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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대생의 심야서재 Dec 29. 2018

성장은 탕진으로부터

당신은 젊음을 탕진할 권리가 있다.

자신이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일을 찾기 위해 젊음을 탕진할 권리가 있다. 그들의 젊음은 극복해야 할 역경이 아니라 만끽해야 할 축복이라는 걸, 젊음을 지나쳐온 우리는 이미 알고 있지 않은가. 물론 아는 것을 아는 대로 실천하기란 참으로 어려운 일이지만 말이다.

[살며 사랑하며 - 황시운] 국민일보 “젊음을 탕진할 권리”에서 발췌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4046426&code=11171315&cp=nv 


어떤 사람은 젊음을 탕진합니다. 어떤 사람 중에 필자가 포함된다는 게 서글프기고 하네요. 잠시 탕진의 정의가 무엇인지 살펴봐야 직성이 풀리겠어요. ‘시간, 힘, 정열 따위를 헛되어 다 써 버림’이라고 합니다. 뜻을 새기다 보니, 흘려버린 시간들이 아우성을 치는 것 같아요. 아뿔싸, 괜히 찾아본 게 아닌가 싶어요. 어렴풋이 알고만 있을걸 말이죠. 황시운 소설가의 말처럼 필자는 젊음을 탕진했습니다. 단지 문제라면 좋아하는 일에 열정적으로 빠져들지 못했고, 타인이 시키는 일에 충실했다는 것이 탄식을 내뱉게 하지만 말입니다. 작가로 사는 삶, 보란 듯한 직장이 따로 존재하는 삶, 두 가지 권위가 각자의 영역에서 역할을 빛내는 것이 필자가 원하는 현재가 아니었을까,라고 진단해봅니다. 


엄밀히 말한다면 필자는 직장인도 아니고 작가도 아닌 중간 지점에 위치합니다. 강한 중력을 지닌 중심 핵과  암흑의 에너지가 가득한 바깥쪽을 사이에 두고 궤도를 그리는 중이죠. 중심부(삶의 목적지)로 향하고 싶지만 노력이 배합된 시간이 필요합니다. 얼마나 회전을 해야 할지, 얼마나 에너지를 쏟아야 할지 모릅니다. 운명 따위에 기댈 수도 없습니다. 멈출 수 없으니 스스로를 믿고 의지한 채 여정을 기록할 뿐입니다. 힘을 잃으면 바깥쪽(실패)으로 튕겨나가거든요.


젊음을 탕진하기 시작하여 지금 이 순간에 이르기까지 삶의 족적을 살펴볼까요. 시간이든, 돈이든 무엇이든 탕진했으니 글이라도 써야겠다는 결론을 도출하게 된 건 아닐까요? 우리는 결론을 맺고 싶어 합니다. 어떤 과정, 무언가를 차곡차곡 쌓아가는 시간을 거쳐갔다면 투자한 걸 회수하는 결실의 순간도 필요하겠죠. 아무리 길어도 마침표를 찍어야 다음 문장으로 전진하겠죠. 



탕진은 삶에 부채의 씨앗을 남겼습니다. 부채 중에서도 주목하는 단어는 ‘결핍’입니다. 탄탄한 직장에 다닐 때였어요. 삶은 안정적이었으며 시간은 비교적 평탄하게 흘렀죠. 미래의 결도 무탈하게 펼쳐질 것으로 기대됐습니다. 사건이라고는 일어날 만한 낌새조차 없던 시절이었죠. 그런데 필자는 그런 무난함이 싫었어요. '왜 삶은 관성적인 안정을 추구하는가. 왜 도전을 거부하는가', 이런 질문이 필자를 꾸준히 괴롭혔던 거죠. 안정으로 치장된 모든 클리셰로부터…… 뛰쳐나오고 싶었어요. 


모두가 필자의 어깨를 붙들며 말렸어요. ‘남들 다 똑같이 사는 데 뭘 유난을 떠냐고, 한 달 지나면 월급날 돌아오고 또 대충 지내다 보면 월급 받고 사는 거라고’ 필자는 그들의 손부터 뿌리치고 싶었죠. 험한 세상에 몸을 던져보기로 했어요. 말하자면 필자는 결핍을 택한 셈이었죠. 내가 채워야 할 것은 무엇인지, 무엇이 비어 있는지, 체험하면 자연스럽게 내재된 결핍을 발견할 수 있을 거라 믿었어요. 결핍을 찾으려고 시행착오를 거쳐야 했어요. 우연히 스타트업에 스카우트됐고 개인 사업에 에너지를 쏟아붓기도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처절한 실패를 겪었으며 착실하게 모은 재산이 공중에서 분해되는 것을 목격하기도 했어요. 하지만, 필자는 여러 강력한 권위에 충돌하고 쓰러지면서도 굴복하지는 않았습니다. 싸움이 단 기간에 끝날 일이 아니죠. 


좌충우돌, 시행착오, 안정과 불안이 반복되었고, 그때마다 결핍은 통장에 쌓였습니다. 누군가 글을 쓰라고 명령한 날이 있었어요. 2002년 월드컵이 한창일 때였죠. 군 시절 일기장과 업무 일지 외에는 경험해본 일이 없는 사람에게, 무턱대고 사업 계획서를 쓰라는 통보였습니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어요. 마감은 이미 결정된 상황, 필자가 맡은 부분을 채우지 못하면 사업 진행이 불가능했죠. 거부하고 싶어도 벗어날 수는 없었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머리를 좀 굴리기 시작했어요. ‘모방’이 필요한 셈이었죠. '어차피 나는 백지상태가 아닌가', 일을 시킨 사람도 기대가 크게 없을 테니, 결과물의 퀄리티보다는 흉내라도 내보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신문기사, 잡지 등을 뒤적거렸어요. 선배가 작성한 논문과 제출했던 사업 계획서들을 문서함에서 꺼냈어요. 필자가 분석 하나는 잘 한다는 걸 그때 깨달았어요. '아, 글쓰기가 이런 것이구나, 뭐 찾아보니 별거 없구나, 이거 견적 나오는 일이구나,'라고 깨달았습니다.



