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미래교실네트워크 Oct 17. 2019

제 이름은 상수, 서로 상에 빼어날 수를 씁니다.

'서로 함께 잘 살자'는 꿈을 꾸는 콜라 이상수의 거꾸로캠퍼스 이야기

제 이름이 '서로 상'자에 '빼어날 수'를 쓰거든요.

같이 잘 되자, 는 뜻이에요.

제 이름처럼 더 좋은 가치를 만들고 싶어요.

잘 보이지 않는 사회적 소외계층에 자꾸 관심이 가요.

그런 사람들에게도 도움이 되는, 그래서 다 함께 잘 살 수 있는 길을 찾았으면 좋겠어요.


'꿈이 뭐냐'고 물었더니, 이런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한치의 꾸밈도 없는 콜라(17, 이상수)의 이야깁니다.


거꾸로캠퍼스의 엉뚱한(?) 도전자


지난 인터뷰의 사과는 다음 인터뷰어로 콜라를 지목하면서 '재밌는 애에요'라고 했습니다.

다른 사람이라면 한번쯤 멈칫할 도전을 생각보다 아무렇지도 않게 해버리는 콜라가 신기하다는 겁니다.


2018년 8월 거꾸로캠퍼스에 온 뒤로, 콜라는 다양한 프로젝트에 손을 댔습니다.

프로젝트에 대한 콜라의 열정은

가끔 엉뚱한 매력을 뽐내는 쪽으로 드러나기도 합니다.

지난 봄에는 가격폭락으로 인한 농산물 폐기 문제에 주목해,

거꾸로캠퍼스 혜화랩이 있는 공공그라운드 옥상 테라스에 얼갈이 배추를 심었었죠.

그 바람에 건물 전체에서 '배추 심은 거꾸로캠퍼스 학생'으로 유명세를 떨치기도 했습니다.


콜라가 공공그라운드 옥상에 심었던 얼갈이배추싹




"예전엔 배추아빠라고 불러주시면 뿌듯했는데,

이제 민망해요. 처음엔 상추 가격이 너무 떨어져

농부들이 상추 폐기를 하는 문제가 눈에 들어왔어요.

어떻게 하면 해결할 수 있을까, 고민하면서

주말농장도 하고 학교건물에도 배추를 심었거든요.

농사도 짓고 , 농부들과 인터뷰도 많이 했는데

끝나고 나니 학교에 있던 배추 관리가 소홀해지면서

말라 비틀어졌죠. 면목이 없습니다.

그렇게 배추는...죽었어요.(침울)"



이번 3모듈, 메이커역량을 키우는 거꾸로캠퍼스 M랩에서 공부하던 콜라의 눈에 들어온 문제는 길바닥에 버려지는 담배꽁초였습니다. 처음엔 담배꽁초를 모을 수 있는 쓰레기통을 고민했죠. 그랬던 것이 지금은 담배꽁초를 분쇄해 퇴비로 만드는 기계를 고안하는 단계에까지 이르렀습니다. 다이소에서 사온 종이분쇄기를 분해해서 부품을 뜯어내 관찰하고, 필요한 방향으로 개조하는 작업을 하는 중입니다.






"M랩이 있는 곳이 회사건물이 대부분인 영등포라 그런지 바닥에 담배꽁초가 너무 많더라고요. 해결할 방법을 찾다가 프랑스의 어떤 기업이 담배꽁초를 퇴비로 만드는 사업을 했다는 기사를 보게 됐죠. 그래서 저도 한 번 해보려고요. 지금 보시면, 이게 다이소에서 파는 종이 분쇄기에 있던 분쇄부품이거든요. 이건 좀 두껍게 갈리니까, 더 작게 분쇄할 수 있는 부품을 만들어 기존 부품에 붙이는 거엔 성공했어요."



거꾸로캠퍼스는 '놓치면 안될 것 같은 기회'였어요


주변에서 보이는 문제들을그냥 넘기지 않고, 재미있는 프로젝트로 이끌어 내는 콜라에게도 거꾸로캠퍼스가 힘들었던 시간이 있었습니다.


"처음 딱 들어와서 주제콘테스트할 때부터 문제의 시작이었어요. 다른 친구들이 열심히 주도를 해서 막 의견을 물어보는데, 무슨 말을 해야 할지도 잘 모르겠고요. 평범한 중학교를 다닐 때도, 제가 말을 많이 하는 편은 아니었어요. 그때는 선생님들이 수업시간에 제가 조용하니까 좋아하셨단 말이죠? 근데 여기서는 그게 반대였어요. 제가 말을 꺼내야 하고. 그래서 한동안은 오히려 말해야 된다는 강박이 생겼었어요. '한마디라도 더 해야 한다' 이런 생각이 들었죠. 그렇게 해서 그나마 말이 좀 편해지는데 두 모듈 정도는 걸린 것 같아요. 처음 2주간은 정말 그만둘까 많이 고민했었어요. 쵸파(김희정)가 많이 도와주셨죠."


