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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로 책 한 권 통째로 '뇌 속에 저장'하는 법

금붕어 기억력 탈출기

by 공대생의 심야서재

오래간만에 책을 제대로 완독했다. 그간 나를 괴롭혀온 '원고 지옥'에서 잠시 해방되었기 때문이다. 지옥이라고 표현했지만 이 굴레는 나 스스로 만들었으므로 불평할 자격도, 투덜거릴 염치도 없다. 그래도 몇 마디쯤은 이렇게 글로나마 투정을 부리고 싶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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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간만에 읽은 책은 요즘 AI에 흠뻑 빠진 나답게(?) <듀얼 브레인>이라는 AI 관련 서적이다. 요즘 내 책(챗GPT, 글쓰기 코치가 되어 줘) 서평단이 나름대로 활발히 운영 중인 듯 보이지만, 나는 홍보 목적이 아닌 순수하게 애독자의 입장에서 이 글을 쓴다는 점을 분명히 밝혀둔다. 따라서 이 글은 서평과는 거리가 멀다. 단지 이 글에서 이야기할 영감을 알리기 위해 책의 지혜를 잠시 빌려왔을 뿐이다.


요즘 들어, 나이 탓인지 부쩍 심각해진 기억력 감퇴를 체감하고 있다. 책 한 권을 읽어도 그 내용은 5분만 지나면 아스라이 사라진다. 뭐랄까, 책이 남긴 강렬한 인상은 희미한 잔상으로 남아있긴 한데, 그마저도 손에 잡히지 않는 실체 없는 흔적일 뿐이다. 손을 휘휘 저으면 속절없이 흩어지고 만다. 결국 치열하게 곱씹고 되새기는 지난한 과정 속에서 비로소 지식이 단단한 기억으로 응고되는 것 아닐까, 생각하며 스탠딩 책상 앞에 서서 책 표지를 물끄러미 만지작거려 본다.


아래 화면처럼 요즘은 종이책을 읽을 때도, 연필로 책의 중요 문장에 나만의 기호(?)로 표시해 둔다. 그리고 vFlat 앱으로 밑줄 그은 페이지를 지체 없이 스캔한다. 스마트폰을 곁에 대기시킨 채, 해당 페이지가 나오면 재빨리 왼손으로 낚아채듯 스캔하는 것이다. 덕분에 독서의 흐름을 방해받지 않고 다음 장으로 매끄럽게 넘어갈 수 있다. 아무튼 이렇게 즉시, 그 자리에서 바로 스캔하는 것이 나만의 핵심 비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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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얼 브레인>이 대략 300페이지가 넘으니 완독 하는 데 거의 2시간 30분 정도 걸린 것 같다. 노안이 온 나를 위해서인지 큼직한 활자 덕분에 예상보다 빨리 읽었다. 저자 이선 몰릭, 아니 이 책을 펴낸 출판사 관계자분들께 심심한 감사를 표한다. 완독 후에도 나는 vFlat의 '우아한' 텍스트 변환 기능을 쓰지 않는다. 월 구독료 4,900원을 아끼기 위해 그냥 아래 화면처럼 전부 이미지로 맥북에 넘긴다.(이미지로 넘기기는 공짜니까!) 참고로 맥북은 에어드롭인가 뭐시기로 자료를 눈 깜짝할 사이에 옮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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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아래 화면처럼 감쪽같이 맥북 본체로 넘어왔다. 무려 이미지들, 아니 책 밑줄들 모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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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에서 이미지를 열면 OCR이라는 어려운 관문을 통과하지 않아도 밑줄만 취할 수 있다. 설마 이 기능 모르는 사람은 없을 거라고 믿는다. 맥뿐만 아니라 윈도즈에서도 빌 게이츠 님이 그 정도는 지원해 줄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아래 화면처럼 별거 없다. 복사할 텍스트를 마우스로 긁어서 복사 & 붙여 넣기 하면 된다. 이건 강의 대상도 아니다. 그냥 기본이다. 물론 약간의 의식적 수고는 필요하다. 아무튼 이렇게 한 땀 한 땀 스캔해서 넘긴 이미지를 파인더(탐색기)에서 열고 일일이 밑줄을 복사해서 구글 킵으로 넘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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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바보같이 영혼을 팔아넘긴 듯한 기분이 들긴 하지만, 이 영혼 없는 복사 작업에 영혼을 동참시킨다. 단순하게 복사하면 기억력에 무슨 도움이 되겠나. 천천히 드래그하면서 문장을 다시 한번 씹고 맛보고 즐기는 것이다. 귀찮고 번거로운, 어쩌면 AI에게 맡겨 자동화할 수도 있는 작업이지만, 일부러 아날로그적 수고를 여기에 더하는 것이다. 조금이라도 문장의 울림이 마음속 깊이 남아 있기를 바라는 간절한 염원 때문에.


