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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대생의 심야서재 Aug 17. 2020

운영자로서의 108일 글쓰기 모임 후기

시즌3를 회고하며

'108일 글쓰기'는 108일 동안 꾸준하게 글을 쓰는 모임이에요. 하지만 순수하게 108일 동안 꼬박 글을 쓰지는 않아요. 사람들이 실패를 맛보게 하는 것보다 성공하기를 더 바랐거든요. 그래서 108일을 3번으로 나누고 각 과정별로 4주만 글을 쓰도록 편성했어요. 그러니까 4주 평일만 글을 쓰고 1주는 휴식기를 갖는 개념이죠. 정리해보면.


1) Phase-1 : 4주 글쓰기(오직 평일만)

   1-1) 1주 휴식(Phase-1에 쓰지 못한 분량 채우기)

2) Phase-2 : 4주 글쓰기(오직 평일만)

   2-1) 1주 휴식(Phase-2에 쓰지 못한 분량 채우기)

3) Phase-3 : 4주 글쓰기(오직 평일만)

   3-1) 1주 휴식(Phase-3에 쓰지 못한 분량 채우기)


이런 식으로 일정을 3번으로 나눴어요. 전체 일정은 108일 동안 진행하지만 실질적으로 글을 쓰는 날은 60일이죠. 주말엔 쉬고 Phase 하나가 종료되면 또 일주일의 휴식기가 있으니까, 부족한 부분은 그때 보완하면 되거든요. 당일 무조건 인증해야 미션을 완수하는 그런 매정한 시스템은 아니에요. 이런 식으로 일정을 짠 것은 무리하지 않고 글을 쓰는 습관을 갖도록 배려한 것이었어요.


그런데, 3 시즌에 걸쳐 모임을 운영해보니, 성공하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차이가 무엇인지 파악이 되더군요. 솔직히 삶에서 바쁘지 않은 사람은 없잖아요? 우린 모두 먹고살기 위해 바쁘죠. 그 일이 우선이니까, 글 쓰는 일은 후 순위로 밀릴 수밖에 없잖아요. 당장 모임을 운영하는 저도 먹고살아야 하니까, 글 쓰는 일이 삶의 최전선에 배치될 수는 없거든요. 저도 시간을 쪼개고 또 쪼개며 분배하는 편이지, 오직 글쓰기 만으로는 먹고사는 일이 될 수 없다는 걸 이미 오래전의 경험으로 깨달았죠.


108일 글쓰기 시즌 3를 종료하면서 모임을 운영하는 사람으로서 여러 생각을 갖게 됐어요. 모임에서 자신의 목표를 완수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깊이 성찰했죠. 저는 여러 관점에서 성공과 실패 요인을 분석하게 되더군요.


1) 성공 여부는 '글을 잘 쓰고 못 쓰는 것'과 크게 관련이 없다.


모임에 참여하는 이유는 호기심이 많았어요. 뭐랄까요. 글을 쓰는 게 트렌드가 되어 간다고 할까요? '글쓰기'가 사람을 제법 멋있게 디자인 해주네요. 누구나 쉽게 뛰어드는 분야가 아니잖아요. 글 쓴다는 얘기가 왠지 다른 사람과 나를 차별화시켜주는 포인트도 있고. 어쨌든, 자신을 표현하는 방법 중에서도 가장 고급스러운 분야라, 호기심을 더 많이 갖게 되나 봐요. 문제는 한 번도 써본 일이 없는 분들이, 심지어는 블로그조차 운영해본 경험이 없는 분들이 호기심만으로 뛰어든다는 얘기에요. 어쩌면 해낼지도 모른다는, 경험해보지도 않은 분야에 무모한 도전을 하는 거예요.


요컨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인지도 깨닫지 못한 채 무작정 시작해본다는 거죠. 물론 운이 좋으면 글을 쓰다 자신의 정체성도 찾고, 나아가 글 쓰는 일이 자신의 적성과 맞는다는 걸 깨달을 수도 있어요. 운이 좋다면요. 근데 대부분 운이 나쁘죠. 그러니 실패를 경험하게 되는 거예요. 


2) 왜 써야 하는지 의미를 잃는다.


