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고하셨어요. 수고하셨습니다."
하루 동안 내가 외치는 표현들 중에서 가장 많은 분포를 차지하는 말이다. '수고했어요',라는 말. 그 짧으면서도 진지한 문장에는 여러 의미가 담겨 있다. 모임에 참석해서 감사하다는 말, 당신의 소중한 시간을 보태줘서 감사하다는 말, 귀찮음과 미루기를 견뎌내서 감사하다는 말, 힘든 일을 잘 감당해 줘서 감사하다는 말, 마감을 잘 지켜줘서 감사하다는 말까지.
모임이 계속 늘어나고 그에 따라 '수고했어요'라는 말은 더 자주 습관처럼 사용된다. 수고라는 단어가 필요해지는 공간에서, 저마다의 빨간불이 깜빡거릴 때마다, 나는 조급한 사람으로 돌변한다. 바쁜 것을 넘어서, 조바심이 생기고 가끔은 불안한 사람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이 방으로 저 방으로 조급한 마음을 안고 뛰어다니지만 그럼에도 어떤 방들의 수고는 가끔 서글프게 놓쳐버린다.
수고 : 일을 하느라고 힘을 들이고 애를 씀. 또는 그런 어려움.
그래, 수고는 어려운 일을 해낸 것에 대한 찬사의 표시다. 노고를 겪은 것에 대한 경의이며 고생에 대한 격려의 의미를 담는다. 말이란 것은 쉽게 생산되고 타인에게 빠르게 전파된다. 말에는 어떤 감정이 담겨 있다. 고마움, 감사함, 미안함까지. 나는 그 표현을 습관적으로 쓰는 사람으로 살아가지만, 그 문장의 쓸모에 대해 의미를 부여한다거나 고민하지 않는다. 당연한 것이니까, 내가 해야 할 책무들 중에서도 가장 쉽고 기본적이며 마땅한 일이니까.
'수고했어요'라는 문장 앞에는 몇 가지 단어가 붙는다. '필사', '과제', '캘리', 글', '완독' 등의 단어 보다, 가장 소중한 것은 당신이 애써준 마음이다. 당신이 투자한 시간이 감격스러워 나는 '수고'라는 문장을 오늘도 자연스레 구사하는 것이다.
수고,라는 말의 유효기간은 얼마나 될까. 우린 언제까지 수고라는 말을 듣고, 또 건네야 관계로 남을 수 있을까. 수고의 총량, 수고가 산처럼 쌓이다, 엉켜버릴지도 모를 어떤 불안한 날이 다가올 때, 관계의 막을 내려야 할 때, 우린 남은 삶, 계속 겪어야 할 새로운 수고의 순간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까. 그런 날, 모두가 잠시 쉬어가는 날에는 수고도 같이 쉬어야 할까. 그렇게 내려놓으면 수고도 자신을 따뜻한 눈으로 바라봐 줄 수 있을까. 갈팡질팡할지도 모를, 주인 잃은 수백 만개의 수고에게 우리는 쉬어가라고 위로의 말이라도 전할 수 있을까.
'수고'라는 말의 방향은 때로 나에게 되돌아온다. 수고라는 단어는 어디에서도 열심히 살며 제 역할을 해내지 않은가. 나와 당신의 앞을 가로막은 시공간 사이에서, 우리 앞에 펼쳐진 모든 순간을 기념하며 말이다. 당신은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여전한 자리에서 위치가 바뀌긴 하겠지만, 당신만의 역할을 잘 해낼 것이리라. 나는 어떤 순간이든, 어떤 역할이든, 결과물이 어떤 모습으로 평가되었을지라도, 무조건 수고했다고 열심히 해줘서 고맙다며, 간단한 말 몇 마디라도 내미리라. 그것이 내가 처음의 마음을 잃지 않는 마지막 다짐 정도가 될 것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