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능력이 높으면 무조건 좋을까?
일론 머스크는 SNL에 출연하여 이런 말을 했다.
“혹시 저 때문에 감정 상한 사람이 있다면, 이렇게 말하고 싶네요. 저는 전기차를 재창조했고 사람들을 로켓에 태워 화성으로 보내려 해요. 그런 제가 차분하고 정상적인 친구일 거라고 생각하셨나요?
”
< 일론 머스크, SNL에서 >
사람들은 공감 능력이 뛰어나고 눈치가 빠른 사람을 좋아한다. 자신의 입장에서 생각해 주길 원하고 힘든 점을 알아주기를 원한다.
공감 능력이 높으면 무조건 좋을까?
나는 공감 능력이 높은 사람이다.
불필요하게 상대방한테 공감하고 상대방 입장에서 생각해 보는 이 공감 능력 때문에 사람들에게 선의로 한 행동들이 나에게 상처로 돌아온 적이 많았다. 그리고 이 애증의 공감 능력은 어떤 것의 결과를 내는 데에도 큰 걸림돌이 된 경험이 많다. 오래도록 이 부분에 대해서 고민을 해본 결과, 정말 상대에게 공감하여 한 행동들도 있겠지만, 더 우선적으로는 눈치를 자주 보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매 순간 사람들의 의도를 읽으려고 했었고, 상대의 마음이 괜찮아 보이는 데서 내 만족감을 찾았던 것이 더 큰 이유였다. 그러다 보니, 눈치가 빨라지고 그것에 만족하며 살아왔다는 것을 조금 깨달았다.
결국, 공감 능력이 높다는 것은 내 마음보다 다른 사람의 마음을 더 챙기고 있다는 것이라는 것을 알았다.
투명 유리창이 앞에 붙은 책상에 앉아 있다고 해보자. 여러분은 배가 고픈 상태다. 그런데 맞은편에 여러분이 아는 어떤 남자가 여러분처럼 배고파하며 책상에 앉아 있다. 여러분 앞에 두 개의 지레가 있는데, 첫 번째 지레를 당기면 여러분에게만 시원한 물과 음식이 든 접시가 오고, 두 번째 지레를 당기면 여러분과 상대편 남자 모두 음식 접시를 받는다. 이런 상황에서 하나의 지레만 당겨야 한다면, 어떤 지레를 당기겠는가?
답은 아주 명백하다. 두 번째 지레를 당기면 여러분은 첫 번째 지레와 똑같은 음식을 받을 뿐만 아니라, 추가 비용 없이 당신과 비슷한 곤경에 처한 사람을 도울 수 있다. 당연히 여러분은 두 번째 지레를 당길 것이고, 다른 압도적인 수의 많은 사람도 그렇게 할 것이다. 그렇게 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그것이 누구를 위해 자연스러운 일인가?
재밌는 일은, 이와 똑같은 실험을 서로 다른 세 곳에서 잡아온 침팬지들을 대상으로 했는데, 인간과 달리 침팬지들은 건너편 침팬지에게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침팬지들은 자신만을 위해 선택했고, 두 개의 지레가 똑같은 혜택을 주는 한 침팬지들은 건너편 침팬지에게 어떤 혜택이 가든 전혀 개의치 않고 둘 중 아무 지레나 당겼다. 이 실험은 매우 주목할 만한 것이다. 왜냐하면 건너편에 있는 침팬지는 지레를 당기는 침팬지와 같은 서식지에 사는, 잘 아는 사이였기 때문이다.
< 대니얼 네틀 - 성격의 탄생 >
이 책에 의하면 인간의 경우 대부분은 건너편 책상에 앉아있는 사람이 아는 사람이든 전혀 모르는 사람이든 간에 상호적인 지레를 택한다고 한다. 친 사회성이나 초사회성으로 불리는 이것은 '독재자 게임' 같은 다양한 실험에서 관찰되었는데, 이러한 현상은 '타인 존중 선호'를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 '타인 존중 선호'라는 것은 상대방이 얻는 효용이나 만족에 따라 자신의 효용이나 만족이 결정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5대 성격특성 중 '친화성' 수치가 높은 사람들이 협조적이고, 사람을 잘 믿고, 타인의 감정을 잘 이해한다고 한다. (주로 '사이코패스'는 이 친화성 수치가 극단적으로 낮다고 한다. ) 이런 성향이 존재하는 것은 인간이 사회집단에서 서로 도우며 살아왔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사회적으로 본다면 이 친화성이 높고 공감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 '좋은 사람'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런 공감 능력이 높은 사람은 자신이나 자기 주변 사람들의 이익을 떨어뜨릴 수 있다.
무례하라는 것도, 안하무인이 되라는 것도 아니다. 그저, 모든 사람의 감정을 다 공감해 주고 모든 감정선에 몰입하면서 큰일을 해내기란 쉽지가 않다는 말이 하고 싶은 것. 어떤 분야를 시작할 때는 2~3년 정도는 최고의 집중을 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노력의 한계치를 높이고 다양한 실패와 성공을 접하면서 생기는 인사이트를 누적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잘되지 않더라도 다른 분야에서 시작할 때 아주 큰 무기가 되어 줄 것이다.
정말, 내 인생의 어떤 시기에도 문학과 견줄 만큼 중요한 것은 내게 아무것도 없었다.
오스카 와일드 옥중서한
다들 한 가지 분야에서 큰 두각을 나타낸 사람들을 떠올려 보면 성격이 독특하다는 생각이 쉽게 들 것이다. 예외는 있겠지만, 그만큼 인과관계가 있다는 뜻이다.
내가 이루고자 하는 일에 녹아 들어보려고 한다.
나눠주던 정들을 모아 나에게 쏟아보고자 한다.
한 번쯤은 미쳐서 몰입해보려고 한다.
내 모든 오감에 유난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