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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대생의 심야서재 Aug 24. 2020

마음을 새기는 시간 - 캘리그래피 모임 후기

4달의 기록

그럭저럭 연습하면 그럭저럭 쓰게 되고, 필사적으로 연습하면 잘 쓰게 될지도 모릅니다. 여기서 모른다고 말한 이유는 말 그대로 어떻게 될지 확신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사람은 자신의 경험을 기초로 얘기할 수밖에 없습니다. 스스로 경험한 것이 가장 큰 자산이며, 그 과정 끝에서 얻은 결론이야말로 이론이 아닌 실전이 만든 결과물이기 때문입니다.


캘리그래피를 시작한 지 약 4개월이 지났습니다. 어떻게 시작했냐고요? 모임을 같이 운영 중인 화몽님과의 글쓰기 코칭 시간에 불쑥 아이디어가 튀어나와서였지요. 그러니까 좌뇌가 아닌 우뇌가 벌인 다분히 즉흥적인 결정이었습니다만, 즉흥적인 결정을 의미 있게 만든 것은 바로 실행력이었습니다. 세상엔 시작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둘로 나뉘는데, 시작하는 사람은 중간에 멈추는 한이 있더라도 오래 지속할 가능성을, 포기한 사람보다 높게 가진 셈이니, 일단 닥치고 시작하는 게 중요하다고 볼 수 있겠지요.


일단 시작하자고 결정을 하고 보니 어떻게 시작할지 방향을 찾게 되더군요. 안 되는 이유를 찾기보다 되는 방법을 찾는 게 더 우선 아니겠습니까? 절실한 사람은 반드시 길을 찾게 되어 있습니다. 그 사실도 제 경험을 기반으로 합니다. 경험이 절대 낭비가 아님을 경험한 사람은 잘 압니다. 그걸 모른다면 경험을 겉핥기식으로 했다는 얘기밖에 안됩니다. 그런 사람은 백날 경험해야 아무 의미를 찾지 못하겠지요.


아무튼, 책 한 권을 결정하고 독학으로 캘리그래피를 마스터할 수 있다고 가정했습니다. 서점에 가서 발품을 팔았습니다. 몇 권의 책을 직접 눈으로 검토하고 완전 초보자도 이 정도면 충분히 따라 할 것으로 여겨지는 책을 고르고 독학을 시작했습니다. 물론 혼자서 지속할 자신이 없었으므로, 모임을 만들었습니다. 화몽님과 같이 말이지요. 모임을 시작하겠다고 공고 글을 올렸더니 사람들의 접수가 빗발치는, 그러니까 위대한 사건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캘리를 경험한 사람도 아니며, 단순히 같이 공부하자는데 모임이 흥할 리 있겠습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첫 모임은 그럭저럭 운영이 됐습니다. 기존 공심재 모임에서 열성적으로 참여하신 회원분들의 도움으로 모임은 의외의 성황을 이루었지요.


그리고 그날부터 지루한 연습이 시작됐습니다. 전문가이신 선생님(책의 저자)의 말씀과 지침에 따라 열심히 베꼈습니다. 네 베낀 것이 전부였습니다만, 베끼는 것도 역시나 힘들었습니다. 선 하나 반듯하게 긋는 것도 쉽지 않았습니다. 오른쪽으로 선이 진행되어야 하는데 가다가 돼지 꼬리처럼 갑자기 구부러지는 일이 다반사였습니다. 애꿎은 손가락에게 손가락질을 할 수 없으니, 욕이라도 진탕 날려야겠는데, 그것도 타인이 아닌 자기에게 향하는 것이라 함부로 못할 짓이더군요. 또한 부정적인 생각이 뇌를 지배하기도 했습니다. 따라 하면 되는 거냐고. 며칠 해봤는데, 달라지는 게 하나도 없다는 불평이 이어졌지요. 그런데 참 이상했습니다. 그 지루할 것 같던 연습 과정이 전혀 지루하지 않다는 거였지요. 이상하게 마음이 힐링된다고 할까요? 왜 그럴까, 가만히 생각해보니 캘리 연습하는 과정이 오롯이 자기 자신과 대면하는 시간이었다는 겁니다. 세상과 완벽하게 격리된 채, 오직 캘리그래피라는 시간에 집중했다는 것이죠. 열심히 연습하면서도 실력이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하지는 않았지만,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고 매일 지루한 연습을 반복한 것은, 그 시간이 완전히 나를 위한 것으로 채워졌다는 포만감 때문이었습니다. 그리고 이해할 수는 없지만, 언젠가 반드시 좋아질 거라는 근거 없는 희망도 있었고요.


