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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퓨처플레이 FuturePlay Jun 08. 2021

사실 우리도 망할 수 있다

FP In-Sight_류중희 대표, 스타트업의 시작을 다시 생각하

퓨처플레이의 In-Sight 전달하는 연재 시리즈 'FP In-Sight'를 시작합니다
그간 쌓아왔던 퓨처플레이 member들의 스타트업 씬과 업(業) 에 대한 다양한 시선을 활짝 오픈합니다.

첫 번째 In-Sighter는 퓨처플레이 류중희 대표의 시선입니다.
퓨처플레이 류중희 대표


바야흐로 스타트업 붐(BOOM)이다

지난해 성황리에 종영한 드라마가 있다. 제목부터 업계를 들썩이게 만든 '스타트업'이다. 수지와 남주혁, 김선호의 얼굴만큼이나 현실이 얼마나 고증되었을지에 대한 기대로 한 회, 한 회를 지켜봤다. 근데 이 드라마가 업계에서만 인기가 있었을까? 아니다. 나름대로 그럴듯한 고증에 성공한 이 드라마에는 업계에서 사용하는 전문 용어들이 다수 등장했다. 하지만 용어의 문제와 관계없이 많은 대중들에게 무리없이 받아들여지며 드라마는 대중적 성공을 이루었다. 어쩌면 이 드라마의 성공이 보여주는 것은 이제 스타트업이 그들만의 리그를 떠나 보편적인 기업의 형태로 자리매김했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싶다.


출처: tvN  드라마 <스타트업>


그만큼 우리 일상에서도 스타트업, 창업과 같은 말이 특별해 지지 않고 있다. 조금만 노력하면 창업에 대한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으며, 그만큼 창업을 위한 기관과 투자도 늘어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로 많은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었지만 오히려 스타트업들은 더욱 빠르게 성장하고 있어 이 시장에 대한 관심이 더욱 늘어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현상에 자극 받은 많은 사람들이 이 붐-업 속으로 빨려 들어가며 창업에의 도전을 고민하고 있다.



기업에 고용되어 일한다는 것

출처: flaticon

아이들의 꿈이 경찰관, 소방관을 포함한 공무원이 되리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 했을 거다. 꿈이 없는 시대에 살고 있다. 현실 대기업 입사자는 오늘도 야근 열차에 올라타며 열심히 일을 한다. 다행히 빠르게 승진도 한다. 하지만 기업이 줄 수 있는 개인에 대한 보상은 기업 가치 상승을 따라잡을 수 없다. 다시 말해, 노동 수익이 자본 수익을 따라잡을 수 없다는 것이다. 더 쉽게 말하면, 내가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회사가 버는 돈에 겨우 요~~~~만큼 정도만 내 것이 된다는 의미다.




문화적으로는 어떨까? 대기업은 오랜 기간 축적해 온 노련미로 똘똘 뭉쳐진 기업 철학이 존재한다. 기업 철학은 애사심을 만들기도 하지만, 획일적이고 경직된 기업 문화를 만들기도 한다. 누군가에게 안온함을 느끼게 하는 이러한 환경이 또 누군가에게는 스스로 나답게 내 일을 하고 싶다는 욕망의 발현을 가속화 시키기도 한다.



창업가 = 슈퍼히어로?

출처: flaticon

문제는 창업, 특히 일반적인 소기업 창업이 아닌 스타트업 창업의 경우 그 문턱이 매우 높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스티브 잡스나 빌 게이츠로 상징되는, '영웅적인 소수의 창업가'가 급성장하는 스타트업을 이끌어나갔다. 고전적인 창업 모델이다. 하지만 이러한 전설적인 창업 스토리는 스스로 '슈퍼히어로'가 아니라는 것을 아는 예비 창업가들을 좌절시키곤 한다. 특히 MZ 세대들은 아무리 큰 성취를 하더라도 일상의 가치를 훼손시킬 수 없다는 철학을 가지고 있다. 이들에게 스타트업은 매력적이지만, '하이 리스크'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고, 그렇기에 주저하게 된다.


