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한국사, 세계사, 동아시아사, 철학, 종교도 공부하고 싶고, 과학도 알고싶어요. 그렇게 가다보면 경제도 알고싶고. 전체적인 흐름을, 여러가지 역사의 흐름을 놓고, 어떤 영향이 있는 사건들의 유기적인 관계를 밝힐 때 희열을 느껴요. 다 공부하고 싶은거에요."
양평(17, 정혜인)을 인터뷰 한다고 하니
거꾸로캠퍼스의 많은 학생들이 열광했습니다.
안그래도 궁금한 것이 많았다면서, 대신 물어봐 달라고 몇 가지 질문을 줬습니다.
"개인주제 프로젝트를 그렇게 열심히 할 수 있는 비결이 뭘까요?"
"양평은 왜 맨날 프로젝트에 신나있는지?"
"어떻게 하면 그렇게 지치지 않고 하고싶은 게 많을 수 있을까요?"
양평에게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요?
다른 학교는 100점이 끝이잖아요
거꾸로캠퍼스엔 항상 최소만 있고 최대가 없어요
"학교에서는 지식을 가르치잖아요. 딱 공부할 게 정해져 있고, 그것만 머리에 넣고 시험 보면 100점, 끝인데
거꾸로캠퍼스는 진짜 끝이 없어요. 배움장터를 해도 끝난게 아니고, 뭔가 또 다른 걸 찾아봐야 할 것만 같아요.
최소한도로 해야 하는 건 있지만, 정말 하자고 하면 끝이 없이 할 수도 있고, 그렇게 성장할 수도 있는 거죠.
항상 최대가 없어요."
끝도 없는 거꾸로캠퍼스의 배움길을 양평은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100점을 목표로 하기보다 각자의 최대치를 향해 꾸준히 달릴 수 있다,
어떻게 가능한걸까요?
"학교에서는 지식을 배우잖아요. 거캠에서는 방법을 찾는 걸 배우거든요.
이건 제가 요즘 하고 있는 생각이에요. 여기선 선생님들이 학생에게 말씀하실 때, "A는 틀렸으니 A'로 고치세요", 라고 안하셔요. 오히려 "더 청중에게 좋은 전달법이 뭘까요?", 하고 이야기 해주는게 학생 스스로 의문을 갖게 하고, 학생을 움직이게 하는 것 같았단 말이에요. 그럼 학생들이 스스로 고민하고 찾아보게 되고, 그러다보면 또 하고 싶은 것들이 생기고, 알고 싶은 것들이 생겨나요. 그런 점에서 학생들에게 오는 선생님들의 역할이 생각보다 큰 것 같아요. 학생이 성장할 수 있게 필요한 방법에 맞춰서 코칭을 하는 건 중요한 것 같아요."
"나라면 어떻게 행동했을까요?" 교과서에선 이런 문제가 제일 어려웠어요.
"이전 학교에서는 정말 생각없이 살았어요. 사실 생각할 필요가 없었죠. 모르는 것이나 궁금한 것을 질문하면,
선생님들은 시험에 안 나오니까 알 필요 없다고 하기도 하셨죠. 다녔던 학교가 좀 작은 편이어서, 공부를 안해도 성적이 잘 나왔어요. 열심히 해야겠다는 동기부여가 잘 안됐었죠. 아는 것도 줄어드는 것 같았어요."
양평은 경기도 양평에서 왔습니다. 출신 지명을 따라 별명을 지었죠.
그곳에서 학교를 다니던 양평은 지금처럼 무엇에나 열의가 있는 학생은 아니었다고 해요.
"국어교과서를 보면 마지막에, '주인공의 감정은 어떨까요?', '나라면 어떻게 행동했을까요?' 이런 활동문제들이 있잖아요. 그런 걸 도저히 못쓰겠더라고요. 정답이 있는 건 답을 쓰겠는데, 내 입장에서 생각을 하는 게 너무 어려웠어요. 제 생각이나 의견을 잘 정리하지 못했었어요. 그런 연습을 학교에서는 못했거든요."
