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보상을 바라보는 관점
업력이 2년이 다 되어가다보니까, 친한 대표님들이 조금씩 생겼다.
작은 회사의 대표나 좀더 큰 회사의 대표나 제일 골머리를 썪는건 역시 사람 문제 들이다다.
그 중의 하나는 당연 성과보상.
창업하기 전에는 좋은 분들을 모셔와서 잘 해드리면 되는 비교적 간단한 (?) 로직의 일이라고 느껴졌는데, 현실적으로는 생각보다 많은 대화와 조율의 과정이 필요하다. 그리고 회사가 잘 되건 그렇지 않건, 많은 대표들이 회사와 직원간의 성과보상의 괴리로 고민한다.
내가 직원이었을 때를 생각 해 보자.
그 땐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는데, 돌이켜보니 회사에 대한 기대치가 높았다.
연봉도 많이 줘야 하고, 배우고 성장할 기회도 있어야 한다. 일이 재밌어야 하고 동료도 어느정도 마음에 들어야 하고, 회사 네임밸류도 있어야 했으며, 커리어에도 도움이 되어야 했다....
직원일때 내 연봉은 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상사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사무실 간식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나는 성장의 기회를 원하는데, 회사에서 늘 성장의 기회라고 느껴지는 일들이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내 노력 대비 충분한 보상이 없는 것 같아 동기부여가 저하되기도 한다.
내가 열심히 일했는데, 옆에서 노는 동료와 왠지 큰 차이가 없을것 같다는 생각은 나를 더 화나게 한다.
심지어 아우팅가는 장소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등등
회사에 대한 불평 불만을 가지기는 너무 쉽다.
대표의 입장이 되고보니, 직원의 연봉을 올려주기 위해서는 그 직원이 본인 연봉의 최소 3배를 벌어올 수 있어야 가능하더라.
자기가 받는 연봉만큼 벌어오는 직원은 사대보험과 사무실비용과 복지비용 등등 빼고나면 적자다.
인건비는 회사의 수많은 비용중 일부일 뿐이다.
상품을 제조하는 회사라면 제조비가, 유통하는 회사라면 물류비나 판매비가 수반된다.
각종 비용을 빼고, 대표가 근로자가 아닌 재무적 리스크를 지고 사업을 하는 타당성이 부여되려면 평균적으로 근로자가 연봉의 3배는 벌어와야 가능한 것 같다.
내가 아는 한 현명한 대표님은 이때문에, 매 년 직원들에게 비용을 공개하면서, 왜 자기몫의 세배 정도를 벌어와야 회사가 연봉협상을 할 수 있는지 설명하신다고 한다.
나는 스타트업이 일반 회사보다 직원들이 공정한 성과보상을 받고있다고 느끼기에 더 챌린징하다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스타트업은 두가지 사람들이 모였다: 내가 능력자이거나 대기업/공기업같은 선호도 높은 직장에 가기에는 아직 준비가 필요한 사람들이거나.
우선 전 자, 즉 능력자 직원의 경우를 살펴보자. 이 그룹의 직원들은 큰 조직을 이미 다녀봤거나 갈 수 있지만, 누군가가 셋업 해 둔 틀에 맞추는 것이 싫다. 내가 제약 없이 나의 능력을 충분히 발휘할 곳을 원한다. 더 많은 권한을 원한다. 급성장하는 조직을 경험해 보고 싶다. 등등 각자의 이유로 모인 이 그룹은 큰 조직을 다니며 누릴 수 있는 것들 (안정감, 복지, 네임밸류 등등)에 대한 기회보상이 필요하다. 월별현금흐름 관리가 중요한 많은 스타트업의 경우, 이분들의 높은 급여를 현금으로 전액 보상하기 챌린징 할때가 많고, 스톡옵션 등을 통해 대안(?)을 제시할 때가 많다. 그럼에도 이 그룹은 그 외의 것들 (예를들어 만족할만한 업무기회라던가 동료라던가 조직 문화라던가..)이 맞지 않으면 떠난다.
한편, 성장이 더 필요한 직원들은 그들 나름대로의 입장이 있다. 평생 직장이라고 생각하기에는 스타트업은 불확실성이 클 때가 많다. 대기업에 취업한 친구처럼 네임밸류 있는 곳을 다녀보고 싶을 수도 있고, 좀 더 안정적이고 워라밸을 즐기고 싶은 직장에 다니고 싶은 사람도 있다. 뭐라도 배우고 연봉 올려서 나가야지 싶은데, 일은 힘들고 내 생각만큼 연봉도 높지 않은데, 원하는 이직을 하려면 준비가 필요하기도 하다.
스타트업은 일반회사보다 더 높은 수준의 욕망이 모이는 곳이다.
창업자도, 직원도 기대와 Goal(목표)이 한층 높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더 많은 소통이 필요한 것 같다.
분명한 점은, 회사는 노동을 제공한 댓가로 돈을 버는 곳이지, 내고 다니는 곳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설령 매출과 직접적으로 연관되지 않는 부서라 하더라도, 나의 업무 결과가 전체 매출에 얼마나 기여를 할 것인가의 관점으로 바라본다면, 상호간 기대치를 좁혀 나갈 수 있는 시작점이 되지 않을까.
창업을 해 본 경험을 토대로 회사로 돌아가신 분들은 회사생활을 매우 잘(?) 하시는 경우가 많다.
제로투원(0 to 1)으로 맨땅에 헤딩하며 쌓인 내공도 한몫 할것이고, 재무제표를 직접 운영하는 의사결정을 해 보면서, 회사생활이라는 걸 바라보는 관점도 많이 바뀌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내가 회사에 얼마의 기여를 하고 있는지, 내 연봉을 높이려면 기여도를 얼마나 높여야 하는지 이해하고나면 놀고있는 옆동료가 얼마받는지 보다, 내가 하는/하려는 일이 어떤 가치를 만들어 내는지에 더 관심 갖게 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진짜 커리어 빌딩을 하게 되는 것 같다.
결론: 직장생활 해 본 대표들 대부분이 성과보상에 대한 똑같은 고민들 해봤다. 그래서 마음으로 충분히 이해한다. 그러나 조직 관점에서는 '개발기간 xx단축', '서버비용 xx 절감', '매출에 xx%기여'라는 구체적인 근거제시가 성립되어야 형평성있는 연봉 협상을 진행할 수 있으며, 이러한 근거를 제시해 주면 오히려 반갑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