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환장파티의 막이 오르다
나는 여행을 좋아한다.
여행을 신봉한다라는 표현을 써도 좋을 만큼 여행을 사랑한다.
아버지께서는 어렸을 때부터 말씀해 주셨다.
"사람은 본만큼 생각하고 말한다."
그래서 기회가 될 때마다 많이 데리고 다니셨다.
어렸을 때의 말씀 때문인지 성인이 되어서도 세상을 더 경험하러 돌아다녔다.
무언가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사람들을 마주한다는 것은 얼마나 가슴 설레는 일인가.
그런데 이번 여행만큼은 가슴 설레지 않았다.
기대 반, 두려움 반이라는 표현이 있지만 나는 대부분의 생각이 두려움이었다.
2023년 7월.
인천공항으로 나서는 차 안에서도 나의 생각은 걱정으로 가득 찼다.
3대가 함께하는 여행. 그리고 나의 아내.
3번째인 유럽이기에 지난 시간들의 경험을 토대로, 수많은 검색으로 얻은 정보를 통해 모두가 만족할 일정 세우려 최선을 다했다.
이제는 내 손을 떠났다고 생각했지만 날씨나 현지 상황은 언제나 변덕스럽기에, 혹여나 생길 수 있는 예상치 못한 상황이 나의 간담을 서늘하게 하고 있었다.
정오 즈음에 출발하는 비행기였지만 성수기와 포스트 코로나로 공항이 붐빌 것을 예상하여 이른 아침 인천공항에 도착을 했다.
생각보다 한산했다.
온라인으로 환전해 두었던 돈을 찾았고, 위탁 수하물을 보내려 줄을 섰다.
위탁 수하물과 기내 수하물, 유모차에 카시트, 그리고 기다리고 있는 가족들의 시선까지. 그 무게가 더해져 이 여행 잘 헤쳐나갈 수 있을까 고민이 더해졌다.
줄이 점점 짧아지고 있는데 아들 준희가 기침을 하기 시작했다. 아뿔싸. 기침약은 위탁 수하물에 있었다.
그 자리에서 20kg이 넘는 캐리어를 열고 정돈되지 않은 짐을 헤집었다. 내 뒤로 기다리는 사람들이 없었지만 그래도 식은땀이 나기 시작했다.
아이의 첫 해외여행이기 때문에 챙겨 온 비상약이 많았다. 해열제, 목감기약, 콧물감기약, 지사제, 소화제, 피부 질환 연고 등등. 다행히도 누군가의 따가운 눈총을 맞기 전에 기침약을 찾았고 기내 수하물로 옮겼다. 그리고 위탁 수하물과 유모차, 카시트를 비행기로 보냈다.
이제는 한결 가벼워진 마음으로 아침을 먹고 기침약을 먹여야지 생각했는데 집에 놓고 온 것이 생각났다. 50개 항목의 준비물 체크 리스트를 만들어 짐을 챙겼다고 자만했지만 중요한 한 가지, 약을 먹일 때 용량을 재는 작은 약통을 챙겨 오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