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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대생의 심야서재 Apr 02. 2017

하이브리드 인간형

마음을 연 사람과는 국적과 나이에 상관없이 친구가 될 수 있다.

회사에서 기술 부문의 임원직을 맡고 있다.
진행 중인 프로젝트의 기술적인 책임을 맡고 있기도 하지만
일부 실무적인 역할 - 프로그래밍 - 도 직접 수행하고 있다.

엄밀히 말한다면 하이브리드 인간형이라고 할까?
한가지 유형만으로 내 역할을 정의하기는 곤란하다.
직장에서 아직도 성장 중이고, 적응하기 위하여 도전을 멈추지 않고 있다.
이 나이를 먹도록 전쟁터에서 살아남은 남자라면
한 가지 분야에서만 정통한 사람은 아닐 것이다.

어쩌면 내가 이 바닥에서 생존하며 직장인의 꽃이라 할 수 있는
임원까지 승진할 수 있었던 비결은 기술적 백그라운드뿐만 아니라
트렌드를 조망할 수 있는 분석 능력일지도 모르겠다.

내 업무의 핵심은 연구소가 주도하는 기술, 디자인, 마케팅, 인력 등
각 프로젝트 요소가 불협화음 없이 물 흐르듯 지휘하는 것이다.
사실, 업무보다 나를 힘들게 하는 것은 사람과의 관계였다.
과중한 업무는 내 휴식 시간을 희생하면 해결되는 문제였다.
하지만, 마음이 바라보는 곳이 다른 사람과 발을 맞추기는
사이즈가 다른 신발을 억지로 끼워 넣는 상황과 비슷했다.

말하지 않아도 호흡이 척척 들어맞는 사람이 있다.
눈 빛만으로도 내가 원하는 것을 이해하는 것이다.
한 가지 과제가 떨어지면 그것을 해결하는 것은 기본이고
연관되는 다른 아이디어까지 고려해 오는 것이다.
생각하지 못했던 것까지 챙겨오는 것을 보면
어느 누구라도 감동하지 않겠는가?

우리 연구소에는 국적은 다르지만
한국 사람보다 더 말이 잘 통하는 친구가 있다.

이 친구는 코리안 드림을 안고 인도양을 건너왔다.
인도에서 대학 졸업 후, 한국은 그에게 새로운 도전이 됐다.
한국에 정착하여 8년 넘게 이곳에서 프로그래머로 일하고 있는
이 친구는 늘 밝고 긍정적이며 험한 도전을 마다하지 않는다.

나는 이 친구와 영어로 커뮤니케이션을 한다.
나이가 많은 나와 허물없이 지낼 수 있는 비결은
영어가 전달하는 문화적 이유 때문일까?
윗사람과 아랫사람의 경계를 허문 합리적인 의사소통 때문일까?
물론 그러한 이유도 부인할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내가 생각하는 것은 조금 다르다.
이 친구의 밝은 생각에 손을 들어주고 싶다.
일이 주어졌을 때, 다른 것까지 함께 포괄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지
편협한 시각에 갇혀있는지, 능력이란 것은 작은 관점의 차이라고 본다.

일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은 주어진 과제의 해결에 급급할 것이다.
전문적이지 않은 사람은 단계를 뛰어넘으려는 노력을 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그 차이를 한 뼘 정도의 거리라 믿는다.

국적과는 상관없는 생각과 관점의 차이다.
주도적으로 일할 것인가, 수동적으로 따라다닐 것인가.
나이 차이는 별문제가 아니다.

고작 30대 초반의 그 인도 친구는 나와 가깝다.


어떤 직원에게는 내가 꼰대로 비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도 사람이다.

모든 사람을 똑같이 대할 수는 없다.

다만, 마음을 연 사람과는 국적과 나이에 상관없이 친구가 될 수 있다.

밝은 마음을 품는 것, 정체되지 않는 것 나에게는 그것이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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