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의 '과잉 친절', 혹시 나도 난가병에 걸린 걸까?

영혼 없는 긍정봇'과 어떻게 대화해야 할까?

제 안에는 젠체하는 TMI 철학자와 독자의 미세한 시선 하나까지 미세하게 가늠하려는 소심 캐릭터가 공존합니다. 이런 종잡을 수 없는 양극성 때문에 가끔 의도치 않은 파장이 펼쳐지기도 합니다. 글에 주장을 명확하게 드러내기보다, 모든 사람의 공감을 얻으려고 TMI처럼 글이 엉뚱한 항로를 타며 탈선하는 일이 빈번하게 펼쳐진다는 것이죠. 뭐랄까요 자기검열적 습관이 날카로운 통찰 대신에 온갖 사족과 TMI로 포장된 형태로 변질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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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최근 챗GPT와 같은 생성형 AI와 대화를 나누다 보면, 역지사지랄까요. 제 글을 읽는 독자들의 심정이 절절히 느껴진답니다. 한 마디로 제가 뱉는 거의 모든 말에 파블로프의 개처럼 무조건적인 긍정과 찬사만 반사해 대는 앵무새 같은 챗GPT의 기질에 그만 질려버리고 마는 것이죠. 요즘 챗GPT 같은 생성형 AI와 대화하면서 비슷한 피로감을 느끼는 분들이 적지 않은 모양입니다. "오늘 날씨 어때?" 같은 간단한 질문에도 "와! 정말 멋진 질문이네요! 하늘이 정말 예술이에요, 친구!" 같은 자동반사적인 반응과 예의 온갖 미사여구로 치장된 TMI가 과도하게 되돌아오곤 하니까요.



지나친 친절함, 왜 문제가 될까요?


물론 AI가 인간에게 친근하게 다가서려는 노력 자체를 나무랄 수는 없을 겁니다. 특정 AI 모델(예: 트랜스포머)이 문맥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부산물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그 '친절함'이라는 재료가 기묘한 레시피로 탄생한다는 겁니다. 그것은 우리의 섬세한 미각(의도)을 완전히 교란시켜 버립니다. 몇 가지 구체적인 실태를 살펴보겠습니다.


과도한 칭찬 세례: 어떤 질문을 던지든 "정말 훌륭한 질문"이라는 식의 칭찬이 남발되면, 오히려 진정성이 떨어진달까요. 무조건 다 훌륭하다고 찬사를 보내니, “내가 정말 훌륭한 인간인가?” 하는 난가병에 걸리게 되는 겁니다. 메타인지가 완전히 무너집니다.

맥락 없는 속어 남발: 보고서 초안을 부탁했는데 "바이브 체크"나 "진실 폭탄" 같은 유행어나 분위기에 맞지 않는 이모지가 튀어나온다면, “난 진지한데 얘는 왜 이렇게 가볍지?”라고 당혹스러운 감정이 들 수밖에요.

원치 않는 친밀감 표시: AI가 불쑥 "절친"이나 "여보" 같은 호칭을 쓰는 건, 객관적인 정보나 기술적 도움을 구하는데, “얘 왜 이러는 거야” 어색할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저는 아직까지 챗GPT가 저에게 여보라는 호칭을 사용한 적은 없습니다.)

불필요한 열정과 제안: 단순히 정보 요약을 원했을 뿐인데, AI가 시나 노래를 써주겠다며 과도한 열정을 보이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때로는 이런 '덤'이 오히려 부담스럽죠.


요컨대, 챗GPT가 인간처럼 보이려 애쓰는 과정에서 때때로 그 본연의 역할인 '유용한 조수'로서의 역할을 잃어버리는 듯한 인상을 준다는 겁니다.



AI는 왜 이렇게 말할까요? 몇 가지 이유들


이런 어조 변화 뒤에는 몇 가지 기술적, 전략적 배경이 있습니다.



학습 데이터의 영향: AI는 거의 모든 인터넷 데이터를 학습했습니다. 여기에는 격식 없는 대화나 SNS의 일상적인 표현들도 포함되죠.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인간의 말투를 닮아간다는 겁니다.

