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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과장 Jun 17. 2023

사람에 의한 농촌, 농촌을 위한 관심

농촌 인력난에 대한 생각

대한민국은 얼마 전 월간 통계 작성 이래 최초로 신생아 수 1만 명대를 경험했다. 인구 감소 문제어딜 가도 단골 이야깃거리가 되었지만, 신기할 정도로 문제를 농촌과 연결시키려는 경우는 드물다.

2월 출생아 2만 명 밑으로... 사상 최저 관련 기사, 출처 SBS

국내 농업 생산 3요소 토지, 노동, 자본 중 노동 의존도가 여전히 높은 후진적 경제 구조다.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 농사가 세상의 근본이라는 옛 말이 무색하게 지금 농촌에는 농사 지을 사람이 없다. 농업 선진국과 같은 경작지 통합과 대규모 인프라 투자가 요원한데 '지방소멸' 현상으로 인력난 - 높은 인건비 - 수확 차질이라는 악순환에 허덕이고 있다. 수확 시즌 일당이 20만 가까이 오른 외국인 노동자만 수혜를 입었다. 


지자체가 부랴부랴 내놓은 귀촌 장려 정책에 유인되는 사람들이라곤 대부분 노후자금에도 빠듯한 퇴직금이 전부인 50대 중장년층이다. 대규모 설비 투자, 노동력 둘 중 하나라도 기대하기 어려운 분들이다. 영농 부실과 농번기 인력난 문제가 쌓이자 시세 급등락 현상은 해를 거듭할수록 더 잦아진다. 저 숙련 값싼 노동력에 연명해 온 농산물 유통 시장은 뒤늦게 위기를 감지했을 뿐 뾰족한 대안은 없어 보인다. 

 시설재배 현장, 농업근로자는 외국인, 노인층 뿐이다(출처:직접촬영)

물가 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삼은 이번 정부는 집권 초기 저 할당 관세로 값싼 수입산을 허용하는 카드를 내놓는다. 치솟은 농난물 시세는 금세 안정되는 듯했지만 돌려 막기식 임시처방에 얼마 지나지 않아 시장 왜곡에 관한 경고음이 곳곳에서 들린다.  


호주산 감자가 가락시장 경매 대기 중이다(출처:직접 촬영)


과연 농업 인력난에 대한 답은 없는가? 유튜브 알고리즘으로 홍수처럼 쏟아내는 스마트팜 관련 홍보 영상에 눈이 간다. 얼마 전 술자리에서 전문직에 종사하는 한 친구도 불쑥 귀촌 후 스마트 팜을 하겠다고 은퇴 이후의 청사진을 늘어놓는다. 그간 대중의 관심에서 동 떨어져 있던 농업이 스마트팜 개념을 내세워 미래 기술 이미지로 탈바꿈 중이다. 하지만 그들이 보여둘 최종패가 뻥카와 진카인 지는 아직 판단하기 어렵다. 실제로 불과 1년 전까지 대규모 투자를 등에 업은 몇몇 Hot한 스마트팜 관련 기업들이 최근 불어닥친 경기 침체 여파로 지금은 모두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고소득 작물 재배와 자동화라는 그들의 캐치프레이즈는 여의도 투자들에게는 설득력 있게 들렸을지 모르지만, 실제 우량 거래선과 거래로 이어지는 건 별개였을 것이다.

이케아 광명점 실내수직농장(출처:직접 촬영)

그럼에도 스마트 팜으로 대표되는 실내농장 분야에서 잎채소, 과채류 등 일부 작물 위주로 여러 상업적 시도가 있었고 상당한 진전도 이뤄냈다. 시설재배 분야에서 오픈형 스마트 팜 모델이 대안으로 등장했고, 드론, 위성 분석, 자율주행 농기계 등 외부 영역까지 스마트팜 개념은 확장되고 진화하는 중이다.


현재 추세라면 인건비, 에너지 상승 영향으로 인해 농업 생산원가 늘어나고 1인 노인가구 증가소비력 감소해 앞으로 농산물 섭취가 일상이 아닌 특별한 일로 여겨질지도 모른다. 지금 농촌이 겪는 인력난과 이로 인한 농산물 수급 불안 문제는 알렉산더왕이 단칼에 끊어버린 꼬인 실타래처럼 간단하지 않다. 뾰족한 솔루션은 보이지 않는다.  필자가 보기에는 미래 우리 아이들 누구나 신선한 채소를 충분히 먹기 위해서는 대중의 관심이 급선무다. 그러한 맥락에서 흥미로운 스마트팜의 이야기와 이번 수입산 농산물에 대한 문제의식에 긍정적이다.(필자는 두 가지 모두 그 자체로 중요한 대안이라고 본다)


6월 때 이른 더위에 덩달아 잎채소 변질 클레임이 폭등한다. 매일 왜 상한 채소를 보냈냐며 사과를 요구하는 고객의 눈높이와 필자의 간극은 여전하다. 그래도 이렇게나마 바쁜 일과 육아에 짬을 내 글로서 잠시나마 브런치를 통해 의견을 나누는 게 필자가 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여기며 스스로 위안을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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