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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대생의 심야서재 Aug 21. 2020

에세이 쓰기 모임 '당신에게 보내지 못한 내 마음'

마지막 차시 후기

에세이 쓰기 수업 마지막 8차시가 끝났다. 2시간 30분이 넘는 합평 시간이 인생의 여백에서 사라졌지만 그만큼의 행복이 대신 채워졌다. 행복이란 무엇인가. 내가 좋아하는 일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충만하게 누리는 것, 그리하여 시간이 얼마만큼 지나갔는지 자각하려 애쓰지 않아도 되는, 그리하여 그만큼 덜어낸 시간의 빈자리들을 행복으로 계속 채워가는 것.


이를테면 2시간이 훌쩍 지나가서 이미 자정을 넘겼지만, 마지막 여운을 즐기기 위해 수고스럽게 유튜브에 접속하고 적재의 '별 보러 가자'를 말없이 함께 들어도 좋기만 한 것, 심지어는 숨소리도 내지 않고 음 하나하나에 온 신경을 집중시키는 것. 말하지 않아도, 멀리 떨어져 있어도 감동이 음악처럼 서로의 몸에 저릿하게 감전되어가는 것, 그리하여 몇 십분의 시간이 일시에 지워져도 이상할 것이 하나도 없는 것. 그것이 행복이 아닐까.


https://www.youtube.com/watch?v=JLT8qOdpDPM


오늘 글벗 한 분은 멀리 떨어진 함양 산꼭대기에서 별을 보면서 합평에 참석했다. 지나가는 또는 비처럼 쏟아지는 별을 맞으며 글을 읽고 나눈다는 것, 우린 같은 자리에 존재하지 않았지만, 그 순간 이미 서로 연결되고 있었다. 네트워크 덕분도, 영상 회의 프로그램 덕분도 아닌 오로지 인간과 인간으로서, 보이지 않아도 마음으로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으니까.


공교롭게도 다들 '카르페 디엠'을 한 문장으로 외쳤다. 행복하겠다고 외치는 시간과 글의 분량만큼 우리는 일상에서 행복을 역설적으로 감지하지 못한다는 방증이 된다. 지금 이 순간을 즐겨야 한다는 뜻을 그 어느 때보다 충실하게 이행해야 한다고 믿으면서도 왜 우리는 점점 더 행복과 멀어지는 걸까. 아니 멀어지지 않았는데 왜 행복은 멀리 있다고 믿는 걸까. 그래, 행복은 어디에 숨어 있을까. 그런데 행복은 예상보다 멀리 있지 않다. 지금 여기, 바로 우리 집에, 우리가 다니는 길가 이름 모를 잡초 옆에, 일터에, 지하철 의자에, 만원 버스 손잡이 위에, 식탁 테이블에, 길게 누워버린 소파 위에, 지금 글 쓰려고 앉은 책상 옆에 있으며, 당신이 오고 다니는 곳 어디에도 있다. 원한다면 언제든 품을 수 있는 게 바로 행복이니까. 많은 사람들이 부인할지 모른다. 도저히 찾지 못하겠다고, 행복이란 건 돈이 없어서 사지 못하는 가치라고 항변하는 사람이 많을 테니까.


하지만 행복은 아주 사소한 에세이 쓰기 수업 마지막 시간에도 슬쩍 찾아온다. 자신의 글에 대한 합평을 듣는 순간 얼굴이 화끈거리지만, 자신의 역사를 진솔하게 털어놓는 행위로서, 감정이 타인에게 전이되고 동화되는 과정을 경험하며 덜어지기도 더해지기도 한다. 합평의 유효성은 바로 이런 데 있다. 같이 울어주고 같이 웃어주고 그리고 들어줌으로써 우리는 완벽한 타인이 아닌 완벽한 하나의 존재가 되어간다. 나는 수업을 이끌어가는 사람의 위치에 서서 글벗들이 교감하는 과정을 관조할 때, 뭉근한 행복의 파장을 느낀다. 행복은 애써 찾으려고 해도 나타나지 않는다. 아무렇지도 않게 서로를 보여주고 공감할 때 행복은 넌지시 찾아온다는 것을.


행복은 감지하지 못할 때 존재한다. 시간을 인식하지 못할 때, 오늘처럼 글쓰기 합평 시간에 2시간 30분이 지워져도 긴 시간이 5분처럼 느껴질 때, 우리의 마음은 행복으로 오래 충전이 된다. 그러니까 무슨 일이든 집중하면 된다. 다만, 좋아하는 사람들과 좋아하는 일을 함께 도모하면 행복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코로나-19의 전염성보다 더 거세다. 그게 바로 내가 생각하는 행복의 본질이 아닐까 싶다.


https://www.youtube.com/watch?v=ciBisqVQ6x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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