모든 문장을 아래처럼 구글 킵에 옮겼다. 왜 노션이 아니냐는 질문은 하지 말자. 노션 앰버서더이지만 노션만 쓰라고 하진 않았다. 나에게 구글 킵은 여전히 유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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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듀얼 브레인의 모든 문장이 안전하게 옮겨지면 다음은 AI의 은혜를 입을 차례다. 구글이 최근 자신 있게 만든 NotebookLM으로 접속하는 것이다.


https://notebooklm.google.com


노트북을 새로 만들고 소스로는 방금 구글 킵에 복사해 놓은 밑줄을 몽땅 붙여 넣기 한다. 내가 한 거라곤 지금까지 복사 & 붙여 넣기 뿐이다. 나는 아무래도 복사와 붙여 넣기에 재능을 가진 인간인 것 같다. 아래 화면처럼 책 속의 밑줄들이 소스로 자리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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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스 추가가 완료되면 그다음은 NotebookLM의 일방적인 쇼가 시작된다. 오른쪽의 몇 가지 버튼이 보인다. [학습 가이드], [브리핑 문서], [FAQ], [타임라인], [마인드맵] 버튼을 한 번식 꾹꾹 눌러본다. 이 버튼의 역할이 무엇인지 질문하지 말라. 직관적으로 어떤 역할을 수행하는지 눈으로 관찰해 봐도 알 수 있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브리핑 문서의 예다. 내가 복사해 넣은 밑줄로만 AI는 작업한다. 할루시네이션 자체가 생길 수가 없다. 절대 거짓말을 하지도 않고 현란한 문장으로 인간을 현혹시키지도 않는다. 솔직하고 담백하게 진실만 이야기한다. NotebookLM이 아는 것이라곤 내가 보낸 텍스트가 전부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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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끝이 아니다. 정말 놀라운 기능이 아직 남았다. 아직 탄약은 충분하다. 아래 화면 가운데 [음성 개요] 버튼이 보이는가? 이 버튼을 누르면 진정한 마법이 시작되는데... 그것은 내가 복사한 텍스트를 기반으로 AI가 팟캐스트 음성을 만들어준다는 사실이다. 남자 한 명과 여자 한 명이 등장해서 만담을 시작하는데, 책의 내용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않는다. 이건 밥을 강제로 떠먹여 주는 행위나 마찬가지다. 실컷 먹자!


밑줄을 통해서 인사이트를 만들어줬는데, 더 잘 기억하라고 오디오쇼까지 만들어준다. 이러니 어찌 기억하지 않을 수 있겠나. 표정이라곤 없는 멍청한 금붕어 따위가 아니라면 저 책의 내용은 장기기억으로 곧 탈바꿈할 것이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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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 왔는데도 기억이 아리송한 사람을 위해서 마지막으로 심층 리서치를 이용해 볼 차례다. NotebookLM이 만들어준 산출물을 노션에 일일이 옮겼놓았다. 여기서 노션이 빛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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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핑 문서부터 FAQ에 이르기까지, 또 내가 질문한 내용까지 모두 노션에 옮겼다. 그리고 챗GPT에서 [심층 리서치] 기능을 켜고 아래 프롬프트와 함께 리서치를 수행했다. (물론 노션에 저장해 준 자료는 마크다운 파일로 내보내기 했다.)


