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하는 중인 듯
아들에게,
엄마의 브런치북 설명란에 '흰머리가 늘어가는 엄마'라는 부분이 있거든? 그런데 흰머리가 이렇게나 많이 늘었는지는 몰랐네? 엄마가 흰머리가 있다며 염색하라고 말했을 때 나는 뭐, 좀 있나 보지, 했거든? 그런데 최근에 아빠도 엄마더러 흰머리가 많이 났다는 거야. 그래서 너한테 물었지.
"엄마 흰머리 많아? 한 120가닥은 돼?"
"아니. 250가닥."
내 예상을 훌쩍 뛰어넘은 숫자를 말해서 (난 120도 엄청 많다고 생각하고 물어본 건데!) 고개를 숙이고 막 헤집어봤더니 정수리 부분에 좀 몰려있던 흰머리가 엄청 늘었더라. 그래서 이젠 더는 미룰 수 없게 되었어. 셀프염색약을 샀어. 잘 발라봐야지. 넌 엄마가 흰머리가 많아 보이면 할머니 같아 보인다고 했어. 엄마가 늙어 보이는 게 싫다기보다, 엄마가 너무 빨리 늙어서 네 곁을 빨리 떠나는 날이 올까 봐 그런다고. 네 마음 알지. 그래서 운동을 좀 더 하려고. 엄마는 건강할 거야. 네가 걱정할 일 없도록.
네가 배정받은 학교는 반이 한 개일 거래. 그래도 아이들은 유치원처럼 적진 않아. 학생이 적은 곳에 있다는 게 어떤 장단점을 가지는지 엄마는 네 유치원을 거치면서 제대로 알아버렸지. 죽이 척척 맞는 아이들끼리 있다면 네 마음의 고향이 될 수도 있을 테지. 하지만 알잖아?
상극인 아이들이 한 손으로 셀 수 있는 정도의 인원을 구성하고 있다면, 그 작은 집단 안에서도 소수에 속하는 아이의 마음고생은 더 커진다는 거. 안 맞는 아이와 놀지 않으려고 해도, 걔 말고는 놀 아이가 없다는 거, 소수 인원일수록 누군가 따로 노는 게 더욱 부각된다는 거. 그래서 더 외로워지고 더 심심해진다는 거. "친구"라는 존재를 갖고 싶은 마음은 더더 커진다는 거. 그나마 안 맞는 정도면 양반이지, 괴롭히기라도 하면 전학 말고는 답이 없다는 것까지.
초등학교는 유치원과는 좀 다를 거야. 안 맞는 아이 말고도(안 맞는 아이는 어딜 가나 있지) 여러 명의 동급생이 더 있어서 네가 호감 가는 아이가 있다면 그 아이에게 다가가면 되는 상황이 될 거야. 엄마는 그것만 생각해도 얼마나 안도감이 도는지 몰라. 처음에는 서열 정한다고 막 장군처럼 굴고 시켜 먹고 그런 아이들이 있을 거래. 하지만 처음엔 좀 휘둘릴지 몰라도 아이들도 다 보는 눈이 있어서 너무 막무가내고 자기밖에 모르는 아이라면 자연스럽게 멀어질 거라고들 (초등 교사 유튜버들이) 말하더라. 각자 서로 편안한 친구들이 서로 알아보고 관계를 찾아갈 거라고. 엄마는 비록 걱정인형이지만, 이번엔 미리 걱정하지 않으려고!
어젠 처음으로 동네 태권도장에 가서 초록띠를 했더구나. 2주간 태권도도 쉬었으니 금세 동작들을 잊었을 수 있다고 생각했어. 사실 태권도는 이제부터 시작이래. 너무 어릴 때는 도장에서도 적응과 몸을 움직이는 걸 즐기게 해 주는 걸 목표로 하니까, 동작을 외우고 훈련하는 건 이제부터라고 하더라고. 등록하러 갔더니 너의 성격을 적으라는 종이를 주셨어. 엄마는 "내향적", "조용", 이라고 적으려고 생각했는데, 네가 겨우 두 번 보는 사범님 앞에서 너무 조잘조잘 말해대고 잘 웃어서, 도저히 그렇게 쓸 수 없었어. 그렇다고 "눈물 많고, 불안이 높은 편"이라고 쓸 수도 없고. 눈물은 집에서만 많고, 불안도 줄어든 거 같아서 말이지. 네 성격이 많이 밝아지고 많이 까불이가 되었더라고. 처음 보는 할머니랑도 계속 이야기하고 말이야. 그렇다고 "성격이 변하는 중인 듯함"이라고 쓰기도 뭐해서 엄마는 사범님께 그냥 이 칸은 비워두겠다고 말씀드렸어.
엄마가 보는 너의 1월은 신나는 일이 펑펑 터지는 것 같아. 어린이수학동아에서 하는 수학캠프에도 선정되어서 가기로 했고, 월말에는 비행기 타고 여행도 가잖아. 밝은 햇빛 많이 받고 돌아오자!
너도 나도 이제 8년 차야!
파이팅 하자고!
사랑해.
엄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