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이 학교보다 더 중요하다

우리나라의 초중고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자신에게 가장 중요한 장소는 어디입니까?’를 묻는 설문조사를 한다면 제1순위는 어디가 될까? 아마도 학원일 듯 싶다. 다른 나라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물어도 같은 결과가 나올까? 아닐 것이다.


초중고 학생들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세 곳을 고르라면 가정, 학교, 학원일 듯 싶다. 가정에서는 가족과 함께 생활하고 식사하고 잠을 잔다. 학교에서는 친구들과 수업을 듣고 배운다. 그리고 학교가 끝나면 대부분의 학생들은 다시 제2의 학교인 학원으로 향한다. 학원에서 있다 밤늦게야 가정으로 돌아오는 것을 거의 매일 똑같이 반복한다.


본인이 원하든 원치않든 학생들은 성적으로 경쟁한다. 그래서 학생들에게는 성적이 최우선 순위가 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대부분의 학생들이 학교에서 배우는 것으로 만족을 못한다. 어쩌면 학생들이 만족을 못한다기보다 부모들이 만족하지 못하는 게 아닐까 싶다. 그래서 학생들에게는 학원이 가장 중요한 장소가 될 수밖에 없게 된다.


이게 과연 바람직할까 한번 따져보자. 우선 학생 자녀를 가진 대한민국의 모든 부모들은 다음의 세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고 답해보자.


질문1: 학교와 학원에서 배우는 교육 외에, 우리 자녀의 성장을 위해 우리 자신은 어떤 기여를 하고 있을까?

질문2: 우리 자녀들이 학교를 졸업하고 세상을 잘 살아가기 위해서는, 학교와 학원에서 배우는 교육 외에 어떤 것들을 더 배워야 할까? 우리 자녀들은 이것들을 배우고 있을까? 배운다면 어디서 배우고 있을까? 안배운다면 도대체 어디서 배워야 할까?


질문3: 21세기를 잘 살아가기 위해서는 지식과 학벌보다는 창의력, 상상력, 문제해결역량, 협력성, 친화력, 회복탄력성, 정신건강이 더 중요하다고 한다. 만일 이게 사실이라면, 우리 자녀의 이러한 역량수준은 어느 정도이고 역량을 높이려면 어디서 누구에게 배워야 할까?


부모들은 자녀들이 공부를 잘하고 성적이 좋아야 좋은 대학에 갈 수 있다는 오직 한 가지 생각만 하는 경향이 있다. 그 외의 다른 생각을 할 마음의 여유가 없다. 그래서 위와 같은 질문들을 던져야 할 필요성은 느끼면서도 애써 회피해왔으리라.


자녀를 위한 부모의 바람직한 역할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해보는 기회를 가지고 싶다면 아래 질문들을 추가로 던지고 답해보자.


질문4: 식사를 제공하고 잠을 재우고 용돈을 주고 학교와 학원에 보내는 것 외에, 내 자녀의 미래를 위해 지금 내가 잘하고 있는 것은 도대체 뭘까?


질문5: 내 자녀를 학교와 학원에 보내는 것 외에, 자녀의 미래를 위해 부모로서 나는 또 무엇을 해야 할까? 나는 그것을 제대로 하고 있는가?


질문6: 내 자녀가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에 나와서 살아갈 10년, 20년 후의 세상이 어떻게 바뀔지 나도 전혀 모르면서, 나의 과거경험에 기초해서 이래라 저래라 잘못 다그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오직 자녀의 성적을 올리기 위해 정신없이 앞만 보고 달리지 말고, 멈추어서서 부모로서 잘하고 있는지 성찰이 필요할 때다. 부모조차 그런 역할을 하지 않는데, 누가 그런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답할 수 있겠는가?

지금 우리 사회는 자녀의 성장을 위한 가정의 역할이 지나치게 줄어들었다. 성적을 올려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너무 강하고 학원의 중요성이 너무 커지면서, 부모와 가정이 하는 역할이 대폭 줄었다. 소중한 자녀의 인생을 학교에, 학원에, 사회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는 건 아닌지 스스로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가정은 학교보다 중요하고 학원보다 중요하다. 자녀들이 살아가면서 가장 필요로 하는 자신감, 사랑, 건강, 인성, 관계, 의지, 긍정마인드 같은 것은 현재의 학교와 학원에서 배우기 힘들다. 가정에서 배우고 익혀야 한다. 부모의 역할이다. 우리는 부모로서 자녀들에게 이런 것들의 중요성을 가르치고 습관으로 만들어줄 책임이 있다. 그래서 가정은 학교와 학원보다 훨씬 중요하다.