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릭터 디자인 관련 직업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알아보자.
한국인의 손재주는 탁월하다. 반도체 강국, 정교한 의료시술능력, 기능올림픽의 우수한 성적 등은 모두 우리의 정교한 손놀림 때문이라는 해석이 많다.
한국인의 뛰어난 손기술은 문화산업에서도 두드러진다. 다큐 전문 채널 내셔널지오그래픽에서 한국 프로게이머들이 세계 게임대회에서 우승을 휩쓰는 이유를 알아내기 위해 당시 최고 프로게이머였던 서지훈 선수와 다른 프로게이머들을 비교한 적이 있다. 1분 동안 키보드를 몇 번 두드리는지 관찰한 결과, 세계 프로게이머들은 평균 100번 정도인데 비해 서지훈 선수는 370번을 두드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인의 손기술이 뛰어남을 입증한 셈이다. 우리의 손재주는 캐릭터 디자인 영역에서도 빛을 발한다.
우선, 순수하게 캐릭터만 디자인하는 경우이다. 대표적인 사례는 1974년 만들어진 일본의 헬로키티이다. 동일한 동전비닐지갑 6종류에 각각 다른 디자인을 입혔는데 키티가 그려진 지갑만 월등히 잘 팔리면서 주목 받기 시작했다. 당시에는 키티라는 이름조차 없었다. 헬로키티가 프린트 된 상품의 구매력이 높아지면서 생명력을 갖게 됐다.
다양한 상품과 콜라보 되고, 팬클럽이 형성되고, 애니매이션으로 제작되면서 점차 성별, 혈액형, 가족, 친구들이 생기고 정체성이 구체화되었다. 태어난지 40년이 훌쩍 지났지만 헬로키티는 지금도 진화 중이다. 일본 캐릭터 회사인 산리오에서 일하는 야마구치 유코 씨가 헬로키티 3대째 디자이너로서 헬로키티에 지속적인 생명력을 불어넣어주고 있다.
두 번째는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캐릭터를 디자인하는 경우이다. 엘사, 안나, 미니언즈와 같은 캐릭터를 만들어내는 애니메이터들이다. 애니매이터라면 누구나 꿈꾸는 직장인 디즈니, 픽사, 드림웍스 등 유명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에는 손재주로 실력 발휘하는 한국인들이 제법 있다. 언어뿐 아니라 신체적 핸디캡까지 극복하며 오직 실력 하나로 인정받고 입성한 실력파 토종 한국인들도 있다.
디즈니 최초의 한국인 애니메이터로 입사한 김상진 씨는 색약 판정으로 미대에 진학할 수 없었지만 비전공자로서 꾸준히 경력을 쌓으며 디즈니에 입사해 엘사, 안나, 빅히어로 등 세계적으로 사랑 받는 캐릭터들을 만들어냈다.
드림웍스의 촬영감독인 전용덕 씨는 군 생활 중 사고로 왼쪽 눈이 거의 실명되었지만, 사고 이후 한 가지 사물을 오래 보는 습관이 생겼고 사물을 관찰하는 습관은 오히려 일하는데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드림웍스에 애니메이터로 입사했던 그는 3D 촬영감독으로 영역을 확대했다. <쿵푸팬더>도 그가 촬영감독한 작품이다. 창의력과 결합된 한국인의 손재주는 최고의 애니메이션 고장인 헐리우드에서도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캐릭터 디자인은 시대 변화에 따라 새로운 영역으로 확대되기도 한다. SNS가 발달하면서 카카오프렌즈나 라인프렌즈 등 모바일 이모티콘을 디자인하는 영역이 새롭게 등장했다.
모바일에 이모티콘을 처음 접목시킨 건 일본 통신사에 근무했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구리타 시게타카 씨였다. 1999년 작은 스마트폰 화면 속에서 효과적인 정보전달 방법을 고민하던 그는 그림 문자를 개발했다고 한다. 간단한 이미지가 텍스트보다 감정표현을 더 쉽게 잘 전달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후 이모티콘은 훌륭한 의사소통의 도구가 되었다.
단순한 이모티콘 이미지는 스토리를 가진 캐릭터로 발전했는데, 한국에서 사랑 받는 카카오프렌즈가 대표적이다. 카카오프렌즈의 다양한 캐릭터를 만들어낸 권순호 씨는 카카오와 일하기 전에 게임 캐릭터 디자이너로 일했지만 이미 싸이월드에서 ‘시니컬 토끼’ 캐릭터로 실력을 인정받았다고 한다. 최근에는 금융권 등 온라인 사업에 중점을 둔 기업들 사이에서 이모티콘 캐릭터 제작 붐이 일면서 이모티콘 디자이너가 하나의 직업영역으로 자리잡고 있다.
시대 변화에 따라 생긴 또 다른 직업은 게임 애니메이터다. 게임 애니메이터는 게임시장이 급성장 하면서 게임에 등장하는 캐릭터, 배경, 아이템 등을 개발하는 그래픽 디자이너를 말한다. 게임 시나리오 내용을 참고로 등장인물과 배경을 스케치하는 캐릭터 디자이너는 주로 미술 전공자들의 영역이라면, 스케치 된 디자인을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컴퓨터 모니터에 그려 넣는 작업을 하는 것은 그래픽 디자이너의 몫이다. 게임 애니메이터는 미술 전공자보다 3D 프로그램 등 소프트웨어를 효과적으로 사용할 줄 아는 사람에게 적합하다.
캐릭터 디자인은 철저하게 학력보다 실력이 요구되는 분야이다. 따라서 실력을 보여줄 수 있는 포트폴리오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실력만큼 중요한 것이 커뮤니케이션 능력이다. 업계에서 인정받는 캐릭터 디자이너가 되기 위해서는 창의력과 자기만의 개성이 뚜렷해야 하지만 자기 스타일만 고집해서는 일이 진행되지 않는다. 고객이 요구하는 내용을 잘 듣고 이미지 형태로 구현해 낼 수 있어야 하고, 고객과 의견충돌이 있을 경우 본인의 아이디어와 생각을 상대방에게 전달하여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원활한 의사소통이 바탕이 되어야만 상호간에 신뢰도 형성될 수 있다.
한국인 애니메이터들이 디즈니를 비롯한 세계무대에서 활약하고 있고, 한국 토종 캐릭터 뽀로로도 140개국에 수출되는 등 한국 캐릭터 디자이너의 실력은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특히 게임이나 애니메이션 산업은 항상 새로운 감각과 디자인이 요구되는 만큼 캐릭터 디자이너에 대한 글로벌시장의 수요는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의미에서 캐릭터 디자이너는 세계를 향해 도전해볼 만한 직업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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