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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자 껍데기를 뚫고 나온 작가라는 이름의 괴물

신간 출간 소식과 더불어 중쇄 소식을 알리며

by 공대생의 심야서재

브런치에서 글을 끄적이기 시작한 지, 거의 10년 가까이 되어갑니다. 어쩌다 보니 시작한 글쓰기를 냉정히 본다면, 여전히 취미에 머물고 있습니다. 물론 취미라는 한정된 영역에서 탈출하고픈 욕망이 없지는 않습니다. 그럼에도 현재의 탄탄하고 안전한 직장이라는 터전을 잃고 싶지는 않죠. 그래서 안정과 그 무엇도 보장해주지 않는 위험한 활자의 세계, 양쪽에 다리를 살짝 걸치고 균형을 맞추려 안간힘을 쓰며 ‘미학적 균형’ 같은 허울 좋은 말을 중얼거리는, 저는 딱 그 정도의 작가인 것 같습니다.


운 좋게도 몇 권의 책을 썼습니다. 브런치에서 상도 받았습니다. 도서관이나 문화센터에서 강의 경험도 쌓았고요. 책 덕분에 저녁에는 도서관에서 글쓰기, 챗GPT 강의도 하고 있습니다. 글쓰기라는 하나의 개념이 양적으로도 질적으로도 다양한 경험을 쌓게 도와준 것 것입니다. 글쓰기는 뭐랄까요 맛도 좋지만 때로는 삼키기 어려운 쓴 약 같기도 합니다. 어쩌면 몇 만 스코빌의 캡사이신 덩어리처럼 생겼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쓰다 보니 그 희미한 쾌감에 중독되는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멈추는 법을 상실해 버린 것입니다.


결국 이 관성이 또 하나의 ‘사고’를 쳤습니다. 새 책이 나왔습니다.


이것도 오랜 습관 중의 하나죠. 이것은 시장을 향한 저의 부끄러운 반칙이자, 예기치 않게 퍼져나갈 변종 바이러스 같은 것일지도 모릅니다. 세상의 모든 질투와 무관심을 연료로 삼는 것이 작가의 숙명이라지만, 제 책이 나왔다고 떠벌리는 일은 자랑으로 비칠까 여전히 남사스럽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써냈다는 사실을 알려야만 합니다. 출판사의 마케팅 역량과 상관없이, 때로는 작가가 자기 자식을 품에 안고 세상의 가장 차가운 최전선에 서야 하는 순간이 오기 때문입니다. 네, 그래서 또 씁니다. 외로워서요? 아니요. 외롭게 방치되지 않았으면 해서 책 알리는 글을 씁니다. 어쩌면 글의 형태를 이룬 어떤 고독한 생명을 또 하나 세상에 탄생시킨 것이지요. 그것은 일종의 시장에 대한 부끄러운 반항이나 반칙이자 변종된 바이러스 같은 형태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글을 쓰다 보면 책을 쓰게 되고 그 생활이 반복되다 보면 어느 순간 작가가 된, 아니 자세가 다소 바뀐 저를 발견하게 됩니다. 저도 모르는 또 다른 놀라운 존재인 괴물 같은 저는 다른 삶을 모색하려 합니다. 어제와 다른 사람을 만나고, 그 사람에게서 제가 머무는 3차원의 세계가 아닌 다런 차원의 우주를 봅니다. 보통 출판계에 몸을 담고 계신 분들이죠.


다양한 출판사, 규모가 다른 터전에서 각자의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 세상과 책이 가진 무게를 묻게 됩니다. 한없이 가벼운 이 책은 출판사에게 무엇이고, 저와 같은 저자에게 책은 어떤 용도를 가진 물건인지 묻습니다. 이런 대화에 꽂히다 보면 이런 정경은 마치 챗GPT라는 거대한 인격과의 진지한 대담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다만 질문을 하고 답을 얻는 단순한 형식이 아니라는 점이 챗GPT 대화와 인간 사이의 대화가 가진 차이점입니다. 그 차이점을 집요하고 교묘하게 파고들다 보면 가끔 아이템이 발견되죠. 그것은 보물일 수도 허섭 쓰레기일 수도 있습니다. 보물이라는 사실을 간파한 자는 그것을 연마해서 책이라는 결과물을 스스로 만들어내겠죠.