콜라는 이전 학교에서도 특별히 적응을 잘 못하거나, 불만에 차있는 학생이 아니었습니다. 과묵하고 착한 콜라의 성품은 오히려 칭찬할만한 장점이었죠. 고등학교 진학을 준비하기 전까지는 말입니다.





"중학교 3학년 때, 고등학교 진학을 준비하면서

각자가 생각하는 진로를 적어서 내야 했어요.

막상 쓰려고 보니 뭘 해야 할지 모르겠는거에요.

그때 '이게 맞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빠 친구분을 통해서

거꾸로캠퍼스를 소개받았고, 그래서 한번 와봤었죠.

그날 느꼈어요.

여기 친구들은 자신의 관심사나 진로에 대해서

굉장히 재미있게 공부하더라고요.

여기가 내 자리다, 싶었죠."


아무리 학교가 좋아보였다 하더라도, 나름대로의 큰 결정을 빠르게 내릴 수 있었던 것에는 한 가지 이유가 더 있었습니다.


"제가 예전에 유도를 했었거든요. 유도 명문이라는 학교를 견학 갔었는데, 거기서 스카웃 제의가 왔었어요. 좋은 선수로 자랄 수 있겠다고 거기선 판단했었나봐요. 한달간 합숙도 했었는데, 가족들이 많이 반대하셔서 그 길을 접었어요. 워낙 저희 집안이 운동하는 집안은 아니어서, 승부욕도 없고요. 그래서 제가 수긍했는데, 왠지 너무 후회가 되더라고요. 그래도 끝까지 해볼걸, 하는 마음이 오래 남았거든요. 그때 생각이 나서, 거꾸로캠퍼스는 놓치고 싶지 않았어요. 놓치면 안될 것 같은 그런 기회?. 이번엔 부모님이 딱히 반대는 안하셨어요. 근데 놀라시긴 하더라고요. 진짜 하겠다고 할 줄은 모르셨나봐요.(웃음)"

저는 학교가 저를 잘 키워줄거라 믿고 있어요


"친할머니가 딱 그러시거든요. 대체 거기서 뭐 배우냐. 밤늦게까지 프로젝트 하고 하니까 주말에 집에 가면 자고, 일어나면 심심하니까 책읽고 게임하고 또 자고, 할머니가 도대체 너는 지금 고1인데 뭐하냐 그러시는 거에요. 딱히 할 말이 없잖아요. 그래서 하루는 제가 개인주제를 발표했던걸 들고 할머니 앞에서 가서 발표를 했어요. 그랬더니 할머니가 열심히 하라고 해주셨어요. 할머니가 의문을 가질 때마다 저는 매번 '저는 학교를 믿습니다'했어요. 실제로 저는 그렇게 생각하거든요. 다른 친구들이랑 충분히 의견을 주고 받으면서 소통능력이 나아진 것처럼요. 거꾸로캠퍼스에서는 진짜 많이 배워요. 앞으로도 기대하고 있어요."


콜라가 처음부터 이렇게 생각했던 것은 아닙니다. 물론 처음보다는 다른 사람들과 많은 대화를 이어가는 것이 편안해졌다지만 다니는 학교를 믿는 것은 쉽게 일어나는 일은 아니죠. 스스로의 성장과 학교에 대한 믿음을 볼 수 있어 내내 좋았던 콜라와의 인터뷰는, 끝도 없는 감사인사로 끝맺게 되었습니다.


"고마우신 분들이 너무 많아요. 특히 지난해 마지막 모듈에 만난 사최수프팀원들이 컸어요. 지금까지도 프로젝트를 같이 하고 있는 이 친구들을 만나서, 본격적으로 학교에서 하는 많은 활동에 의욕을 갖게 된 것 같아요. 말하는 연습도 그 팀에서 많이 했고요. 먼저 저를 믿고 고민상담을 와준 친구들, 학생회 부서활동을 제안해준 친구들, 선생님들도요. 앞으로도 진짜 잘 부탁드립니다(헤헤)"


+ 뒷이야기 한토막.

Q. 선생님들이 '아들삼고 싶은 학생'이라고 지목한다는데?

A. 막상 제 부모님이 되어 보시면 많이 다르실 것입니다.


글. 정유미 (사)미래교실네트워크 콘텐츠매니저

사진. 박종서(링컨) 강채현(다다)


* [거꾸로캠퍼스 사람들]은 인터뷰 대상자가 다음 인터뷰이를 지목하는 '릴레이 인터뷰'입니다. 콜라는 고심 끝에, 정혜인(양평) 지목했어요! '최근 들어 공간디자인에 관심이 생겼다던데, 뭐든지 열심히 하는 양평이의 생각이 궁금해요'라면서요. 다음 편에 대문짝 만하게 양평이 만나러 가요!

 



매거진의 이전글 처음엔 '이 학교 언제 망하나' 싶었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