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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자판기 Jan 16. 2024

성문은 닫고 연구개는 중립에 둬야 해요

그러니까 그걸 어떻게 하는 건데요?

작년에 동생이 프리다이빙이라는 걸

해보고 싶다고 해서 함께 시작하기로 했었다.

하지만 동생의 갑작스러운 수술로 혼자 가게 되었다.

하지 말까도 생각했지만 뭔가 새로운 도전이 고팠다.

그래서 혼자 용기를 내보기로 했다.




수영은 동적인 수평 운동이라면

프리다이빙은 정적인 수직 운동이다.

수영장에서 고인 물이라도

다이빙풀에서는 새내기다.

수평의 세계에 익숙했던 나는

수직의 세계가 너무 낯설었다.




물밥 좀 먹은 편이니 내심 잘 해낼 수 있을 거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수영할 때 벤 습관들이 오히려 방해가 됐다.

"스노클링 중에 머리를 들면 안 되세요."

"팔은 자연스럽게 허벅지 쪽에 붙이세요."

"몸에 힘이 너무 들어갔어요."

계속된 지적에 맘이 쪼그라들었다.

게다가 난 이퀄 바보였다.

오만했던 내가 겸손해지는 순간이었다.




물속 깊이 들어갈수록 수압으로 인해

귀에 압력이 가해지는데 이때 압력 평형을 맞춰 주어야 한다.

이것을 이퀄라이징이라고들 불렀다.


"성문은 닫고 연구개는 중립에 둬야 해요."


그러니까 그걸 어떻게 하냐고요? OTL

볼 수도  없는 목구멍 속 근육을

말로 이렇게 저렇게 해보라는데 도통 알 길이 없었다.

그 답답함이란....




하지만 같이 시작해도

얼마지 않아 능숙하게

이퀄라이징에 성공하는 사람들이 있다.

말을 하거나 호흡을 할 때 사용하는 근육을

사람마다 다르게 사용하기 때문에

이런 차이가 생긴다고 한다.

그래도 희망적인 건

연습하면 언젠간 될테니

너무 조급해하지 말란다.





좀 다른 이야기지만

치료실에서도 이와 비슷한 상황을 마주 하기도 한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감정을

말로 잘 표현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그렇지 못한 사람도 있다.

자신은 감정을 이야기한다고 생각하지만

감정이 아닌 생각을 자꾸만 이야기하는 경우도 많고

감정단어가 빈약해서

서운해도 화가 난다,

걱정이 돼도 화가 난다,

당황해도 화가 난다고 표현한다.  

감정도 어떻게 보면 근육과 다를 바가 없다.

결국, 연습하면 된다. 




문득,

치료실에서 "성문은 닫고 연구개는 중립에 둬야 해요."와 같은 말을

내담자에게 하고 있지는 않은지 

나를 돌아보게 된다.


내담자가 속으로

"그러니까 그걸 어떻게 하는 건데요?"라고 

하고 있지는 않은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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