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8시 반부터 옆자리 ㄱ과장은 짜증으로 가득한 목소리로 협력사와 전화통화를시작한다. 반대편 옆자리 여자 후배 ㅈ주임은 오늘도무표정을한 채모니터 화면과 연신 울리는 카톡 메시지를 번갈아 쳐다보지, 주위에는 1도 관심이 없다.봄을 타나? 문득혼자가 된 기분이다.외롭다.
다수의 욕망과 Rat Race(치열한 경쟁)가 한창인 사무실에서 우린 과연쏘울 메이트를 찾을 수 있을까?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많은 이들이 퇴직 후에는 함께 마신 셀 수 없이 많은 소주병과 휴대폰에 저장된 연락처모두가 부질없다는 것을알지만애써 모른 척지낸다. 왜냐고? 외롭기 때문이다.
필자에게 최근까지도 직장동료와 친구 간의 경계가 모호했다.연차가 쌓여 가면서 동년배 동기들과는 소원해지고, 신입 시절 롤 모델이자 좋은 형이라고 따르던 선배에게도 치졸한 배신까지 당해봤다. 그러던 와중, 최근에 읽은 내 안에서 나를 만드는 것들<러셀 로버츠 저>책은무겁던 머릿속을 명쾌하게 정리해주었다.이 책은 국부론 저자 애덤 스미스의 숨겨진 또 다른 명작 "도덕감정론" 에 대한 해설서이다. 전문화와 교환이라는 두 개의 개념으로 거시경제를 설명한 스케일과 달리 사람 간 상호 관계 통해 드러난 우리들의 본성을 조망한다.
내 안에서 나를 만드는 것들<러셀 로버츠 저>
인상 깊었던 내용을 소개하면, 타인의 슬픔보다 기쁜 소식에 더 민감한데 기쁨에는 크기보다 빈도가 중요하다. 이를테면, 점심 메뉴나 월급날 소식 등 소소한 행복에는 같이 기뻐하던 동료도주위 승진 소식이나 주식으로 돈 번 자랑은 불편해 할 수 있다. 이와 반대로 슬픔은 크기가 중요하다. 동료 가족의 장례 소식에는 누구나 주저 없이 위로를 건네지만, 내 주변의 습관적인 불평불만혹은신세한탄에는피로감을 느끼기 마련이다. 이처럼 모순적인 존재인 우리는상대방에 대한 각기 다른 친밀도에 따라 행동 패턴을 달리하며뒤영켜 살아간다.바꿔 말하면, 매일가족처럼 친밀도가 매우 높은 공간과 건조한사무실과 같은 전혀 다른 공간을 넘나들어야 한다
말이 쉽지, 매번그에 맞는 행동 패턴을 유연하게 조정하기는 쉽지 않다. 내 옆 직장동료에게 이런저런 고민을 함부로 털어놓고 이불 킥하며 후회한 적이 누구나 한 번쯤은 있었을 것이다. 미루어 보건대 당시 고민을 들어준 동료들의 팔 할에게 그는초원의 외로운 톰슨가젤 마냥 만만한 경쟁자로 인식되기만 했을 거고, 나머지는 이조차 귀담아듣지도 않았을 것이다. 다행히정도에 차이가 있지만 보통 회사 출근 카드를 태그 한 이후, 직장인 모드로 변신한다.경험상그렇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흔히들 "사람은 참 좋은데 능력이 없다"는 과소평가가 뒤따르곤 했다.
물론누구나앞으로 좋은 동료와 멘토는 얼마든지 만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스스로가 처한 상황에 따른 인간관계가 가진 한계와 특수성을 이해해야 하는 게 급선무임을이해하는 것이다. 거듭 말하지만 오피스 생태계는 대부분 자신의 이익, 조직 내 업무 장악력 등 개인 욕망이 모여 만들어진 공간이다. 이제는 직장동료가 "동네 친구", "선생님"과 같은 익숙한 개념과는 다름을 이해하고 나서야 비로소회사에서 더욱주체적인 인간관계를 맺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