분명 괴발개발, 어디서 듣도 보도 못한 글씨체인데, 그걸 자랑스럽게 채팅방에 인증하질 않나, 완전 정신 나간 짓거리를 태연하게 벌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감사한 것은 채팅방에 참여하시는 분들의 응원이었습니다. 칭찬 요정이 한 명도 아니고 열댓 명이 잘한다고 칭찬해 주니, 진짜로 내가 캘리 작가라도 된 듯한 착각에 빠져들 정도였으니까요. 역시 그렇습니다. 칭찬과 격려의 힘은 소중합니다. 다소 모자라 보여도 잘한다고 자꾸 칭찬해 주면 없던 동기부여와 용기가 생긴 다는걸, 채팅방에서 직접 배웠습니다.


4개월이 지난, 저의 캘리는 어찌 되었냐고요? 글쎄요 캘리 작가의 수준은 아니더라도, 이제 도구 탓을 할 정도는 아닌 수준이 되었다고 할까요? 역시 고수는 도구 탓을 하지 않는다, 도구는 연습과 결과로 증명할 뿐이다, 라는 걸 경험으로 배웠지요. 캘리그래피 모임, "마음을 새기는 시간"엔 현재 25분 이상이 활동 중입니다. 초창기부터 현재까지 꾸준하게 연습 중인 분도, 참여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그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연습하며 실력이 급성장하는 분도 계시지요. 물론 부족한 연습 시간 탓에 정체 구간에 계신 분도 존재합니다.


이 바닥에 재능이 없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누구나 같은 시간을 투자한다고 모두 전문가가 되는 건 아닐 테니 말입니다. 다만, 코치나 전문가의 조언 없이도 충분히 독학으로 캘리를 재미있게 할 정도의 수준은 올라갈 수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제 경험으로 그것을 증명하고 있으니까요.


캘리는요 쓰는 게 아니에요. 저는 쓰는 걸 무지 좋아하는 사람입니다만, - 이를테면 돈도 잘 쓰고, 글도 잘 쓰는 축에 속하지만, 그러니까 '쓰다' 동사 쓰는 게 취미인 사람 - 캘리는 그리는 겁니다. 근데 저는 그림 그리는 걸 싫어하는 차원이 아니라 공포스럽게 생각하는 사람이거든요. 그런데 그려야 한다니, 제 상식으론 도저히 이것은 안 되는 싸움이다, 라는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었지요. 하지만 그리는 걸 반복하니, 못하는 사람도 그럭저럭 그리게 되더라는 얘기입니다. 아무리 못 그리는 사람도 그릴 수 있다는 결론을 내린 거예요. 그러니까 이 세계도 역시 나무보다 숲을 봐야 하더군요. 캘리그래피에서 숲을 봐야 한다는 것은 글자 하나에 일희일비하는 것이 아니라 글자가 모여 생성된 문장을 구조적으로 볼 줄 알아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캘리그래피에서 정말로 중요한 것은 구도를 볼 줄 아는 능력이더군요. 이 얘기는 다시, 문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단어를 찾아낼 수 있어야 하고 그것을 어떻게 강조할 것이냐, 라는 이야기로 전개가 되고요. 어쩌면 캘리도 독해 능력과 연관되어 있다고 하겠네요.


결국은, 글자 하나하나에 의미를 둘 것이 아니라, 큰 그림을 그릴 줄 안다면 캘리는 단연코 좋아질 수밖에 없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반복적인 연습 끝에는 반드시 어떤 결과가 기다릴 거라고 강조하고 싶어요. 그 결과에 대한 만족감은 서로 다르겠지만, 적어도 저는 재미있게 그리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럽습니다. 캘리그래피에 주저 중인 분이라면 모임에서 같이 독학을 경험하는 것도 좋겠어요. 혼자 하는 것보다 같이 하면 분명 결과물이 달라지더라고요.


아래는 제 캘리그래피 4개월 여정 끝에 얻은 결과물들입니다. 그림도 처음 그려봤네요.





마음을 새기는 시간 5기 신청할 분들은 

아래 신청서를 작성해 주세요.

https://bit.ly/3dXk29G





손글씨를 좋아하던 시절이 있었어요. 대학 다닐 때, 좋아하는 사람에게 손으로 편지 써주는 걸 즐겼죠. 심지어는 연애하는 친구들을 위해 대필까지 많이 했어요. 과거와는 달리, 키보드로 글을 쓰는 시대에 아날로그 손글씨, 게다가 캘리그래피라니 뭔가 어울리지 않는 느낌도 받습니다.


