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의 지향(志向)
예전 블로그에 열심히 글을 쓰던 시절 이웃들 사이에 새해를 맞이하여 한 해 지향할 목표를 세우며 이를 나누던 좋은 풍습이 있었습니다.
2009년 디지털 군자로 불리던 Inuit님이 릴레이를 넘겨주었을 때 그 해 가치를 두고 노력을 기울여야 할 지향(志向)으로 '물과 같이 고요한 마음 (Mind Like Water)'를 생각했습니다. 靜心如水(정심여수)라는 한자어도 만들어 보았습니다. Inuit님의 지향이었던 '산과 같이 움직이지 않음 - 不動如山(부동여산)'과 대구를 이룬 듯하여 기분이 좋았던 기억이 납니다.
물은 평상시에 고요함을 유지합니다. 스스로 움직임을 만들어내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주위의 작은 변화에도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바람이 불면 세미한 떨림으로, 돌이 던져지면 무수한 동그라미로 적절한 반응을 보입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 잔잔한 상태로 돌아갑니다.
2008년 직장에서의 급격한 변화와 하루빨리 성취를 이루어내려는 욕심이 어우러져 감정이 롤러코스터처럼 오르내리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래서 2009년에는 중심을 잃지 않는 마음을 갖고 싶어 '물과 같이 고요한 마음'을 그 해의 지향으로 삼았습니다.
2016년이 지났습니다. 작년을 돌아보면 7년이 지났지만 마음의 성숙은 이루지 못한 듯합니다. 3년 차 변호사로서 새롭게 주어지는 책임과 잘 해내고자 하는 욕심이 저를 많이 힘들게 했습니다. 또다시 마음의 고요함이 사라진 나날들을 보냈습니다.
2017년은 저에겐 너무나 중요한 한 해입니다. 단순히 기대를 충족시키는 정도에 멈추지 않고, 다음 단계로의 성장이 필요합니다. 제 스스로에게 주는 부담감은 더 커질 것입니다. 그럼에도 평정심을 유지해야 합니다. 책임으로 인한 부담은 항상 있고 그 부담에 적절히 반응해야겠지만, 그럼에도 묵묵히 한 걸음씩 나아가는 고요함이 필요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2017년 저의 지향은 다시 靜心如水(정심여수)입니다. 물과 같이 세심하게 반응하지만 다시 고요함을 되찾는 그런 마음을 지켜나가겠습니다. 주문은 아니지만 '不動如山(부동여산) 靜心如水(정심여수)' 이렇게 되뇌면 마음이 확실히 편안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