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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과장 May 12. 2021

INTJ유형 직장인 회사 생존기

MBTI 적용으로 살펴본 자아 탐구생활

며칠 전 팀원들 대상으로 MBTI 테스트를 진행하고, 부서 내 결과를 공유했다. 부서원 간에 특징을 파악하고 업무 협력을 높이고자 마련한 당초 취지와 달리, 몇몇 분들은 "역시 그럴 줄 알았다"라는 눈빛으로 평소 마음에 안 들었던 동료를 못 마땅한 눈으로 훍어본다. 개인적으로는 이번 테스트가 처음이라 그런지 꽤 흥미로웠다. 필자는 INTJ 유형이다. 특징은 문자 그대로 내향적(I)이고, 직관적(N)이며, 사고적(T)이고, 판단적(J)이다. 퍼즐 조각들을 하나하나 따로 떼여내 자신을 들여다보니 신기했다.


I, 내향적 : 우선 취미는 재즈다. 평소 사이클과 테니스 운동 마니아이면서 소주 2~3병 주량을 가진 덕분에 각종 모임과 술자리에서 늘 주위와 무리 없이 지내왔다. 그런데 집에 돌아오기만 하면, 뻑뻑해진 일회용 렌즈를 빼내듯 "인싸" 가면을 벗는다. 그러고 나서 반신욕과 함께 혼자 듣는 재즈야말로 사람들 틈바구니에서 소비된 자아를 채우는 유일한 시간이다. 대신 무심코 사내놈들에게 재즈 애호가임을 밝히기라도 한다면, 온갖 비웃음과 조롱을 감수해야 한다.  


N, 직관적 : 프레임 애(愛)호가다. 논문이나 제안서를 읽을 때 목차가 있는 첫 페이지넘겨가서 전체 MAP을 수시로 봐야 이해가 된다. 고민이 있을 때는 백지 위에다 펜으로 끄적거리기 시작한다. 단어들을 열거하고 덩어리로 묶어 분류하다 보면 어느새 그럴듯한 도식화 완성되고 나서야, 어떤 문제이든 간에 비로소 반은 해결된 기분이다. 그다음 틀 안에 여백을 채우는 일은 상대적으로 쉽다.


T, 사고적 : 직진 맨이다. 신중하게 생각한 뒤, 옳다고 판단하면 바로 Go이다. 과정이 힘들어도 그래야 의미도 있고 결과도 좋다고 믿는다. 돌이켜보면 타율도 높아, 고집불통이라는 주위의 평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J, 판단적 : 플랜 중독자다. 별다른 계획이 없이 맞이하는 애매한 순간은 마치 불쑥 찾아온 금단현상과 같다. 하루하루를 꽉꽉 압축해서 무언가로 채워야만 했고, 그렇지 못했다면 부족해 보인 스스로를 끊임없이 괴롭힌다. 다행히도 영화 <플랜맨> 속 주인공처럼 정 반대 유형의 지금의 와이프를 만난 덕분에, 지금은 덜 건조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영화 속 주인공처럼 필자는 아내를 만나 구원(?) 받는다.

경험상 회사생활에서 INTJ유형은 장단점이 분명했다. B2B영업팀 근무 시절 영업은 흡사 적당한 난이도와 몰입, 그리고 보상으로 구성된 중독성 있는 게임과 같았다. 4년 가까이 목표 의식으로 무장한 채 종횡무진 일한 결과, "최초"와 "최고"라는 두 개 수식어로 당시 커리어를 화려하게 채웠다. 이후 지원부서와 구매부서거치면서 개인 성과가 전부가 아님을 깨달을 만큼 직장생활했다. 여전히  속을 알 길 없는 무표정한 선배들을 말할 것도 없고, 똑똑한 후배님로부터 인정받기란 여간 쉽지 않다. 그래도 "이끌 수 있는" 역량을 성장 목표로 부서  차츰 일을 주도하기 시작했다. 주위 동료들의 달라진 시선을 나름의 보상으로 삼동기 부여해보지만 아직까지는 어색하다. 그래도  과정에서 느낀 , 한 없이 멀리 보이는 관리자 Role도 반드시 직급에서 국한되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유사한 맥락에서 필자에게 대인관계 자체는 더 힘들다. 신입 때부터 "남초" 조직에서 생존하기 위해 스스로 내향적인 성격을 감추고, "호탕한 척" "센 척"하다 보니 요새는 최후의 방어기제마저 무너진 듯하다. 엘리베이터나 회사 카페에서 별로 친하지 않은 동료나 상사와 조우하게 되면 좌불안석이 따로 없다. 어렵게 미리 짜낸 Small Talk를 시도해보려 하지만, 그럴수록 분위기는 더 불편해진다. 카멜레온처럼 T.P.O에 맞게 세련된 커뮤니케션을 하는 모습을 항상 꿈꾸지만 매번 실패다. 어쩔 수 없는 INTJ유형이 가진 태생적 한계인가? 사실 필자 외에 직장인들 대부분이 가진 가장 큰 고민이 바로 인관관계이다. 더군다나 과거 필자처럼 자신을 전부를 가리거나 전혀 반대의 가면을 쓰게 되면 금세 지치게 되는 거 같다. 막힐 때 늘 그래 했듯 대인관계 문제에서도 힘을 빼기로 한다. 오늘도 묵묵히 일하고, 가끔 유관 부서 사람들과 가벼운 티타임 정도로 하루를 채운다. 이러다 보면 하나둘씩 자신만의 페르소나 가면이 생기지 않을까? 


MBTI유형에 따르면, 필자와 상극인 유형이 부서 내 달랑 2명이 있는데, 그게 바로 ENTJ유형 옆자리 ㄱ과장과 ISFJ유형 ㄱ부장님이다. 그중 부서장님인 ㄱ부장님과 평소 통하는 부분이 많다고 생각해왔는데, 혼자만의 착각일 수 있겠다는 생각에 허탈하기까지 하다. 그나마 위안이 되는 사실은, 시간이 흐르면서 테스트 결과값이 바뀔 수 있다것 것이다. 찝찝한 기분에 테스트를 다시 볼까도 했지만 관두었다. 개인과 인간관계 문제 모두 정답이 없고 가변적이어서 항상 어렵다. 선배들처럼 조직이 기대한 모습 개인 간의 간극을 메워가면서 평범한 직장인의 모습으로 수렴해 가겠지? 상상만 해도 싫다


테스트 해설을 찬찬히 읽고 또 스스로에게 대입해 보고 나니, 절로 무릎을 탁 친다. 이렇게 용한 점쟁이를 어째서 지금에야 만났던가? 이윽고, 불특정 다수에게 알몸이 된 마냥 자신의 모든 성향이 공개된 기분에 불편해진다. 정반대로 신입사원들만 봐도 알 수 있듯이, 요새 20대는 입사 이력서나 심지어 데이트 앱에서도 자신의 MBTI유형을 밝히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오히려 자신을 어필하기 위해 적극 활용한다. 더 이상 "성실한", "긍정적인" 등등 두리뭉실한 미사여구로 자신을 설명하는 시대는 끝난 거로 보인다.


당분간 싫어도 좋아도 MBTI는 자주 만나게 될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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