모든 창업가는 본인의 분야에 있어서는 누구보다도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는 전문가이다. 하지만 반대로 다른 분야에 대해서는 놀라울만큼 문외한에 가까운 경우가 많다. (예를 들자면, 재무·회계·인사·노무 등의 사업을 시작하기 위한 기본 요소들에 대해서는 특히 그렇다) 이렇게 불균형한 능력을 가진 창업가가 모든 분야를 능숙하게 이해하고 책임지는 CEO의 역할을 해야할 때, 건강한 기업 운영이 가능할까? 물론 그런 고통을 이겨내고 빠르게 성장하는 여러 대표님들을 보며 때로는 감탄하지만, 이런 극소수의 사람이 위험을 감수해야만 하는 방식이 스타트업의 시작이어야 하는지 고민 되었다. 다른 대안은 없는 것일까?



스타트업이란 무엇인가?

출처: flaticon



본질로 돌아가보자. 스타트업이란, 세상의 문제를 풀어 부가가치를 만들어내는 전문가들의 집단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2021년 이들이 풀어야 하는 문제는 무엇일까? 과거에는 아직 발달하지 않았거나 일반적으로 활용하기 어려웠던 기술들이 이제 빠르게 보편기술(General Purpose Technology, GPT)화 되고 있다. 인공지능, 로보틱스, 블록체인, 가상/증강현실 등, 소위 말하는 4차산업혁명 핵심 기술들이 그렇다.




반면에 과거로부터 계속 존재해왔으나 빠른 라이프스타일 변화로 한계 상황에 이른 시장도 있다. 눈부시게 빠른 기술 발전 뒤, 여전히 사람의 노동으로 유지되는 전통 산업에 우리는 여전히 의지하고 있다. 어마어마하게 큰 시장이지만, 여전히 복잡하고 불합리한 구조가 누적되어 있다. 이제는 고질적인 문제처럼 여겨지는 기존 산업의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해당 시장을 이해하는 버티컬 마켓 전문가와 신기술을 이해하는 기술 전문가가 만나야 한다. 요약하면, '큰 시장을 신기술로 혁신'하는 Big Market + New Tech 전략이다.


다시 말하면, 모순을 새로운 보편기술들로 재정의 하는 것이 현재 스타트업이 풀어야할 본질적인 문제다. 하지만 초기 스타트업 창업가들이 각 분야의 전문가들을 모아 창업팀을 꾸리는 것은 무리다. 인공지능과 로보틱스로 자동화 주방을 만든다고 하자. 먼저 인공지능이나 로보틱스의 전문가가 필요하다. 당연히 푸드 산업의 전문가, 쉐프, 식당 경영인을 찾아야 한다. 하지만 아쉽게도 로보틱스와 식당 경영 분야의 전문가들은 그 생각의 괴리가 매우 크며 마주치기도 쉽지 않다. 이 정도로 멀리 떨어진 분야라면 자연스럽게 어울릴 방법은 거의 없다. 물론 한 분야의 전문가가 의지를 가지고 다른 분야의 전문가를 찾아 설득할 수 있겠지만, 초기 창업가들은 적절한 보상을 제안하거나 객관적인 믿음을 줄 수 있는 사업 경력이 없다. 초기 창업자에게는 이 과정 자체가 진입장벽이 된다.