뭐랄까요. 글쓰기는 미술과 음악 등 예술적인 활동과 연관되어 있다고 생각하는 편이에요. 문학적 감수성을 지닌 사람들은 글을 쓰다 보면 캘리그래피나 미술 쪽으로 관심의 영역을 넓힐 수밖에 없다고 믿어요. 예술적 영감의 기반을 위해 음악은 말할 것도 없겠죠. 그중에서도 글을 빛나게 만드는 건 미술이라고 생각해요. 미술의 세계로 접어드는 첫 단계로 캘리그래피를 시도하고 싶어요. 독학으로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죠. 손글씨를 좋아한 이력도 있으니 충분한 내적 동기도 마련된 셈이고요.


공심재 커뮤니티에서 시 필사 모임을 운영하다 보니 손으로 글을 자주 쓰는 일이 자주 벌어집니다. 쓰다 보니 더 멋지게 쓰고 싶은 욕심도 생기더군요. 끄적거리던 옛 습관은 남아있지만, 혼자 연습하다 보니 꾸준하게 진행이 되질 않습니다. 혼자 하는 것보다 함께 한다면 오래갈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독학으로도 충분히 캘리그래피 작가가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모임의 목적은 독학으로 캘리그래피 작가가 되는 것입니다. 캘리그래피에 관련된 책을 함께 읽고 연습합니다. 작가가 되기 위한 관련된 정보도 주고받고요. 스텝으로 미술을 전공하신 '화몽'님을 모셨어요. 캘리그래피에 운명적 이끌림을 당하셨다고 말씀하시는 화몽님을 잘 따라가면 캘리그래피 작가가 될지 누가 알겠어요. 자, 캘리그래피 작가 원정대에 참여하실 분을 모집합니다.


미션(초급자)


- 한 권의 캘리그래피 책 같이 읽고 연습하기


-《하루 딱 10분 진짜 독학 캘리그래피》

붓펜으로 짧은 시간에 느낌 있는 글씨를 써낼 수 있는 교재라 첫 교재로 골라봤습니다.

- 3기에 이어, 새롭게 4기에 합류하시는 분도 자신의 진도대로 연습하시면 됩니다.


연습 방법


매일 《하루 딱 10분 진짜 독학 캘리그래피》 책 진도에 따라 각자 실습하고 인증하기(주말 제외)

연습 진도 분량은 개인이 설정

오픈 채팅방에 매일 인증하기(사진)


추가적으로 기본선 연습 병행 (필수 아니나 중요한 부분 선 연습 예시는 매주 월요일 드림 )


미션(중급자)


- 한 권의 캘리그래피 책 같이 읽고 연습하기

-《캘리애처럼 쓰다 - 하루 한 문장 따라 쓰기》


연습 방법


매일 자신의 스케줄에 따라 각자 실습하고 인증하기(주말 제외)


연습 진도 분량은 개인이 설정


오픈 채팅방에 매일 인증하기(사진)


추가적으로 기본선 연습 병행 (필수 아니나 중요한 부분 선 연습 예시는 매주 월요일 드림 )




붓펜, 지그 펜 등 모노 칼라 작업을 먼저 진행합니다. 추후 다양한 재료와 작업들에 도전해봅니다. 수채화 캘리 작업까지 해봅니다. 시중에 나와 있는 다양한 교재들과 무료 강의 내용으로 같이 써보고 느끼며 나만의 글씨를 그려나갑니다.


준비물품

붓펜 및 쓰기 도구 ( 기본 붓펜, 지그 펜, 사인펜, 색연필 등이 있습니다.

(쳇방에 들어오시면 붓펜 종류나 사용기 등을 자세히 소개해드립니다. 개인적으로 구매하셔도 되고, 소개해드린 사이트에서 구매하셔도 됩니다. )

노트 ( 문방구에서 파는 연습장, 문구 연습용으로는 수학 문제풀이 연습장 추천)

《 하루 딱 10분 진짜 독학 캘리그래피》 저자 김루시 ( 워크북도 있음, 같이 구매하시면 도움이 되실듯합니다. 본 교재 복사해서 쓰셔도 됩니다 )


혜택

손글씨가 예뻐집니다.

혼자만의 고요한 시간을 갖습니다.

언젠가 캘리그래피 작가가 될지도 모릅니다.

집중력이 향상됩니다.

힐링이 됩니다.


마음을 새기는 시간 5기 신청할 분들은 

아래 신청서를 작성해 주세요.

https://bit.ly/3dXk29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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