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씩 거칠어지고

기억하렴

by 내복과 털양말

아들에게,


너는 요즘 확실히 분위기가 바뀌었어. 유치원 때랑은 다르게 네 말처럼 “초딩”으로 급격히 변하고 있구나. 어째서인지 너는 요즘 짜증을 잘 내고, 엄마가 한 말에 대답도 잘 거르지. 네가 만화책을 집중해서 보고 있긴 했지만, 아마도 엄마 말을 듣고도 대답할 정신이 없나 보다 생각하긴 했지만, 그래도 기분이 안 좋아지는 건 어쩔 수 없더라.


무슨 말을 하면 너는 내 말이 끝나기 무섭게 전혀 다른 이야기를 꺼내지. 전혀 듣고 있지 않고, 엄마 말이 끝나기만을 기다린 사람처럼. 요즘 그래서 엄마는 말이 점점 줄어드는 것 같아. 필요한 말은 하지만, 잠시 그 이상의 말은 줄이고 있어. 습관 잡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지만, 그래도 숙제와 내일을 위한 가방 싸기 만큼은 그래도 꼭 해야 하는 거라고 잡혀가고 있는 것 같아서 그나마 다행이야.


최근엔 중고거래로 디지털피아노를 마련했어. 건반도 다 정상적으로 소리 잘 나고, 상태도 좋은 거래여서 엄마는 만족스러웠지. 엄마가 옆에 앉아있으니 너는 매우 조심스러워하며 피아노 독학 앱을 따라 칠 때도 작게 치더라. 그래서 엄마는 너 혼자 하라고 뒤로 빠졌어. 요즘엔 내가 엄마로서 뭘 제대로 하고 있는지 잘 모르겠을 때가 종종 있단다. 엄마는 그럴 때 야생화 꽃씨를 뿌린 곳에 가서 물을 줘. 싹이 나기 전까지 흙이 촉촉하게 유지되어야 하니까. 그러다가 마당에 심은 벚나무도 보는데, 재작년에 꼬챙이 같은 걸 심었는데 언제 이렇게 자랐나 감탄하기도 해. 꼭 내 아들 같네, 하면서.


학교는 생각보다 정글인 것 같더구나. 남자애들 중에 누가 제일 키가 큰지 줄 세워보기도 하고, 벌써 이 새끼 저 새끼 비속어도 쓰고, 벌써 툭탁거리고 때리면서 싸운 아이들도 나왔다지. 욕을 쓰지 않는 아이는 잘 없다지. 이제 너도 점점 아빠에게 주의를 받기 시작했어. 가족에게 말을 곱게 하라고 말이지. 식구가 나갔다 돌아오면 인사하고, 말도 곱게 하고, 말을 들었으면 제대로 대답하라고. 네 나름대로의 사회생활을 해내느라 그 영향으로 조금씩 거칠어지고 있네.


이 시기도 잘 지나가겠지.

기억하렴. 인사는 기본이고, 가족 간에도 지킬 예의가 있다는 걸.





내일도 잘 보내보자.


사랑해.

엄마가.

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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