<마이크로 소프트**>라는 잡지가 큰 몫을 했어요. 최신 트렌드를 다루는 특집 기사의 배치를 분석하고 어떤 형식으로 기자가 글을 쓰고 전개하는지 패턴을 따라 했어요. 기자들이 쓰는 용어와 스타일이 있었죠. 그걸 일단 익혔습니다. 그리고 과거에 제출한 사업 계획서 전문을 분석하여 윤곽을 그렸어요. 대충 만들고 보니 쓸만해 보이더군요. 지시한 분에게 작성한 자료를 보여드렸어요. 놀라는 눈치였어요. 그때 깨달았어요. ‘무조건 뛰어들고 난 후에 모자란 건 배우고 채우면 되는구나’, 아무것도 안 하고 있으면 편하지만, ‘시도하니 가능성이라도 보는구나’. 뭐 이런 생각에 이르렀던 거죠.


물론 그 시절 필자는 피라미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남들을 따라만 했지 가치관도 없었고 철학도 정립되지 않았으니까요. 하지만 따라 하는 것으로부터 역사는 시작되죠. 단연코 어느 누구의 완성도 모방의 역사 없이는 불가능합니다. 강제적인 요구 때문에 시작된 글쓰기는 어느덧 업무의 한 축을 담당하게 되었습니다. 창업 경진 대회에서 대통령 상을 수상하는 것을 시작으로 제출하는 사업 계획서마다 선정되는 쾌거를 기록했어요. 확률로 따져보니 적어도 50% 이상을 달성하게 된 것이었죠. 기록적인 성공 확률이었습니다. 금액으로 환산해도 필자가 수주한 볼륨이 50억을 넘어섰으니 말이죠.   


사업 계획서 작성에 도사가 되어 연전연승의 기록을 이루어냈지만, 영광은 회사에 돌아갈 뿐이었습니다. 수없이 많은 성공을 거두고 나서야 관점을 필자에게 바꾸어야 한다는 결론을 도출하게 됐습니다. 블로그를 만들고 오직 나를 위한 이야기만 쓰기로 했어요. 20년의 젊음은 이미 탕진해버렸지만, 남은 미래를 위하여 다시 삶을 충전한다는 각오로 말이죠.


나를 위한 글쓰기는 4년 가까이 이어졌습니다. 브런치 공모전에서 수상도 하고 운이 좋아 책도 출간했어요. 그럼에도 삶은 달라지지 않더군요. 여전히 낮에는 직장인으로 살아야 하는 삶이 존재하고 밤에는 작가로 잠시 변신을 할 뿐인 거죠. 움츠렸던 자유의 날개를 펼치기 시작한 것이 그 전과 달라진 일이라고 할까요? 



지금 이 순간, 필자는 좋아하는 것들을 무지막지하게 펼치고 있어요. 글쓰기 모임을 만들고 누군가를 가르치고 또 배우고 그 과정을 기록하는 것으로 말이죠. 비로소 삶의 궤적이 중심부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는 확신을 하고 있어요. 동기의 유발은 모순적이게도 젊음에 소비한 탕진 덕분입니다. 탕진하고 남은 빈 몸을 받아 들고 무엇을 채워야 할지 결핍을 분명히 발견한 셈이니까요. 결핍을 채우기 위해 아이디어와 독창적인 시도를 하고 있으니까요. 과거의 탕진들이 현재의 결핍을 채우고 있으니까요. 


정재승의 <열두 발자국>에서는 결핍이 삶을 어떻게 만들었는지 질문하죠. 삶에서 결핍이 어떤 비중을 차지하는지 물어요. 결핍과 당당하게 맞설 용기가 있는지 말입니다. 결핍을 삶의 에너지로 바꿀 용기를 가지라고, 결핍이야말로 우리를 성장시킨다고 강조합니다. 필자가 젊은 시절에는 남이 밟은 길을 따라가는 순응을 택했지만, 개성을 찾으려고 젊음을 탕진한 거라 생각하기로 했어요. 탕진이 결핍을 발견했으니 결핍과 탕진은 서로 친구인 셈이죠. 탕진은 소모가 아니라 독창적인 삶을 서사하게 이끕니다. 의심하지 않고 여러분의 생각을 따르면 됩니다. 마음의 결핍을 채우고, 어제의 나를 뛰어넘는 오늘의 나를 완성하려고 애써봐요. 그 길이야말로 탕진이 단순한 소모가 아니었음을 깨닫는 길이 아닐까요? 




내일(10/30) 오전 11시에는 Peter Kim 작가님께서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관리하고 쓸 것인지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실 예정입니다. 많은 기대 부탁드릴게요.


나이도, 직업도 다양한 7명의 작가들이 펼쳐내는 성장 스토리, <함께 쓰는 성장의 비결>은 매일 오전 8시에, (주말에는 오전 11시에) 발행됩니다. 그 내용이 궁금하다면, 매거진 구독을 눌러주세요. 한 뼘 더 성장할 여러분의 꿈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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