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트 마일 배송의 혁명
몇 년 전부터 유통 및 물류업계에서는 라스트 마일 배송(Last Mile Delivery)이 화두가 되고 있습니다. 라스트 마일 배송은 운송 과정 중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마지막 단계의 배송을 말하는데요.
라스트 마일 배송이 중요한 이유는 ‘당일배송’, ‘한 시간 이내 배송’ 등 빠른 배송에 대한 고객의 기대치가 점점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충성고객을 유치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아마존과 같은 전자상거래업체들이 매일 소비되는 신선식품의 온라인 배송을 확장하면서 빠른 배송을 위한 라스트 마일 배송은 그 어느 때보다 더욱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라스트 마일 배송의 문제점 중 하나는 높은 비용으로, 총 운송비용(supply chain)의 41%를 차지합니다(Capgemini Research Institute, 2018). 고객의 집 문 앞까지 사람이 직접 배달하는 과정에서 인건비가 많이 들기 때문이죠.
따라서 라스트 마일 배송의 빠른 속도와 효율성을 위해 첨단기술이 도입되고 있습니다. 해결사로 무인자율배송차와 드론이 등장했는데요. 드론의 경우, 2025년까지 전 세계 전자상거래 분야의 배달 드론 수가 220만 대에 이를 것이라는 보고서도 있습니다.
자율주행자동차 시대에 자동차 주행 데이터를 가진 자가 자동차시장의 강자가 될 것이라고 전망하듯이, 드론 역시 데이터가 중요한데요. 고객의 집 주변에서 드론의 카메라에 잡힌 모든 정보를 바탕으로 제품과 서비스를 추천하는 등 다양한 사업확장이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구글(Google Wing), 아마존(Amazon Prime Air), 우버(Uber Eats 음식 배달 드론)와 같은 글로벌 기업들이 뛰어드는 이유겠죠.
드론 배송이 아직 테스트를 하는 초기 단계인 만큼 경쟁도 치열합니다. 아마존이 지난 8월 31일 미국 연방항공국(Federal Aviation Administration FAA)으로부터 드론 배송을 허가 받은데 이어, 월마트(Walmart)는 9월 9일 스타트업 Flytrex와 손잡고 드론 배송 시범 사업을 시작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월마트가 서둘러 드론 배송을 시작하는 이유는 유통 영역을 확장한 아마존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 중 하나라는 평가입니다.
아마존 설립자인 제프 베조스(Jeff Bezos)는 2013년 5년 내에 드론 배송이 현실화될 것이라고 공언했고, 2016년 실제로 영국에서 드론 배송을 성공시켰습니다. 주문 클릭부터 상품을 받기까지 13분이 걸려 배송 혁명의 신호탄이 되었죠. 월마트 역시 자체적으로 드론을 연구 및 개발해 2016년 창고에서 재고 확인용 드론을 테스트한 바 있으나, 고객에게 직접 배송하는 것은 Flytrex와 손잡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2013년 이스라엘에 설립된 스타트업 Flytrex는 미국 North Carolina의 Fayetteville에서 월마트 상품 최대 3kg(햄버거 6-8개)을 51km 속도로 왕복 10km 거리까지 배송합니다. 현재는 모바일 앱 주문을 통해 치약, 손 소독제, 기저귀, 육류 등 생필품과 식료품 약 200가지 품목을 배송합니다.
Flytrex 공동 창업자인 Yariv Bash는 인구밀도가 높은 지역에서 자동차가 시간당 3건을 배송한다면, 드론은 15건을 배송할 수 있을 만큼 속도에 경쟁력이 있다고 주장합니다. 더구나 15건의 배송을 모두 한 명이 수행하므로 비용대비 효율성이 높습니다.
이 회사의 주목할만한 점은 드론의 가장 큰 단점 중 하나인 사생활 침해를 해결했다는 것인데요. Flytrex는 카메라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솔루션으로 문제를 간단히 해결했습니다. GPS 센서만으로 배달 목적지를 정확히 찾아갑니다.
Yariv Bash는 2019년 이스라엘 최초로 달 탐사선(Beresheet)을 발사한 SpaceIL의 공동 창업자로서, 비록 달 착륙에는 실패했지만 세계 민간기업 최초로 달 착륙을 시도했다는 점에서 주목 받기도 했습니다.
Flytrex가 배송 드론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건 2017년 아이슬란드(Iceland) 수도(Reykjavik)에서 전자상거래업체인 AHA와 협력하면서부터인데요. AHA는 드론 배송으로 고객만족도를 높이고, 배송 비용을 60% 절감했다고 합니다.
월마트가 드론 시범 배송을 발표한 다음날인 9월 10일 영국 최대 규모의 대형마트 테스코(Tesco) 역시 스타트업 드론업체 MannaAero와 다음달부터 아일랜드(Ireland) 외곽지역에서 드론 배송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전자상거래업체와 오프라인 대형마트 모두 ‘보다 빠르게’를 외치며 배송전쟁에 뛰어들었습니다.
오늘날 아마존이 미국 온라인시장의 약 40%를 장악할 수 있게 된 이유 중 하나는 익일배송과 당일배송이라는 빠른 배송으로 경쟁력을 강화했기 때문입니다. 코로나19로 비대면 소비가 일상화되고 온라인시장이 더욱 확대되면서 미국정부의 드론 배송에 대한 엄격한 잣대도 조금은 완화되는 분위기입니다. 하늘길을 통한 드론배송까지, 배송전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