처음에 쓰고 싶다는 마음을 잃는 거예요. 이것은 처음과 다르게 동기부여가 되지 않는다는 것에 해당됩니다. 어쩌면 잃는다는 건, 처음에 설렜던 마음을 놓친다는 개념과 비슷해요. 그런 감정은 인간의 도파민과 관련이 깊을 수도 있어요. 우리는 누구나 처음에는 설레잖아요. 어떤 일을 시작하든 떨리는 감정이 찾아오는 편이죠. 그것 때문에 새로운 시작을 결심하게 되고요. 그런데 그 결심이란 건 쉽게 사라지죠. 도파민의 분비가 줄어들면서 찾아오는 자연스러운 상황인데, 그때 내가 써야 할 분명한 이유, 즉 목적과 방향을 찾지 못하면 좌초하게 되는 겁니다. 의미가 없는데 어떻게 지속할 수 있겠어요. 포기하게 되겠죠.


3) 실제로 시간이 없다.


안타까운 것은 써야겠다는 동기도 충분하고 의지도 충만하며, 쓰는 습관도 자리 잡을 만한 상황에서 시간이 없어지는 거예요. 이건 현실적인 문제와 연관되어 있어요. 먹고사니즘의 문제 때문이죠. 직장에서 일이 바쁘게 진행되거나, 학교에 제출해야 할 과제가 많거나, 코로나 때문에 아이들 돌보느라, 글을 쓰는 일이 미뤄지는 거죠. 마음에서 밀려나는 건 아니지만, 더 중요한 일에 매진하게 되는 상황이 생길 수밖에 없으니까요. 그럴 땐 쓰는 일을 잠시 잊게 되겠죠.


4) 재미가 없다.


무엇보다 안타까운 것은 재미가 없다는 사실이죠. 쓰기 전에는 몰랐지만 쓰면서 발견하게 되는 거예요. 쓰는 것보다 세상엔 재밌는 일들이 많죠. 게임도 있고 웹툰도 있고 심지어는 인스타도 있죠. 책조차 읽지 않는 사람이, 글 쓰는 일이 설마 재밌을 거라고 시작했다면, 큰 착각일 거예요. 내 생각대로 글이 술술 풀리면 재미를 느끼기도 하죠. 하지만 대부분 글이 잘 풀리지 않거든요. 프로 작가들도 마찬가지예요. 글 쓰는 일은 대부분이 고통스러운 일이라고 토로하는 편이죠.


5) 지나친 자기 검열에 빠진다.


혼자 쓰는 글은 일기에 해당되죠. 아무리 글 쓰는 일이 고통스러워도 일기를 쓰라고 하면 크게 두려움을 느끼지 않겠죠. 자기만 보는 공간에 비밀리에 업로드할 테니까요. 하지만 글 쓰는 것은 공적이라는 단어를 기본으로 포함시켜요. 내가 타인에게 고스란히 드러난다는 걸 뜻하거든요? 그런데 그걸 견디지 못하는 사람이 많아요.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바라볼까? 어떤 판단을 내릴까? 나에 대해 선입관을 가지는 건 아닐까? 이런저런 생각이 늘어나면 글을 쓰는 일이 어느 순간 공포스러운 일이 되는 거예요. 그러니까 타인의 시선을 과장해서 신경 쓰는 사람이 글 쓰는 걸 더 두려워해요. 평가에 예민하고, 남들보다 필력이 떨어진다는 사실이 밝혀지는 게 두려운 거죠. 그런 두려움과 공포가 마음을 지배하면 절대 글을 공개 못해요.


모임 운영자로서의 생각


생각나는 대로 5가지 정도로 사람들이 글쓰기 모임에서 실패하는 원인을 진단했는데요. 반면 그 와중에서 성공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왜 실패하고 성공하는 사람들로 나누어지는 걸까요? 대답은 의외로 간단해요. 5가지 요인을 반대로 생각하면 되거든요. 1) 어차피 못쓴다면 쓰면서 배우자, 2) 왜 써야 하는지 쓰면서 의미를 계속 찾자, 3) 시간은 스스로 만든다, 4) 재미를 찾자 5) 자기 검열에서 벗어나자. 이렇게 반대로 생각하면 답은 간단하게 해결이 됩니다.