거꾸로캠퍼스는 학생들이 꾸준히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고, 남을 설득하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끈기있게 배워나가기 위해 다른 사람들과의 소통을 적극 활용해야 합니다. 스스로가 진행하는 프로젝트에 대한 의견을 친구들에게 묻는 것도 너무 흔히 일어나는 일이지요. 양평에게 거꾸로캠퍼스가 쉽지만은 않았을 것 같았습니다.
"거꾸로캠퍼스에 왔는데, 생각보다 너무 힘든거에요. 자꾸 의견을 말하라고 하니까요. 처음엔 '여기서 살아남으려면 공부를 해서 의견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었어요. 처음엔 너무 힘들었죠. 매 수업 마지막마다 발표를 했거든요. 그 PT를 만들 때마다 무슨 내용을 넣어야 하는지 뭘 어떻게 말해야 하는지 모르겠는거에요. 그래서 그 때 자기 의견을 자신감 있게 말하는 사람들을 보고 많이 배우려고 한 것 같아요. 선생님들한테 추가로 뭘 질문하거나, 필요한 걸 말하는 것도 어려웠어요. 예전학교에서는 안그랬으니까요. 근데 거꾸로캠퍼스에선 그런걸 해야 하는 거잖아요. 그래서 그때는 할 것도 없는데 끝까지 남아서 막 다른 사람들 뭐하는지 보고, 했었어요."
거꾸로캠퍼스 알파랩 1000% 활용하기
거꾸로캠퍼스는 기본 과정인 혜화랩을 중심으로 시각화스킬을 배우는 브이랩, 데이터분석스킬을 배우는 디랩, 메이커스킬을 배우는 엠랩, 그리고 앙트레프러너십을 기를 수 있는 아이랩까지, 현재 총 4개의 '알파랩'을 함께 운영하고 있습니다. 기본교육과정을 경험하면서 다양한 프로젝트를 꾸려온 학생들은 자신이 풀고 싶은 문제에 효과적인 솔루션을 찾기 위해 필요한 역량들을 키우러 알파랩에 다녀옵니다. 알파랩에는 한 모듈 단위로 다녀올 수 있고, 다양한 스킬을 배우면서 각자의 프로젝트도 한 뼘은 더 키워오는 기회죠.
양평은 브이랩, 디랩을 모두 경험하고 현재는 다시 디랩에 있습니다. 양평의 거꾸로캠퍼스 생활에 알파랩들은 꽤나 중요한 위치에 서있다고 합니다.
"처음에 브이랩을 다녀왔는데, 혜화랩에 다시 와서 깨달았어요. 제가 뭔가 달라졌더라고요. 처음에는 그게 '공간'을 주제로 프로젝트를 하게 된 배경이었어요. 주변의 어떤 자극이 나한테 들어와서,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걸 하게 될까, 하는 생각이 공간을 주제로 만들기 까지 했죠. 뭔가 하고 싶은 것들에 대한 생각을 다양하게 하기 시작했고, 스스로의 의견을 말하는 것도 조금씩 편해지기 시작했어요. 제가 피부로 느꼈던 성장에 대한 성취감도, 디랩에서 느꼈어요. 제가 의견을 낼 때 조금 느린 편이거든요. 시간 내에 글을 써야 한다고 하면 매번 만족할 만큼 담지를 못하는거에요. 그런데 처음 디랩에서 마케팅 실습발표를 할 때, 처음으로 제가 구상했던 모든 것들을 담아서 발표했어요. 일지에도 썼죠. 너무 기쁘다고요. 아직도 생각나요."
양평은 지금 거꾸로캠퍼스의 교육과정을 십분 활용해, 자신이 밀고 오던 공간의 힘에 대한 프로젝트를 확장할 계획입니다. 양평의 말을 빌자면,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는데요, 조심스럽게 꺼낸 양평의 계획을 나눠봅니다.
