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거실의 TV 옆에는 나무로 된 달력과 함께 딸과 아들의 아기시절 사진이 놓여있다. 아들이 태어난 지 100일을 맞아 세 살 누나와 함께 찍은 것으로, 집사람과 필자는 매일 그 사진을 보면서 딸과 아들에게 아침인사를 하며 응원의 한마디를 건넨다. 그렇게 조그마하던 아기들이 성장해서 지금은 엄마아빠보다 훨씬 크고 늠름하다.
아이들의 키와 신체는 스무살 전후까지 계속 자란다고 한다. 무엇이 아이들의 몸을 성장하게 만드는가? 아무래도 적절한 영양 공급과 운동이 가장 중요할 듯 싶다. 그런데 사람은 신체만 성장하는 것이 아니다. 정신도 역량도 경험과 훈련을 통해서 성장한다.
한 사람의 신체와 정신이 어떻게 성장하는지는 이렇게 대략 설명이 가능하다. 그렇다면 한 사회의 성장은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지금과 같은 저성장과 위기의 시대를 헤쳐나가기 위해 이런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볼 필요가 있다.
답을 찾기 위해 우선 우리 사회의 지난 성장과정을 한번 되돌아보자. 지난 60여년간 대한민국의 성장을 이끈 것은 정부와 기업이라고 할 수 있다. 정부 주도로 국가발전계획을 수립해서 적극적으로 실행하고, 기업들도 전력을 다해 노력한 결실이 세계10대 경제강국 한국의 현재 모습이다. 물론 그 이면에는 더 잘 살고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 산업 역군으로서의 우리 국민이 있었다. 잘 살아보자는 국민 모두의 꿈이 있었다.
그렇다면 미래의 성장은 무엇이 이끌까? 정부, 기업, 국민의 기존과 유사한 노력으로 충분할까? 지금까지처럼 여전히 기술발전과 혁신적 노력이 주도할까? 이대로 갈 경우 저성장 추세가 계속될 것을 생각하면 쉽지 않은 것 같다. 프레임을 바꾸고 패러다임을 바꿀 필요가 있어 보인다.
필자는 미래 지속성장의 비결은 시대흐름의 변화 속에 숨어있다고 본다. 일반적으로 21세기의 3대 변화로 불리는 기술변화, 인구변화, 환경변화의 핵심으로 AI혁명과 장수혁명, 기후위기를 각각 꼽는다. 그러나 조용하지만 더 도도히 진행되고 있는 또 다른 메가톤급 변화가 있다. 바로 개인주의화, 개개인화의 확산이다.
오랫동안 대한민국은 개인보다는 집단, 조직, 국가가 더 우선적인 사회였다. 개인의 자유와 자율보다는 국가, 조직, 집단 차원의 논리가 더 강조되는 시대를 살아왔다. 국가발전 차원에서 제시된 하나의 미래비전을 추구해왔고, 국민 모두가 하나의 공통된 꿈을 꾸어왔다.
그러나 이제는 사회 패러다임이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다. 똑똑한 소수의 시대를 넘어 다양한 다수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 개인은 더 이상 수동적인 존재가 아니다. 개인의 힘이 커지고 있고, 모두가 자기 인생의 주인이자 주인공이란 의식도 강해졌다. 젊은 세대에서 시작해서 점차 모든 국민이 자신의 삶 자체가 가장 소중하다는 것을 이전 세대보다 더 강하게 느낀다. 모든 개인이 자신의 행복을 더 추구하고 싶어한다.
한마디로, 진정한 개개인화, 개인주의화의 발현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있다. 자신만의 꿈을 꾸고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의 수가 많아질수록 세상의 미래는 더 밝아진다. 그런 점에서 개개인화 추세는 개인으로 보나 사회 전체로 보나 대단히 바람직한 변화다. 물론, 존중과 배려, 포용과 통합의 공동체를 전제로 한다.
‘바람직한 국가란 국민 한명한명의 구체적인 재능과 꿈을 실현한 사회다.’ 철학자 헤겔이 자신의 저서 <법의 철학>에서 국가의 본질을 한마디로 요약한 말이다. 200여년 전에 제시된 생각이지만, 미래의 성장을 견인하는 숨은 열쇠를 찾고 있는 지금의 대한민국에 너무도 필요한 한마디다.
국민 개개인이 우리 사회의 미래다. 꿈을 꾸는 개개인이 모여서 우리 사회의 더 나은 미래와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루어낼 것이다. 그런 점에서 어린이, 청년, 중장년, 노년 할 것 없이 국민 개개인이 자신의 꿈과 재능을 찾고 이루도록 돕고 지원하는 것이 국가의 새로운 역할이자 최우선 국정과제가 되어야 한다. 그것이 현재의 시대정신과 시대변화에 부합하는 지속가능 성장의 비결이다.
한 사회의 성장은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미래의 성장은 개인의 꿈이 이끈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의 미래비전도 새로운 시대정신과 시대변화에 부합하게 정립되어야 한다. ‘국민 모두가 꿈을 꾸고 꿈을 이루는 나라, 5천만 개의 꿈이 있는 사회.’ 필자가 제안하고 싶은 대한민국의 새로운 국가미래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