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가서 놀자

쟤네 엄마 번호 좀

by 내복과 털양말

아들에게,


오늘 아주 신기한 경험을 했어. 어찌나 신기했던지 다른 기억이 다 지워졌을 정도야. 세상에 내가 널 키우면서 이런 광경을 볼 줄이야.


널 데리러 갔지. 당연히 놀이터를 그냥 지날 리 없지. 그건 신기하지 않았어. 놀이터에서 먼저 놀던 네 학교 친구를 보았어. 둘이 놀이터에서 같이 놀더니 금방 엄마가 있던 실내로 들어오더라. 힘이 없대서 어린이 충전기인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사줬어. 그런데 또 금방 들어오더라. 그러더니 내 옆에 둘이 앉아서 책을 읽는 거야. 그것도 신기하지 않았어. 그런데 네 입에서.


“우리 나가서 놀자.”


세상 사람들, 우리 아들이 나가서 놀자는 말을 했어요! 그런데 그 친구 대답이 가관이야.


“난 책 읽는 걸 좋아해서.”


너 같은 아이가 드디어 나타났어. 세상에 이런 일이. 실내에 들어오면 “신난다! “하는 네가 먼저 나가자고 하질 않나, 돌아오는 대답도 가관이질 않나. 엄마는 그 아이가 갑자기 너무 이뻐 보이는 거야. 그래. 엄마 지금 좀 흥분했어.


집에 오는 길에 네가 그러더라. 쟤네 엄마 번호 좀 알아보라고. 집에 초대해서 같이 놀고 싶다고. 어.. 엄마 내향인이긴 한데.. 노력해 볼게. 그리고 엄마가 다리 꼬고 어린이신문 펼쳐 읽는 모습 보면서 “우리 엄마 신문 보는 모습이 아저씨 같다.”라고 한 거 다 들었어, 요 녀석아.





사랑해, 요 녀석아.

엄마가.

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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