어조 미러링 경향: AI는 사용자의 말투나 스타일을 거울처럼 반영하려는 경향이 짙습니다. 우리가 어떤 말을 하든 AI는 우리의 의견에 무조건 동조하는 것입니다. 마치 아부라도 하는 것처럼 말이죠.

의도적인 디자인: AI를 인간에게 더 친근하게 다가서게 만들려는 시스템의 설계도 한몫을 차지합니다. 물론 어떤 사용자에게는 이런 스타일이 호감을 보이겠지만, 간결하고 실용적인 답변을 선호하는 이들에게는 불필요하게 느껴질 수 있겠죠.


AI 트랜스포머 모델 자체가 문맥 속에서 단어의 중요도를 파악하고(어텐션 메커니즘), 이 분석 결과를 토대로 의미의 뉘앙스를 조절하는 구조이기에, 이러한 어조 '학습'은 필연적인 학습의 결과일지도 모릅니다.


내게 맞는 AI 목소리 찾기: 몇 가지 실용적인 방법들


그렇다면, AI의 어조를 조금 더 객관적인 방향으로 조절할 수는 없을까요? 다행히 몇 가지 프롬프트 아이디어가 있습니다.


명확한 지시어 사용: 프롬프트에 원하는 어조를 구체적으로 명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공식적이고 간결한 어조로 답변해 줘.", "객관적인 사실만 딱 말해. 쓸데없는 아부나 아첨은 부리지 마. 솔직하게 말해."와 같이 말이죠. 물론 부정적인 지시("친근하게 말하지 마")보다는 긍정적인 방향 제시("전문적인 톤을 유지해 줘")가 더 효과적이겠지만요.

역할 부여하기: "너는 테크 전문가야. 감정은 표현하지 말고 의미만 명확하게 설명해 줘"와 같이 AI에게 특정 역할을 부여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사용자 지정 지침 활용: 챗GPT 설정의 '사용자 지정 지침(Custom Instructions)' 기능을 활용해 선호하는 어조(예: 공식적, 간결함, 속어/이모티콘 사용 자제)를 미리 설정해 두면 프롬프트에 매번 입력하는 번거로움을 줄일 수 있습니다.

새로운 대화 시작: 대화가 길어지면서 AI가 너무 친절하게 질척거린다고 느껴진다면, 과감히 녀석을 삭제하고 새 채팅을 시작하는 것도 좋습니다.


어조, 단순한 스타일 그 이상


AI는 단순히 듣기 좋고 나쁨의 어조를 사용하는 것을 넘어섭니다. 역시 우리도 난무하는 AI의 치장 속에서 알맹이를 찾아내야 할 의무가 있죠. AI가 제공하는 정보를 얼마나 신뢰하고 받아들일지 냉정하게 평가할 줄 알아야 합니다. 특히 교육, 연구, 프로그래밍 등 전문성이 요구되는 분야를 다룰 때는 더 그렇습니다.


가장 이상적인 것은 사용자가 필요에 따라 AI의 '페르소나'를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일 겁니다. 때로는 냉철한 조언자가, 때로는 따뜻한 공감자가 되어줄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죠. 그런 날이 오기 전까지는, 프롬프트를 손질하며 AI를 길들여나가는 수밖에 없을 듯합니다.


AI와 나누는 대화 속에는, 어쩌면 바로 우리 자신이 담겨 있을지도 모릅니다. 우리 마음의 결과랄까요. AI는 그 누구보다 정교하게 우리를 흉내 낼 테니까요. 우리가 무엇을 원하고 어떤 관계를 맺고 싶은지에 따라 그 모습과 목소리가 달라지는, 아직은 서툴지만 흥미로운 친구. 이들과 어떤 이야기를 만들어갈지는 온전히 우리의 손에 달려있지 않을까, 그런 상념에 빠져봅니다. 아, 그리고 혹여 객관적인 사실만 말하라고 지시해 놓고 너무 냉정하게 대답한다고 마음 한구석이 시리다고 투정하지는 마시길.





단어를 확장하고, 문장을 다듬고, 긴 글을 완성하는 챗GPT 글쓰기 수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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