"올해까지는, 진행해오던 친환경유기농 식자재 플라스틱포장 문제를 꾸준히 해결해보고, 내년에는 진짜 저 큰 그림 그리고 있어요. '학생의 창의력을 극대화시키는 물리적 교육환경'을 연구하고 싶어요. 내년 초부터 3모듈까지는 주제에 대해 개인프로젝트건, 팀프로젝트건 깊은 학습을 끝내고 나서, 실제로 아이랩에 가서 결실을 맺고 싶어요. 여기서 진짜 처음 말씀드리는거에요. 눙이랑 같이 하기로 했는데, 제가 여기서 이런 말 하는지 눙이도 몰라요(웃음) 아 너무 떨려요"
지난 16년을 안했던 걸
1년 동안 한다고 생각해요.
"친구들이 저한테 많이 미쳤다고 하는데, 저는 16년동안 안한 걸 1년에 한다고 생각해요. 근데 사실 사람들이 그렇게까지 생각할 정도로 내가 하고 있는 건가? 모르겠어요. 그렇게 질문하는 친구들도 엄청 많이 하고 있으면서..(웃음)"
거꾸로캠퍼스에서 이제 1년 반, 그동안 배움과 공부에 대해 고민하면서 욕심쟁이로 거듭난 양평에게 그동안 얻은 인사이트를 조금 나눠달라고 해봤습니다.
"이전 학교에서는 지금보다 시간도 많고, 할 수 있는게 더 많았어요. 근데 거꾸로캠퍼스에 와서야, 욕심을 내고 진짜 실행에 옮기기 시작했어요. 그때도 사실 지금과 같은 문제의식이 없었다고 말할 순 없어요. 교육에도 관심이 있었고, 철학도 하나도 몰랐지만 관심은 있었어요. 다만, 배울 생각을 안했던거죠. 열심히 학교 다니고, 나중에 하자. 너무 당연히, 지금은 학교만 잘 다니면 된다, 그렇게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근데 거꾸로캠퍼스에서는 '나중'이라는게 없어요.같은 것을 보고도 다르게 생각하는 방법을 진짜 쉼없이 배우거든요. 내가 지금 공부하고 싶은 것이 있는 이 순간, 꼭 하고 싶고, 해야 할 것 같아요."
양평은 인터뷰 내내 기다렸다는 듯 자신의 의견을 술술이야기 하고, 깊고 넓은 생각들을 나눠주었습니다. 하루가 다르게 자라고, 보란듯이 멋지게 스스로를 닦고 있는 양평의 목표는, 그야말로 양평다웠습니다.
"저는 거꾸로캠퍼스에서 진짜 끝까지 잘 배울 생각이에요. 나중엔 저처럼 생각이나 의견을 말하기 어려웠던 학생들에게 교육을 통해서 조금 더 가능성을 주는 그 물결에 합류하고 싶어요. 요즘은 그런 추세이기도 하잖아요.거꾸로캠퍼스에 취직해야 하나요?(웃음) 교육이 바뀌는데 힘을 보태는 사람이고 싶어요."
글. 정유미 (사)미래교실네트워크 콘텐츠매니저
사진. 김동준(마늘) 서예인(지방)
*[거꾸로캠퍼스 사람들]은 인터뷰 대상자가 다음 인터뷰이를 지목하는 '릴레이 인터뷰'입니다. 양평이는 고심 끝에, 박경민(마루)를 지목했어요! 메이커역량을 기르는 M랩에 가서 '아이돌덕질'만 하는 줄 알았는데, 요즘 마루 실력이 엄청 늘어서 슝슝 날아다닌다는 소문이 있다네요! 마루는 과연 날개를 단걸까요? 마루의 스토리, 다음 편에 대문짝만하게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