프롬프트 전문

(아래는 듀얼 브레인을 브레인스토밍한 NotebookLM 마크다운 데이터)


당신은 아이디어 전략가이자 AI 연구·정책 조력자입니다. 다음은 “<듀얼 브레인>”에서 밑줄 친 핵심 인사이트와 Google NotebookLM 브레인스토밍 요약 노트입니다.


첨부한 자료를 활용해, 아래 4개 과제를 통합적·창의적·실용적으로 수행하세요:


## 1. 연구 계획 및 문헌 검토

- **핵심 개념**(공동지능, LLM 한계·환각, AI 윤리·사회적 함의 등) 4~5개 추출 및 정의

- **최근 5년 이내** 학술 논문 3편씩 추천하고, 연구 질문·주요 발견 요약

- **연구 질문** 5개 도출


## 2. 갭 분석 및 향후 연구 의제

- 위 4~5개 테마별로

- **현재 문헌**에서 다룬 내용

- **미흡·누락**된 주제 예시를 표(table)로 정리


- **최우선 연구 의제** 3가지 선정 후, 배경·목표·방법론 간략 제안


## 3. 실행 가능한 액션 플랜 & 정책 제언

- **기업·교육·정부** 각 부문별로 당장 실행 가능한 **3가지 액션 아이템**

- 각 아이템에 필요한

- 조직 구조 변경

- 역할(휴먼 인 더 루프 담당자 등)

- 성과 지표(KPI)

- **단기(1년)·중기(3년)·장기(5년) 로드맵**

- 예상 장애 요인 및 대응 방안


## 4. 크로스오버 브레인스토밍 (랜덤 융합)

- “현재 주제”와 전혀 상관없는 **다른 분야**(예: 생태학, 패션 디자인, 우주 탐사, 전통 예술 등) 중 **임의로 2개 선택**

- 이 두 분야 아이디어를 **주요 인사이트**와 융합해,

- **독자의 흥미**를 강하게 끌

- **실용성**을 갖춘

- **혁신적인 아이디어** 2가지 제안


> **출력 형식**:

> - 목차(Section별 제목)

> - 표(Table)

> - 순서도(flowchart) 또는 텍스트 아웃라인

> - 단락 요약


> **톤앤매너**: 전문적이면서도 읽는 재미를 주는 스타일로 작성해 주세요.



챗GPT 심층 리서치를 수행하면, <듀얼 브레인>을 넘어서 하이퍼 브레인 작업을 수행한다. 책의 내용을 바탕으로 세상에 펼쳐진 지식을 몽땅 흡수하는 것이다. 뭔가 대학원 박사과정을 준비하는 학생(?)이 만든 것 같은 느낌이다. 찬찬히 읽어봐야겠지만, 의미 있어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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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나는 AI의 활용 사례를 독서 후, 내용을 기억하는 과정을 소개했다. 나는 내 스타일로 그 과정을 소개한 것이 전부다. 내 스타일이 나에게 옳다면 당신에게 어울리는 스타일이 존재할 것이다. 나는 이 방법을 절대적으로 이용하라고 강권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또한 NotebookLM이 좋다거나, <듀얼 브레인>을 추천하려고 의도한 것도 아니다.


단지, AI가 실생활이라는 것, 이제 AI 없이는 사소한 지적 활동조차 버겁게 느껴지는 시대가 되었음을 다시 한번 확인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아니, 어쩌면 또 다른 심오한 이유가 있을지도. 그 의미를 찾아내는 마지막 숙제는 이 글을 끝까지 읽어주신 여러분의 몫으로 남겨두려 한다.


그럼, 나는 앞으로도 완독 한 책에 대해서 이런 작업을 수행할 것인가? 그것은 나도 모른다. 나는 변덕쟁이고 더 좋은 AI 툴이 나온다면 언제든 변절할 준비가 되어 있으니까.




작가가 출간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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