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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대생의 심야서재 Mar 25. 2017

고독

공간에서 나는 잊힌다.

때로 아무도 없는 빈 사무실에 혼자 남는다.
모두가 퇴근한 후에도 나는 여전히 일과 사투를 벌인다.

나는 이 시간 혼자다.
나는 이 시간 혼자가 아니다.
나의 존재는 독립되었는가? 
나의 존재는 종속되었는가?
나는 누구인가?
공간에서 나는 잊힌다.

하나가 아닌 다수의 나와 승부를 겨루기에 
'지금 이 순간' 나는 외롭지 않다.
정리되지 않았던 나의 정체성은 고독한 순간에 두드러진다.

이것은 끝이 없는...
승자와 패자의 경계가 없는 싸움이다.

혼자뿐인 넓은 공간에서도 빛은 오로지 나에게만 조명이 된다. 
정적 속에서도 나의 존재는 어깨를 들썩거린다. 
텅 빈 공간에 오직 나라는 존재만이 숨을 쉰다. 

나에게 일할 수 있는 기쁨이 주어졌으니 
그 누구가 나를 감시하지 않을지라도 
그 누구가 나를 축복하지 않을지라도 
나는 떳떳하게 지금의 고독을 즐길 수 있다. 
나에겐 자유가 주어진 것이다. 

과정을 일구는 순간에서도 혼자고 
결과를 받아들 때도 나는 혼자다. 

일순간, 
감정이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을 동시에 달린다. 
심야의 시간으로 무르익어갈 때 정신은 흐트러진다. 
피로와 기쁨의 경계에서 시간은 시끄럽다. 
정리할 시간이 되었다. 
하루를 끝맺음한다.

택시를 부른다. 
몸을 뒷자리에 구겨 넣는다.
서서히 깊은 시간으로 빠져든다.

택시는 쾌속으로 도로를 질주한다. 
어둠 속에서 방향을 교란시키는……
어둠 속에서 시간을 어지럽히는 ……
어둠 속에서 마음을 산란시키는……
택시의 굉음, 뒤틀린 공간의 소리, 택시 기사의 헛소리, 나의 한숨 소리
집은 멀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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