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엔딩을 바라는 모든 사람에게 권하는 영화
지나가는 백 명에게 물었습니다. '요즘 사는 게 어떠세요?' 어떤 답이 많았을까요? '그럭저럭 삽니다', '마지못해 삽니다' 가장 많은 사람이 한 대답은 무엇일까요? '죽지 못해 삽니다'라고 합니다. 주위 사람들에게 '지금 행복하세요'라는 질문을 해볼까요? 아마도 대답들이 별 신통치 않을 겁니다.
그래도 세상은 행복하게 살아갈만하다고 말하는 영화가 있습니다. 2007년에 나온 발리우드 영화 '옴 샨티 옴(Om Shanti Om)'입니다. 누군가 인도영화의 맛을 보기에 어떤 영화가 좋을까 묻는다면 전 이 영화를 자신 있게 추천합니다. 영화도 재미있지만 영화 한 편에서 많은 것을 접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발리우드 영화의 갖가지 재료들이 골고루 섞여 먹기 좋은 퓨전요리가 되었다고 할까요?
이 영화의 제목은 여러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옴 샨티 옴'은 두 명의 영화 주인공 옴과 샨티를 뜻하기도 하고, 영화 속에 제작되는 영화의 제목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옴'은 우주를 상징하는 힌디어이기도 합니다. 샨티는 평화를 뜻하고요. '옴 샨티'라고 하면 '모든 인류에게 평화'를 뜻한다고 합니다. 샨티를 세 번 반복하면 정신적 고통, 육체적 고통, 자연재해로 인한 고통에서 풀려나는 평화를 뜻합니다. 이 샨티의 의미가 영화 속에 골고루 녹아들어 있습니다. 아 그리고 영화 제목이 '옴 샨티'가 아니라 '옴 샨티 옴'인 것도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영화 줄거리는 완전 섞어찌개입니다. 사랑이야기가 중심입니다만, 무명배우의 꿈, 짝사랑, 배신과 죽음, 환생과 자각, 권선징악, 그리고 유령 이야기도 등장합니다. 이렇게 말하면 산만할 듯한데 그렇지 않습니다. 170분이라는 긴 시간이 지루하지 않게 느껴지도록 매끄럽게 진행이 됩니다.
곳곳에 담겨있는 인도영화에 대한 풍자와 오마주도 재미있습니다. 영화 줄거리와 상관없이 등장하는 아이템 송 (인도 영화 하면 생각하는 노래하고 춤추는 장면). 비슷한 줄거리에 별로 다르지 않은 모습으로 등장하는 배우들. 인도영화 두 편중 한편에 등장한다는 '라훌'이라는 친근한 이름까지. 유명한 영화 대사가 사실은 무명시절 주인공이 말한 것을 누군가 사용했다는 아기자기한 재미까지 등장합니다. 인도 영화를 잘 아는 사람이 보면 더 큰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겁니다.
이 영화에는 과거와 현재의 쟁쟁한 인도 배우들이 40명 가까이 등장합니다. 남자 주연인 샤룩 칸(Shahrukh Khan)은 1992년에 데뷔한 후 지금까지 전성기를 유지하고 있는 배우입니다. 일곱 번의 남우 주연상을 받았고, 수많은 히트작을 만들었습니다. 1995년 Kajol과 출연한 Dilwale Dulhania Le Jayenge는 600주간 상영 기록을 가지고 있습니다. 전성기 때의 신성일 씨가 이 정도였을까요? 최민식, 김윤석, 송강호를 합치면 샤룩 칸의 인기와 비슷할 듯합니다. 그 인맥을 사용해서인지 몰라도 40명의 배우들이 우정출연을 해주었고, 그중 30명은 Deewangi Deewangi라는 노래에 등장을 합니다.
