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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대생의 심야서재 Jun 03. 2021

리디 셀렉트 구독을 해지하다.

고심 끝에(몇 달 동안 고민) 리디북스 셀렉트 구독을 해지해버렸다. 월 6,500원씩 무의미한 지출을 몇 년간 반복했던 것이다. 물론 전자책이든 종이책이든, 책 자체에 흥미를 잃은 것은 아니다. 단지 구독 모델 자체가 지겨워졌달까. 또한 전자책이 제안하는 큐레이션에 다소 흥미를 잃게 됐달까.


어쨌든 해지를 결정했으니 후회하기 전에 신속하게 실행하는 것이 급선무였다. 해지 절차는 의외로 간단했다. 그들은 메뉴를 찾기 힘들게 숨겨놓지도 않았으며, 해지 방법도 비교적 직관적인 편이었으며 절차도 아주 간단했다.(단지 한 번만의 클릭으로 해지 끝) 구독 관리에서 구독 해지 예약만 누르면 끝이었다. 물론, 마지막 끈을 붙들려는 장치가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나는 과거로 돌아가지 않는다. 오직 직진만 하는 인생이 아닌가.)


한치의 흔들림도 없이 바로 구독 해지 버튼, 즉 내 통장에서 의미 없이 월 6,500원이 결제되는 사태를 막아서겠다는 생각을 행동으로 보여주자, 내 눈앞에서는 마치 후버댐의 커다란 균열 하나를 때운 듯한 만족감과 괜히 해지한 건가, 라는 약간의 아쉬움이 동시에 밀려들어왔다. '그래, 잘한 거야. 책 읽는 게 싫어진 건 아니잖아. 독서는 역시 종이책이 최고지.' '디지털 메모가 문제라면 vFlat도 있고 형광펜으로 밑줄을 그어놓고 나중에 모아서 읽는 아날로그만의 재미도 있잖아.' 나는 그렇게 나의 행동을 응원했다.


시원하게 해지를 눌러놓고 밀리의 서재를 검색하는 나. 음, 그곳에서는 어떤 콘텐츠를 어떤 방식으로 공급하고 있을까, 궁금했다. 항간에는 리디보다 책의 보유량에서 앞선다는데, 딱히 그쪽으로도 손이 미치질 않는 걸 보니 내가 원한 게 무엇인지 적확하게 이해했달까.(제발 읽을만한 책을 공급해달라고!)


나는 타인의 강요, 누군가의 선택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는 것보다, 설령 내 선택이 맞지 않더라도 내 손으로 직접 콘텐츠를 골라보고 싶은 것이다. 타인의 추천이나, 시스템이 만든 알고리즘의 방식이나, 시대의 유행에 편승하는 방식이 아닌, 오직 내 판단력과 직관에 의지하고 싶었다. 


내 선택을 믿기에, 설사 그 선택이 틀리더라도 조금 멀리 돌아가거나 느리게 가는 것뿐이니까, 멀리서 본다면 그 선택이 언젠가 옳게 되리라. 그게 나를 신뢰하는 방법이다. 내 길을 위해서.


월 6,500원의 의미 없는 구독을 해지하고 버스에 승차하자, 조조할인이라는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음, 역시 일찍 출근하기로 한 건 옳은 선택이었어' 또한 사무실 앞 카페에서는 7:30분에 아메리카노를 결제하면 500원을 할인해 준다는 이벤트 정보를 들었다. 음, 절약을 실천했더니(물론 절약 자체가 목적은 아니었지만, 어쨌든 절약을 실천한 셈) 그 순간 내 눈앞에 나타나는 모든 것들은 절약과 관계있는 것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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