9/15일 자로 새책이 나왔습니다. <1인 앱 개발, 커서 AI와 함께 배우기>라는 제목을 가졌지요. 이 책은 제목에서 바로 연상되듯이 인공지능으로 나만의 앱 만드는 법을 다뤘습니다. 바이브 코딩, 즉 코딩이 아닌 인간의 언어만으로 앱 만드는 과정을 담았지요. 이 저작물은 지독히 트렌디합니다. 어쩌면 과격한 좌파주의자를 닮은 듯합니다. 감성주의자인 저의 본래 주파수와는 완전히 다른 주파수의 스펙트럼을 가졌습니다. 이 책이야말로 제 안의 ‘개발자’라는 오래된 페르소나가 잉태한, 또 다른 자아의 결과물, 어쩌면 괴물인 셈입니다.


새 책이 나오면 저자는 부끄럽지만 자신의 책을 세상에 알려야 합니다. 출판사에 따라서 마케팅 역량이 다르기 때문에 때로는 저자가 마케팅 최일선에 서야 하는 냉혹한 순간이 찾아오기도 합니다. 그래서 고통스러운 글쓰기를 지금 이 순간에 직면하는 중입니다. 몇 백자 분량의 글쓰기가 책 판매에 어떤 유의미한 영향을 미칠지 저는 예측할 수 없습니다. 삶은 어차피 불확실하고 점점 노안으로 추락 중인 제 시야는 여전히 어두컴컴한 색으로 변해갈 겁니다. 그러니 책상 앞에 앉아서 허리 펴고 고개를 빳빳이 세우고 글이나 써야겠지요.


그리고 <챗GPT, 글쓰기 코치가 되어 줘>는 중쇄를 찍게 되었습니다. 그러니까 1,500부를 모조리 팔아버리고 새롭게 인쇄가 들어간다는 얘기죠. 저는 이 위업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모릅니다. 그저 여전히 부끄럽고 한없이 작아지며, 온라인 서점과 오프라인 서점의 매다 사이를 오가며, 제 책의 재고를 파악하는 제가 소심한 인간이기 때문입니다.


작가님 안녕하세요!
작가님의 [챗GPT, 글쓰기 코치가 되어 줘] 2쇄 소식입니다.
중쇄 안내 메일 전달드렸습니다.

정말 축하드립니다 �



1,500명의 독자가 기꺼이 제 부끄러운 고백을 품어주셨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이 낭보 앞에서도 폭발적인 기쁨 대신 멋쩍음이 앞서는 걸 보면, 저는 여전히 글과 세상 앞에서 한없이 작아지는 소심한 인간인가 봅니다.


하루에도 수백 권씩 쏟아지는 책의 산. 그 속에서 제가 내놓은 이 작은 결과물들은 어떤 의미를 가질까요. 저는 모릅니다. 삶은 예측 불가능하고 노안으로 흐려지는 시야는 점점 더 어두워질 테니까요.


그러니 어두운 방 안에 혼자 앉아 있기 싫어서 그저 씁니다. 멈추지 않고 쓰는 행위만이, 이 아찔한 외줄 위에서 비틀거리는 저를 지탱하는 유일한 증거이자 삶을 대하는 최소한의 예의일 테니까요.



개발자이자 작가로 활약 중인 저자의 경험과 바이브 코딩이 궁금하다면,

아래 책에서 나머지 이야기를 만나보세요.

https://www.yes24.com/product/goods/152449732


중쇄를 찍고 여전히 교보문고 매대에서 분투 중인 제 책이 궁금하다면,

아래 책에서 글쓰기 비법을 만나보세요.

https://www.yes24.com/product/goods/1445390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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