발리우드 영화에서 춤과 노래를 빼놓을 수는 없지요. 이 영화에서 등장하는 노래의 스펙트럼은 꽤나 큽니다. 흥겨운 디스코와 부드러운 사랑 노래부터 오페라의 유령을 연상케 하는 스케일 큰 뮤지컬 신까지 등장합니다. 앞에서 말한 30명 찬조출연의 파티 장면도 있고요. 저보다 두 살 더 많은 샤룩 칸은 건재함을 과시하고 싶었던지 탄탄한 복근을 자랑하기도 합니다.
이 영화로 발리우드에 데뷔한 디피카 파두콘(Deepika Padukone)도 지나칠 수 없습니다. 영화를 보던 제 아내가 그러더군요. '사람이 어떻게 저렇게 예쁠 수가 있어?' 타고난 미모뿐만 아니라 연기력이나 춤 실력도 흠잡기 어려웠습니다. 지금 인도의 가장 핫한 스타 중 한 명인 디피카의 첫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인도영화의 여러 가지를 맛볼 수 있는 미덕이나 화려한 출연진 같은 외형적인 면도 좋지만, 이 영화에서 가장 맘에 드는 것은 샤룩 칸이 연기한 무명배우 옴의 대사입니다. 이 대사가 맘에 들어 여기 옮겨 봅니다. 족벌과 연줄이 무엇보다 중요한 인도 영화판에 아무런 배경도 없이 뛰어들어 지금의 성공을 이룬 샤룩 칸의 대사이기에 더 색다르게 다가옵니다.
간절히 원한다면 전 우주가 그것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줄 거란 건 사실입니다. 사람들은 말합니다. 간절한 마음으로 원한다면 그때 전 우주가 도와줄 것이라고! 오늘 여러분은 제가 원했던 모든 것을 주었습니다. 정말 감사드립니다. 저에게 주어진 모든 것에 대해서요. 여러분은 제 꿈을 현실로 바꾸어 주었습니다. 오늘 저는 세계의 왕이 된 기분입니다. 그리고 영화에서처럼 삶에서도 결국은 모든 것이 좋을 것이란 걸 믿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해피엔딩! 여러분 만약 행복하지 않다면 그것은 아직 '끝'이 아닙니다. 그 영화는 아직 끝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옴 샨티 옴'은 권선징악을 담고 있지만 해피엔딩이라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이미 상처는 생겼고, 아무리 애를 쓴들 그 상처를 지울 수는 없습니다. 영화 밀양의 결말이 달라져 송강호와 전도연이 행복하게 산다고 하더라도 아이 잃은 슬픔이 덮어지는 것은 아니듯이요. 어찌 보면 사람 사는 세상에 완벽한 해피엔딩은 없는 듯합니다. 작든 크든 상처는 남게 되고, 세상 모든 것이 마음먹은 대로 100%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니까요.
참 살기 힘든 세상입니다. 40분에 한 명씩 자살을 한다고 하네요. 이제는 유명인의 자살이 더 이상 놀랍지 않을 정도로 처지에 상관없이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그렇기에 많은 사람들이 자살이 해결책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쉽게 하고 있습니다. 사실 생명을 끝내는 것에 대한 유혹이 있습니다. 죽고 나면 힘든 꼴 안 당하는데, 남은 사람이야 어떻든, 내 책임이 어떻든 당장 살고 보자는 마음으로 죽음을 선택할 수 있다고 이해가 되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사는 것이 죽는 것보다 못한 상황일지라도, 내일이 오늘보다 나을 것이라 바라는 마음을 우리는 희망이라 부릅니다. 현실이 어려우면 어려울수록 행복한 결말을 바라는 거지요. 영화가 아직 끝나지도 않았는데 서둘러 스위치를 꺼버리면 결말을 알 수가 없게 됩니다. 내가 주연을 맡은 이 영화가 어떻게 끝날지 아무도 모릅니다. 누가 아나요? 최고의 해피엔딩을 보여줄지요.
아시겠어요? 해피엔딩이 아니라면 아직도 당신의 영화는 계속되고 있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