    [스타트업 창업가를 고민스럽게 하는 문제]
        1. 큰 시장을 신기술로 혁신하려고 할 때, 시장과 기술의 전문가를 모으기 어려운 상황
        2. 한·두 명의 창업가가 모든 창업의 부담을 져야 하는 모순



사실 우리도 망할 수 있다


위 두 가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퓨처플레이는 직접 나서 실험을 해보기로 했다. 바로 '스타트업 스튜디오(Start-up Studio)' 모델이다. 스타트업 스튜디오란 투자자가 창업자를 내부로 영입해 전략적 성장 지원 후 분사시키는 형태의 사업이다. 국내에서는 이른바 '컴퍼니 빌더(Company Builder)'라는 이름으로 알려져 있다. 쉽게 말해, 퓨처플레이와 같이 경험이 많은 액셀러레이터가 중심이 되어, 초기 스타트업에 필요한 자원(자금, 사무실, 경영지원 및 조언 등)을 제공하고,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을 모아 서로의 리스크를 감당할 수 있는 수준으로 낮추는 방식이다. 이 방법으로 아이디어는 있었지만 직접 실무자들을 모을 수 없었던 창업자들과 기존 방식으로는 창업이 어려웠던 각계의 전문가들에게 창업의 기회를 공유할 수 있도록 했다.



스타트업 스튜디오를 통한 창업은 소수의 창업가가 이끌어 나가는 일반적인 창업 모델에 비해 각 구성원들의 지분율이 줄어들어 재정적 보상이 낮아질 수는 있다. 하지만 성공의 가능성을 장담할 수 없기에 오히려 이고위험 고수익(High Risk, High Return)의 모순을 극복하는 스타트업 스튜디오의 Mid Risk, Mid Return 모델이 유리할 수 있다. 특히 급속히 신기술이 보편기술이 되어 가고, 코로나19 등으로 격변하는 기존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스타트업 창업 모델이라는 것이다.


이 경우 초기 창업 리스크의 많은 부분을 참여한 개인들이 아니라 기업이 감당할 수 있으며, 퓨처플레이는 기존의 경험을 바탕으로 용감하게 그 역할을 하기로 하였다. 특히, 퓨처플레이가 그동안 투자한 포트폴리오 스타트업들이 이 실험에 참여할 수 있는 것도 스튜디오에서 만들어지는 스타트업들과 포트폴리오 스타트업 모두에게 큰 장점이 되고 있다. 기존 포트폴리오 스타트업들은 대부분 특정 기술이나 시장에 집중하느라 기술과 시장이 만나는 이와 같은 시도를 스스로의 자원만으로 진행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렇게 고민이 시작됐다. 먼저, 기존의 거대 시장 특히 파편화되고 신기술이 침투하지 못한 시장들을 탐색했다. 뷰티, 푸드, 패션, 부동산, 채용/교육, 커머스/마케팅 등의 영역을 찾을 수 있었다. 이 중 '뷰티'와 '푸드'에 도전해 보기로 했다. 체험형 뷰티 산업을 혁신하려는 '퓨처뷰티', 프랜차이즈로 왜곡된 배달 음식 시장을 혁신하려는 '퓨처키친'이 시작이었다. 현재 이 두 곳은 퓨처플레이의 자회사 형태로 다양한 실험을 하고 있다.



퓨처플레이 스스로 실험을 하기로 했다


퓨처플레이는 스타트업 창업가를 고민스럽게 하는 두 가지 문제에 대해 직접 개선해 보기로 했다. 그렇게 다음과 같은 공통점을 경험했다.


1) 창업가 출신들을 모아 경영진을 구성

① 뷰티 + 정보기술(퓨처뷰티) / 푸드 + 정보기술(퓨처키친)의 복합적인 경험이 있는 스타트업 창업가 출신들을 모아 경영진을 구성했다.     
② 시장과 기술에 대한 경험, 그리고 스타트업 경영의 경험 뿐만 아니라, Mid-Risk Mid-Return이 나은 모델일 수 있다는 믿음 또한 큰 힘이 되고 있다.


2) 기술 역량이 낮지만 큰 시장을 공략

① 퓨처살롱은 미용실, 뷰티 팝업 등 오프라인 뷰티 산업, 퓨처키친은 프렌차이즈로 대표되는 배달 전문 식당을 혁신하고 있다.
② 이 시장들은 기존의 관습과 인력의 경험으로 지탱되고 있으며, 지식 축적이 어려운 자영업자 위주의 산업군으로 신기술로 혁신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


3) 퓨처플레이 포트폴리오들과의 협업

① '오픈업'의 상권 분석, '메이아이'의 매장 분석, '뉴빌리티'의 배달로봇 등 다양한 퓨처플레이가 투자한 스타트업의 기술들을 활용해 사업을 성장시키고 있다.