물론, 반대로 생각하자고 다짐해도 그렇게 되지 않는 게 인간의 마음이에요. 사람은 부정적인 것에 훨씬 많이 흔들린다고 하니까요. 그러니 모임 시작도 하기 전에 괜히 가입했나 후회가 생기고, 시작해도 며칠 못 갈 거라고 생각하고, 사람들에게 내 글 보여주는 일이 쪽팔리다고 생각하는 거죠.


그런데, 이런 부정적인 마음을 딛고 꾸준하게 쓰는 사람에겐 다른 길이 열려요. 그 길이 무엇이라고 운영자가 보장한다면, 그건 사기겠죠. 의미란 건 본인이 찾아야 하거든요. 그 의미라는 건 본질적으로 자신이 찾아야 하는 싸움이에요. 그러니 글쓰기는 고독과 마주해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하는 거죠. 글쓰기는 자기 자신에게 이르는 길이라고 봐야겠죠. 《데미안》에서처럼 내면의 껍질을 뚫고 나오는 숭고한 일이거든요. 그걸 성공하는 사람은 이제 세상에 갓 태어난 아프락사스와 동일한 연장선에 서 있겠죠. 자신을 다르시는 일이며, 찾는 일이며, 나아가 세상 밖으로 탈출하는 행위인데, 어찌 글쓰기가 하찮다고 말할 수 있겠어요.


108일 글쓰기 모임은 이런 나에게로 이르는 길을 찾는 시스템이 되고 싶었어요. 그래서 커리큘럼도 실패보다는 성공에 초점을 맞췄죠. 모임을 이끄는 운영자로서 수익을 챙기겠다는 생각보다, 더 많은 사람들과 즐겁게 글을 쓰고 재미를 주고받고 싶었달까요. 오직 쓰는 사람만이 느낄 희열감을 맛보게 해주고 싶어서 기획됐죠.


모임을 운영하는 운영자로서 늘 고민해요.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성취감을 느끼게 유도할 수 있을까. 모임에서의 실패가 인생의 실패를 의미하는 건 아닌데, 왜 사람들은 실패의 모멸감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가, 그 열패감에서 해방하도록 도와주고 싶다. 이런 욕망 때문에 모임이 끝나면 저도 성찰하고, 다시 커리큘럼을 디자인합니다.


이 모든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미션을 성공한 시즌 3 글벗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고통과 좌절을 딛고 일어선 장한 분들이니까요. 제가 뭐 특별하게 한 게 있겠어요? 저는 운영자로서 응원 드리려고 열심히 댓글 달아드리고, 통계 데이터 뽑고, 문집 제작한 일뿐이거든요. 어려운 일을 해낸 건 제가 아니라 시스템에 따라 자신의 목표를 설정하고 방향대로 계속 나아간 분들이니까요. 다만 성공한 분들에게만 초점을 맞추기보다 저는 나머지 분들도 바라보고 싶었어요. 실패했다고 인생의 큰 실패감을 맛본 건 아니니까요. 어디에서든지 다시 자신의 의지대로 인생을 살아가길 바랄 뿐입니다. 저도 제 길을 꿋꿋하게 갈 거니까요. 그러니 성공한 분들, 그렇지 못한 분들 모두 파이팅하시라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아래는 지난 시즌 108일 글쓰기 모임의 커리큘럼입니다. (노션으로 만들었어요)


https://bit.ly/3eQUoUv


다양한 글쓰기를 경험했으면 하는 바람으로 커리큘럼을 만들었죠. 필사와 메모를 통해서 재미를 붙이고 여러 가지 글쓰기 프로그램을 체험하도록 했어요. 마지막에는 자기를 찾는 질문에 답하도록 했고요. 근데 실패하는 분들이 지난 기수에도 존재했죠. 다음 기수에 개선해야 할 부분이 보이더군요. 처음 글을 쓰는 분들과 어느 정도 쓰기에 숙달된 분들을 위한 커리큘럼을 나눠야겠다는 생각 말이죠. 그래서 Basic 과정과 Advanced 과정으로 프로그램을 나눴어요. Basic 과정은 더 쉽게, 간단하게 글을 쓰도록, Advanced 과정은 자신을 찾는 일에 더 깊이 관여하도록 재배치했죠.



시즌4 신청하시려면 아래 링크로

https://bit.ly/3cp1fCp



108일 글쓰기가 무엇인지 궁금하다면 아래 링크로


https://blog.naver.com/futurewave01/2220614967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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