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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과장 Apr 22. 2023

'간편 채소' 설명이 필요 없는 시대

신선편이 농산물 시장 저변 확대

과거나 지금이나 먹기 좋게 손질해 놓은 신선편이 채소는 앞으로 농산물이 나아갈 모습으로 자주 소개된. 수년간 원물 이상의 부가가치 창출에 목마른 산지 관계자와 그 성장 가능성에 관심을 가진 투자자들의 문의가 쇄도했다.


아쉽게도 참여자 사이 여러 눈높이 차이와 구조적 한계로 인해 시장 성장세는 세간의 기대보다 더뎠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작년 말부터 경기 침체 여파로 대규모 투자 계획도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몇몇 전도 유망한 가공 업체들이 사업 중단한다는 흉흉한 소식만 간간이 들린다. 이대로 끝인가?


지난달, 필자는 담당 MD로서 영업, 마케팅 부서 사내 직원 대상으로 신선편이 채소 상품 설명회를 진행했다. 외부 전문가를 초빙하고 우수 협력사도 참관하는 자리 마련해 내부 직원부터 제품 이해도를 높이자는 취지였다. 단순한 호기심이 아닌 실질적인 질문 공세가 이어졌다. 직원들은 예상보다 훨씬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신선편이 채소 붐이 썰물처럼 사라지고 나서, 아이러니하게도 최근 들어 본격적인 리오프닝 훈풍에 구내식당이나 외식 사업장에서 신선편이 채소를 찾는 B2B고객 문의가 부쩍 늘었다. 이제 야채 다듬기 같은 고강도 단순 반복 일을 담당하는 주방 막내들을 찾을 수 없다. 웃돈을 줘도 입맛에 맞는 주방 인력을 구하기 어렵다 보니,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절단 야채 상품을 쓰기 시작한 사장님들이 하나둘씩 늘어났다. 그리고 그들이 열렬한 소비자로 변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가격 대비 터무니없는 상품 퀄리티를 요구하는 고객, 시장 자체를 쉽게 판단하고 '그까짓 것' 마인드로 우후죽순 생겨난 신생 업체들, 높아진 배송 원가 취약해진 저온 배송시스템까지 높아진 시장 반응과 상반된 후진적인 여러 공급 단의 요소가 여전히 산재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는 사회적 구조 변화가 불러일으킨 시장 변화에 B2B 중심 신선편이채소 시장 확대를 예상해 본다. 늘어나는 1인 노인 가구들, 기후 악화로 인해 높아진 가격 변동성 탓에 마트에서 야채 소비가 어려운 분들은 점차 늘어나겠지만, 반대로 공공급식 확대, 프랜차이즈 전용 간편 야채의 표준화 등 관련 시장의 배후 수요는 더 커졌다고 볼 수 있다.


오늘도 현업에서 필자는 단순 상품 문의보다 전년 대비 확연히 늘어난 클레임을 통해 뜨거운 관심을 몸소 체감한다.

힘은 들지만 역할이 있다는 건 늘 즐거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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