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지만 행하기 참 어렵긴 하다
대학 다닐 때 학기 말 성적표가 나오고, 친구와 밥 먹을 때였다.
얘기하다 보니, 친구가 전공과목에서 A를 받았다.
“와, 대단하다! 어떻게 그렇게 잘했어? 시험 기간에 딱히 도서관에서 벼락치기하는 것도 못 봤는데...” 부러움 반, 놀라움 반으로 물었더니, 그 친구의 대답은 의외로 소박했다.
“운이 좋았지. 내가 준비한 내용이 시험에 딱 나왔어.”
처음엔 겸손하게 하는 말이라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내 생각이 꽤 바뀌었다.
알면서도 행하기 어려운 이 단순한 진리가 바로 운을 만드는 힘이라는 것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진짜 비결은 ‘운’?
맞는 말이다.
아무리 열심히 공부해도 모든 전공 내용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응용하는 건 쉽지 않다.
항상 헷갈리는 파트가 있고, 이해는 했지만 응용이 어려운 개념도 있다.
만약 그런 부분이 시험 문제로 집중적으로 나왔다면, A 학점은 힘들었을 것이다.
결국 A라는 성적에는 ‘운’이 분명히 섞여 있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서 오해가 생긴다는 점이다.
성적이 잘 안 나온 학생이 이렇게 생각하는 것이다.
“나도 조금은 아는 부분이 있는데, 시험에 그 부분만 나왔으면 A 받았을 텐데. 내 성적이 안 좋은 건 재수가 없어서야.”
운만 믿으면 결과가 변할까?
하지만 '재수가 없어서'라는 변명만으로는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다.
운을 그저 하늘이 내려주는 무작위적인 선물로만 여긴다면, 우리는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된다. 공부할 필요도 없다. 그저 시험날 내가 아는 부분에서 문제가 나오기를 바라며 기도만 하면 되니까.
그러나 대학 생활에서 성적은 그렇게 바뀌지 않음을 우리는 안다.
그렇다면 운을 키우는 방법은 무얼까?
시험에서 운이 따르려면, 즉 내가 아는 문제가 많이 나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간단하다. 아는 문제를 늘리면 된다.
열심히 공부하면 시험 범위 속에서 내가 알고 있는 부분이 점점 늘어난다. 그만큼 시험에 아는 문제가 출제될 확률, 즉 ‘운이 좋아질 가능성’도 커진다.
운이라는 건 랜덤처럼 보이지만, 사실 준비한 사람에게 더 자주 찾아온다.
꾸준히 공부하는 학생은 이렇게 말하는 셈이다.
“나는 시험에서 운이 조금이라도 더 따라주길 바라며 매일 꾸준히 준비한다.”
대학생활도, 인생도
대학에서 성적뿐만 아니라, 인턴 기회, 교환학생 선발, 동아리 활동까지…
운이 작용하는 순간은 많다.
시간이 지나 경험이 쌓여보니, 많은 경우 결국 비슷하다는 걸 느끼게 된다.
운이 좋아지고 싶다면 가만히 기다리는 게 아니라, 운이 따라줄 확률을 높여야 한다.
성실히 전공 공부를 하고, 교수님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과제도 충실히 해내다 보면, 어느 순간 운이 내 편이 되어 있다.
(친구가 대표로 있는 회사에, 내가 교수라면 어떤 학생을 인턴으로 추천하겠는가?)
A 학점을 받은 친구의 진짜 비밀은 단순했다.
“나는 운이 좋아지도록 평소에 꾸준히 준비했지…”
돌아보니, 운을 키우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꾸준함이었다.
이 꾸준함의 힘을 정리한 Angela Duckworth의 도서 "그릿(Grit)"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 ‘운’이 사실은 다음과 같은 요소로 이루어져 있음을 알려준다.
1. 흥미 — 좋아하는 걸 찾아야 오래간다
교양 수업을 들을 때는 그저 과제 점수만 채우면 되지만, 전공은 다르다.
“이 길이 나의 길일까?” 고민하며 끝없이 마주해야 하는 게 전공 공부다.
흥미가 있어야 지루한 연습도 버틸 수 있고, 작은 성취에서 기쁨을 느끼며 길게 나아갈 수 있다.
2. 연습 — 벼락치기 말고, 의도적인 노력
시험 전날 카페인 음료에 의지해 밤새워본 경험, 다들 있지 않을까?
물론 벼락치기가 단기 성과에는 도움 되지만, 오래 남지 않는다.
"그릿"은 말한다.
'연습은 단순 반복이 아니라 개선을 위한 집중 훈련이어야 한다.'
즉, 한 문제를 열 번 풀 때도 ‘왜 틀렸는지, 어디서 막혔는지’를 돌아보는 게 진짜 연습이다.
운동선수가 폼을 교정하듯, 공부도 같은 방식이 필요하다.
3. 목적 — 나보다 더 큰 이유를 찾아라
과제를 하다 보면 가끔 이런 생각이 든다.
'이걸 해서 뭐 하지?'
하지만 목적을 찾는 순간 태도가 달라진다.
단순히 ‘학점 3점대냐 4점대냐’가 아니라,
‘내가 이 전공을 통해 사회에 어떤 의미를 만들 수 있을까?’라는 질문이 들어오는 순간, 공부는 무게감을 가진다.
4. 희망 —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기
중간 결과가 안 좋다면, 최종 결과를 어떻게 더 좋게 만들 수 있을까?
"그릿"은 이렇게 말한다.
'실패는 성장의 일부다. 희망은 그릿의 엔진이다.'
넘어질 때마다 '역시 난 안 돼'가 아니라,
'이번에 배운 건 다음에 더 잘하라는 신호'라고 생각하는 태도.
이게 바로 오래가는 힘이다.
에필로그
재능은 분명 매력적인 단어다.
지난 기억을 돌아보니, 대학에서 그리고 인생에서 좋은 결과를 이어가는 사람은 운 좋은 천재가 아니라 꾸준한 보통의 친구들이었다. 이 친구들은 꾸준함을 시간이란 레버리지를 타고 쌓아 올리며, 결과를 이어간다.
'그릿'이 말하는 성공 비밀은 단순하다.
“포기하지 않는 힘, 꾸준함이 곧 운을 만든다.”
오늘의 작은 준비가, 내일의 좋은 운을 데려온다.
원하는 방향으로 오늘 하루 한 걸음을 내딛은 모든 이들의 성적표에서, 또 다른 인생의 무대에서, 그 한 걸음 덕분에 찾아온 더 ‘좋은 운’이 반짝이길, 바라고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