과는 인간의 진화과정으로도 설명할 수 있다. 어느 날 부시맨 하나가 드넓은 초원에서 사자 한 마리를 만난다. 다행히 주변에 사자가 오르기는 힘든 나무가 하나 있어 가까스로 목숨을 건진다. 심한 트라우마에 시달렸지만 부시맨은 생존을 위해 다시 사냥길을 나선다. '부스럭!' 풀숲 위로 드러난 황갈색의 '갈기'. 이를 발견한 부시맨은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냅다' 왔던 길로 줄행랑을 친다. 역시나 목숨을 건졌지만 풀숲에 있었던 건 사자가 아니라 풀을 뜯던 '누(Gnu)' 무리였다. 부시맨 입장에서는 자존심이 상할 수 있는 상황이지만 동일한 일이 또 벌어져도 역시나 아무 생각 없이 도망치는 것이 목숨을 지킬 확률을 높이는 일이 될 것이다.



점화 효과를 활용한 생활의 변화


'점화 효과(프라이밍)'을 사용하면 자연스럽게 생활습관에 변화를 줄 수 있다. 특히 '건강관리'나 '선한 행동'을 유발하는데 적용해 볼 수 있다.


심리학자인 존 라이오벡(John Wryobeck)과 첸이웨이(Yiwei Chen)은 '프라이밍'이 일상에서 건강한 습관을 형성하는 데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발견했다. 그들은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험을 하였는데, 한 그룹의 학생들에게는 건강하고 활동적인 생활방식을 따라 하게끔 하는 글을 읽게 하고 다른 그룹의 학생들에게는 그렇지 않은 글을 읽도록 실험했다. '건강한 생활방식'에 대한 글을 읽은 학생들은 강의실로 이동할 때 엘리베이터 보다 계단을 더 많이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단지 글을 통해 전달한 긍정적인 이미지가 생활습관에 변화를 준 것이다.


영국에서 진행한 한 연구는 '점화 효과'가 사람들의 정직함에도 영향을 줄 수 있음을 보여준다. 연구자들은 대학 사무실 한편에 '카페'를 만들어 놓고 직원들이 차나 커피를 마실 때마다 '정직 상자(honest box)'에 돈을 집어넣게 했다. 벽에는 메뉴별 가격표가 붙어 있었고 사람들이 얼마나 정확하게 돈을 넣는지 상자를 통해 확인하였다. 며칠 뒤 연구자들은 해당 가격표 위에 직원들을 응시하는 한쌍의 눈(eyes) 이미지를 붙였다. 그 결과 사람들은 이미지가 없었던 때보다 음료 값을 거의 세 배나 더 많이 냈다. 결국 '눈 이미지'는 감시받는 상황에 대한 기억을 불러일으켜 사람들이 보다 정직한 행동을 하도록 만든 것이다.  



'점화 효과'를 활용한 온라인 쇼핑몰 전략


실제로 쇼핑몰은 고객들이 보유한 이전의 기억을 통해 판매하고자 하는 상품에 긍정적인 이미지를 불어넣을 수 있다. 따라서 쇼핑몰은 고객들이 제품을 검색하는 순간부터 구매하기까지 만족스러운 경험을 설계하기 위해서는 점화 효과가 구매 행동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아는 것이 중요하다.



1. 핵심 판매 포인트(기술적, 기능적 강점) 강조

핵심판매포인트 (출처 : OYSHO 홈페이지)

점화 효과는 쇼핑몰에 대한 고객의 기대치를 높인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웹사이트의 모양과 느낌이 주는 첫인상이다. 가격이 싼 e커머스 솔루션을 기반으로 형편 없는 웹디자이너가 디자인한 쇼핑몰은 고객이 먼저 안다. 글로벌 빅브랜드 샵, 명품 온라인 스토어에 가면 고급진 느낌이 나고 그 느낌이 신뢰감을 불러일으킨다. 이는 프라이밍을 통해 긍정적인 이미지를 형성하여 구매를 용이하게 만든다. 이왕 사이트를 새롭게 만들 거라면 조금이라고 더 품격 있게 사이트를 구성하고 디자인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2. 질문을 통한 제품 구매 유도

질문을 통한 판매유도 (출처 : PIMKIE 홈페이지)


"메모리가 큰 노트북을 원하세요?"와 같이 매장을 방문한 고객에게 던진 질문에 따라 노트북을 고르는 기준이 달라질 수 있다. 메모리에 대한 질문을 받은 사람들은 메모리가 더 높은 컴퓨터를 구입하고, '프로세서'의 속도에 대한 질문을 받은 사람들은 노트북 속도가 빠른 컴퓨터를 구입하게 되는 것이다. 온라인 쇼핑몰에도 동일한 방식의 질문을 던질 수 있다. 특히 제품의 강점을 부각해 질문을 던진다면 고객은 해당 기능에 비중을 두게 되고 제품을 구매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3. 배경이미지를 통한 상품 매력도 증가

배경이미지를 통한 상품 매력도 증가 ( 출처 : BURGA 홈페이지)


'쇼핑몰 메인 페이지, 랜딩페이지, 외부 광고페이지에 어떤 이미지를 사용하는냐'에 따라 다른 식의 고객 반응을 불러올 수 있다. 예를 들어 '해변에서 휴가를 보내는 듯한 이미지'를 본 고객들은 가격을 생각하기 보다 밝고 산뜻한 느낌의 제품을 구매할 가능성이 높고, '동전이나 지폐 사진이 있는 랜딩페이지'를 본 고객들은 보다 저렴한 상품을 구매할 가능성이 크다. 물론 고객들은 배경에 어떤 이미지가 있었는지 자세히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 그럼에도 배경이미지는 무지불식간에 고객들의 마음에 '프라이밍 효과'를 일으켜 제품을 매력적으로 만든다.



4. 부정적인 이미지를 불러오는 문구 금지


그림에서처럼 "우리는 결코 스팸메일을 보내지 않습니다"라는 멘트는 회원으로 가입하려는 고객들에게 부정적인 이미지를 불러일으킨다. 또한 당신이 '아이 돌보미'를 구하려는 데, 인력업체가 소개하기를 '이 돌보미는 절대 아기를 학대하지 않습니다"라고 한다면 당신의 마음은 어떻겠는가? 두려움을 일으키는 이와 같은 말은 '사족(蛇足)'일뿐 아니라 절대 사용하지 말자.




점화 효과

"시간적으로 먼저 제시된 자극이 나중에 제시된 자극의 처리에 부정적 혹은 긍정적 영향을 주는 현상"



#구매심리학 #소비심리학 #쇼핑의심리학 #온라인마케팅 #행동경제학 #점화효과 #프라이밍 #미션임파서블 #이상한변호사우영우 #박은빈 #코카콜라 #핵심판매포인트

매거진의 이전글 세일즈와 데이트의 필승전략, 문전 걸치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