② 이는 Mid Risk Mid Return 모델의 핵심인 '경쟁보다 협업', 즉 '바퀴를 다시 발명하지 않는다'는 철학에 기인한다.

③ 이를 통해 각 구성원의 지분율에 집중하기 보다, 서로의 장점을 모아 빠르게 성장하고자 노력해 기업 자체를 성장시키며, 다양한 기업들과 폭넓은 협업을 가능하게 한다.


Next 스타트업 씬의 주인공이 탄생하는 연습생 전략

폭넓은 협업은 단순히 스타트업과의 상생에만 있지 않다. 퓨처키친에 농심 엔지니어링이 주요 주주로 참여하여 식품 공정 기술 노하우가 접목되는 것이 이러한 맥락이다. 뷰티, 푸드에 이어 세 번째로 퓨처플레이 스타트업 스튜디오에서 창업한 남성 맞춤형 패션 플랫폼을 준비 중인 스타트업 'EDWO'는 이와 같은 전략의 좋은 예이다.


LG전자와 퓨처플레이가 육성해 분사한 사외벤처 'EDWO' 강현진, 이승미 공동창업자(=연습 후 데뷔!)


시작부터 LG전자와 퓨처플레이가 공동으로 컴퍼니 빌딩을 하였고 각 사의 구성원이 경영진으로 참여했다. LG전자는 유망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신사업 아이디어를 외부에서 검증할 수 있는 파트너가 필요했다. 반면, 퓨처플레이는 대기업의 노하우와 자금이 필요했다. 양사는 새로운 사업 아이템 발굴을 여러 차례 논의하다 본격적으로 협업을 시작했다. 그리고 탄생한 것이 EDWO이다. 연예계로 치면 EDWO는 대형기획사 연습생 출신의 검증된 신인인 셈이다. 검증된 신인의 성장은 아직 지켜봐야 겠지만, 앞으로도 업계 탑 플레이어와의 협업은 지속될 예정이다.



백지장도 맞들어야 소리가 난다!

아직 갈 길이 멀다. 앞서 시장 조사를 통해 확인 했듯이 아직도 신기술과 접목 되어야 할 기존 산업의 영역은 무수히 많이 남아 있다. 채용/교육, 커머스/마케팅 영역의 스타트업이 기다리고 있다. 이 시대는 히어로가 나타난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이제는 소수의 영웅적인 경영자가 아닌, 서로 연대하고 협력하는 다수의 전문가들이 미래를 만들어 나간다.


적어도 퓨처플레이는 그렇게 생각한다. 두렵다면 함께 가는 것이 답이다. 백지장도 맞들면 낫고,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는 법이다. 큰 시장을 신기술로 혁신하고자 한다면 지금 바로 손을 마주 잡아 보는 것이 어떨까? 누구와? 퓨처플레이와 말이다.



FP In-Sighter | 류중희 JUNGHEE RYU | PARTNER, CEO


  • KAIST 전자전산학과 공학박사
 • (주)올라웍스 창업자 및 CEO (Intel에 인수)
 • (주)아이콘랩 창업자 및 CTO
 • KAIST 문화기술대학원/정보미디어 경영대학원 겸직교수
 • 100+ 미국/한국 특허 및 발명
 
"10년뒤 미래에는 아무렇지도 않게 겪을 일상들이 지금은 조금 신기하고 낯선 모습으로 우리 곁에서 조금씩 자라나고 있습니다. 이런 '이미 온 미래'들을 창업가들과 함께 만들고 키우는 일이 제게는 너무나도 행복한 놀이입니다."





또 다른 In-Sight 가 필요하다면?
https://brunch.co.kr/@futureplay/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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